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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팀 켈러 설교의 일곱 가지 특징
by 전재훈2020-06-13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팀 켈러는 마음을 움직이는 설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음은 이야기를 원료로 사용하여 성장한다. 어떤 이야기를 듣느냐에 따라 세계관과 가치관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팀 켈러의 설교는 창조, 타락, 구속, 회복이라는 틀 안에서 움직인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에서 인간은 타락하여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구속하여 주셔서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살아가게 하신다는 이야기의 흐름이다.


‘자유’에 대해서 설교한다고 가정하면, 태초에 하나님이 주신 자유의지가 있었는데 인간이 범죄함으로 자유의지가 사라지고 죄의 노예가 되어 죽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내어 주심으로 우리는 죄의 노예에서 해방되어 죽음을 넘어 부활을 소망하게 되었고 율법에서 자유롭게 되어 진짜 선을 행할 능력을 회복하게 되었다는 식이다.


긴장을 활용하기


팀 켈러는 율법과 은혜를 모두 설교한다. 율법의 빛 아래서 우리가 얼마나 큰 죄인인가를 밝혀서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한다. 그 두려움에 은혜를 선포하여 안도할 수 있게 만든다. 율법과 은혜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긴장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된다. 하나님의 거룩과 자비, 공의와 사랑, 심판과 용서 등으로 나타낼 수 있다. 거룩하심 앞에서 두려워 떠는 자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하나님을 선포하고, 공의로우신 하나님 앞에 떠는 자에게 무한한 사랑을 드러내며, 심판자 앞에서 사형 언도를 기다리는 자에게 무조건적인 용서를 선포함으로 감동에 이르게 한다.


팀 켈러는 이런 긴장을 크게 만들려고 인간의 죄악을 깊이 있게 다룬다. 대표적인 방법이 인간의 마음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우상을 건드리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안정, 인정, 통제, 권력의 우상이 존재한다. 이것이 겉으로는 상당히 좋은 것들로 나타난다. 가정, 자녀, 명예, 선함, 건강, 아름다움, 성공 등이다. 하지만 이런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 우상이 인간에게는 궁극적인 목표가 되기 싶다. 인간의 마음에 근원적인 우상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을 건드림으로 하나님의 거룩하심 앞에 결코 피할 길 없는 죄인임을 인식시킨다.


팀 켈러는 또 다른 축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더욱 선명하고, 특별하고, 탁월하며, 독보적인 것으로 만들어 낸다. 인간이 가진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사랑, 인간의 역사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아름다움,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완벽한 성품으로 묘사한다. 그는 복음을 가장 아름다운 것이며, 가장 영광스러운 것이고, 인간의 갈망을 극단적으로 완성한 결과물로 설명함으로써 누구나 경이로운 마음으로 그 복음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인간의 죄악과 복음의 격차를 하늘과 땅 만큼 크게 벌려 놓음으로써 구원이 인간의 노력으로 얻을 수 없는 것임을 알게 해 주고, 오직 은혜로만 받을 수 있는 값진 선물임을 깨닫게 만든다.


상황화된 언어 사용하기


인간의 죄악을 드러내는 데 종교가 가진 언어들로는 한계가 있다. 전혀 내 이야기로는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기 위해 현대 문화를 파헤치고, 그들의 언어와 예화로 설명한다.


팀 켈러는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해 현대 문화가 추구하는 이상이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그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욱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자유, 정체성, 행복, 도덕, 인권 등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에 도전을 주는 형태를 띤다.


팀 켈러는 설교를 하거나 책을 쓸 때 인간의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시작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지향점과 문제점을 설명할 때 사람들의 마음은 팀 켈러의 이야기에 사로잡힌다. 이상향이 가지는 난제는 그것이 좋은 것이기는 하나 인류 역사가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했어도 이루지 못한 것이다. 그 이유는 아무리 좋은 이론과 방법이 나와도 그것을 실행하는 인간의 타락한 본성이 결국 일을 잘못된 결과로 이끌기 때문이다.


팀 켈러는 바로 그 지점, 이루고자 해도 이뤄지지 않는 간극 사이에 서서 그 원인을 파헤치고 복음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서 자아실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현대인들에게 큰 공감대를 얻어내고 있다.


마음을 겨냥하기


인간의 마음에는 지정의가 모두 들어있다. 마음에 생각하는 것이 행동으로 나타난다. 마음에 어떤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인간의 행동이 결정된다. 팀 켈러는 이런 인간의 마음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팀 켈러의 설교를 듣고 있으면 마음에 소원하던 궁극적인 욕구가 실제로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음을 알게 된다. 가장 깊은 안정감,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 내면의 깊은 곳까지 만지는 사랑, 연약함까지 모두 감싸 안는 인정, 깊은 갈망을 이뤄주는 천국 등 모든 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고, 값없이 주어진 것임을 알게 함으로 그런 것들을 얻기 위한 몸부림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준다. 그로 인해 한 번도 누려본 적 없는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게 한다.


