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그리스도인의 삶

다문화 크리스마스
by Michelle Reyes2021-12-11

다문화 공동체에서 함께 성경을 읽다 보면, 다른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상대방이 그네의 문화에 젖어서 볼 수 없는 성경의 진실을 볼 수 있도록 서로서로 도와준다

Share this story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트위터로 공유하기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시점은 제1 세기다. 이 이야기에 백인은 단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이 축하하는 크리스마스에는 으레 바닐라 향이 진하게 풍긴다. 마구간 장식에 누워 있는 아기 예수는 백인이다. 성탄을 축하하는 식탁 위에는 온통 앵글로아메리카 음식뿐이다. 예배에서도 유럽풍 찬송가만 부른다.       


물론 유럽계 사람들도 자기네 고유의 민족 문화를 일관되게 담아낼 수 있고 또 그래야 마땅하다. 그러나 미국에 있는 수많은 백인이 아닌 그리스도인들은 다양성이 부족한 이 크리스마스 축하 문화가 왠지 불편하다. 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지 자문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 저마다 우리의 신앙과 우리의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수 있을까? 그리스도의 탄생을 바라보는 다양한 문화적 관점들을 포용하면서 말이다.     


새로운 관점 갖기


구원의 메시지는 모든 민족을 위한 것이다(마 28:19).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하신 일은 인종 구분과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에게 가닿는다(눅 2:10). 예수 나심의 사실이 이러하니, 우리는 저마다의 문화를 가지고서 성탄을 이해하고 또 축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우리가 축하하는 크리스마스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문화 공동체에서 함께 성경을 읽다 보면, 다른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상대방이 그네의 문화에 젖어서 볼 수 없는 성경의 진실을 볼 수 있도록 서로서로 도와준다. 미국에서 기독교가 쇠퇴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다른 문화와 다른 민족적 자질을 갖고 있는 성도들로부터 배우기를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그리할 때 우리의 눈이 열려 우리의 믿음이 새롭게 풍성하게 그 깊이를 더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것은 그저 크리스마스 식탁에 여러 나라 음식을 함께 올리거나 여러 문화권의 옷이나 장식을 갖다놓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 탄생 이야기에서 저마다 의미를 두는 요소가 특별한, 각 문화의 고유한 이야기(내러티브)를 서로 알아가자는 것이다. 


포사다스, 거절당한 이들 기억하기


중남미 사람들은 포사다스(posadas, ‘임시숙소’ 또는 ‘여관’)를 경축한다. 이 절기에 사람들은 친구 집을 방문하여 마리아와 요셉이 여관에서 묵을 방을 얻지 못하고 거절당한 사실(눅 2:7)을 재연한다.   


포사다스는 예수님과 마리아와 요셉이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이 전통은 예수님이 거절당한 사람들과 함께하셨다는 것을, 그래서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일러준다. 포사다 절기 중에 사람들은 노래와 음식을 이웃과 나눈다. 이는 가진 것이 적더라도 하나님과 이웃에게 기꺼이 나누며 살겠다는 다짐이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 편에 함께 서겠다는 연대감의 표현이다.


키악, 모욕당한 이들과 함께하기


이집트의 콥트 그리스도인들은 잉태한 마리아의 이미지에 주목하는 키악(Kiahk) 전례를 따른다. 이를 통해 그들은 대림절이 마음을 다해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시간임을 되새긴다.   


많은 콥트 그리스도인들이 12월 한 달 동안 금식한다. 그들은 마리아가 자신에게 임한 수태의 신비로 인해 받았을 극심한 모욕과 시련을 아들이 태어날 때까지 금식을 하면서 견뎌냈을 것이라 믿는다. 미국화된 이 휴일이 주는 온갖 달콤함과 즐거움에 빠져 있는 우리가 이러한 금식을 실천한다면, 우리 마음이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본래 담겨 있는 고난의 이야기로 향하게 되지는 않을까? 


지금 미국 국경에서는 이민자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하나님의 성육신하신 아들을 잉태하고 낳은 마리아에만 주목하지 않고, 마리아 앞에 높여 있는 현실의 처지―사생아로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아기를 곧 낳게 되는 연약한 젊은 여자―를 간과하지 않는다면, 이민 위기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가짐도 달라지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담겨 있는 마리아의 수치와 믿음을 기억하고 기리는 다른 문화들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많이 있다.   


빠롤, 반짝이는 그리스도의 빛


빠롤은 필리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장식해 놓는 랜턴이다. 전통 빠롤은 대나무와 종이로 만드는데, 오각형 별 모양이 가장 흔하다. 밝은 색감과 반짝이는 빛이 아름다운 빠롤은 저 베들레헴의 별(마 2:9-10)과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을 