복음을 뜨겁게 제시하기


팀 켈러는 인간의 마음을 구부리는 정도의 따뜻한 복음이 아니라 녹여버릴 정도로 뜨거운 복음을 제시한다. 하나님과 동등한 분이심에도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내려와 가장 낮은 곳에서 살았던 예수를 소개한다. 그 예수가 가난한 자들과 소외된 자들에게 얼마나 따뜻한 분이셨는지를 소개하고, 질병과, 귀신과, 죽음까지도 다스리시는 위대한 하나님으로 나타낸다.


특히 인간이 저질렀던 수많은 죄악들에 그대로 노출된 채로 얼마나 많은 유혹들을 견뎌 내셨으며, 강한 자 앞에서 담대하고, 죄인들 앞에서 온유하며, 부정과 불의 앞에서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을 보여 주셨음을 알게 한다. 가장 아름다운 성품을 지녔으며 가장 위대한 존재임에도 가장 큰 저주를 받아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은 분임을 보여 준다.


주님이 그런 완벽하게 선한 삶을 살다가 가장 비참한 방법으로 죽임을 당하신 이유가 우리를 사랑하셔서 선한 삶의 결과를 우리에게 주시고 악한 삶의 결과를 주님이 담당하셨음을 보여준다. 주님의 죽으심으로 끝나지 않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셨으며 다시 오실 왕으로 선포함으로써 과거의 한 시점에 머무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이야기로 들려준다.


팀 켈러는 위에서 아래로 (그리스도의 성육신), 안에서 밖으로 (십자가 죽으심으로 죄인의 내면이 변화하여 삶으로 드러남), 그리고 미래에서 현재로 (그리스도의 부활하심으로 신자의 앞날을 기대하게 됨) 그 복음을 실체적으로 적용시킨다.


특히 고난과 악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주님은 우리를 외면하시는 분이 아니라 그 고난과 악에 맞서는 데 동참하신 분임을 알려줌으로써 우리의 삶의 현실에서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절대자이심을 깨닫게 해준다.


팀 켈러가 소개하는 주님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완전히 녹여서 주님의 마음으로 새롭게 빚어지도록 만든다. 주님의 십자가는 우리가 얼마나 큰 죄인인가를 보여줌으로 우리의 마음을 겸손하게 만들고 더불어 우리가 얼마나 큰 사랑을 받는 존재인가를 보여줌으로 우리의 마음을 담대하게 만들어 준다. 이기심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던 인간의 마음이 겸손함과 담대함으로 바뀔 수 있게 한다.


설득적으로 변증하기


코넬리우스 반틸은 하나님께 의존하도록 창조된 인간이 선악과를 두고 하나님의 말씀과 사탄의 유혹 사이에서 말씀으로 유혹을 물리친 것이 아니라 어느 것이 맞는 말인지 판단함으로써 타락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 결과 자기중심적이며 독립적인 사고 체계를 갖게 된 인간은 자연 속에서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들을 토대로 자신만의 지식체계를 형성해 가게 된다. 하지만 문화는 자연 속에서 연구하고 관찰한 결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도덕의 당위성, 사랑과 헌신, 인권의 문제, 정체성, 아름다움, 논리적 이성, 자유 등 과학적 결과물로는 도저히 답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고 이를 바탕으로 삶을 살아가게 된다.


팀 켈러는 인간이 하나님 아닌 다른 것에 근거한 가치판단 체계를 흔드는 전제주의 변증법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전제주의 변증은 그 모순을 드러냄으로써 상대방이 가진 토대가 잘못된 것임을 확인시켜 준 뒤에 복음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모든 주장에는 자신들만의 신념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신념의 근거를 들여다보면 비기독교인들은 내세울만한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은 성경이라는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확실하게 주장하고 설득할 수 있게 된다.


팀 켈러는 전제주의 변증법만이 아니라 증거주의 변증법도 함께 사용함으로써 기독교가 훨씬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임을 보여주는 실마리들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문화 속으로 들어가서 문화가 가진 모순을 드러내고 복음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열망을 이해하고 이루지 못한 꿈을 위로하며 복음 안에서 하나님이 주신 놀라운 선물로 그들을 복음 가운데 초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팀 켈러는 삶의 모든 문제가 궁극적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해결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복음은 모든 것을 변화 시킨다’는 주제를 그의 설교에서 탁월하게 증명해 내고 있다.


성경과 청중을 사랑하기


팀 켈러는 성경 본문을 깊이 연구한다. 단어 하나, 문맥의 흐름, 전체 이야기 속에서 본문이 가지는 위치 등 그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다 살펴보고 그것을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연결해 내는 탁월함을 가지고 있다.


또한 팀 켈러는 청중의 삶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설교자다. 청중의 직업, 갈망, 어려움, 소망 등을 알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 그런 노력으로 불신자가 회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이 어려워하는 용어가 무엇인지도 잘 안다. 그는 언제나 불신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그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어법과 예화로 설교한다. 그가 선택한 본문이 무엇이든 그것은 그리스도에게 연결되고 결국 청중이 살고 있는 바로 그 현장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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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전재훈

전재훈 목사는 서울장신대와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발안예향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오히려 위로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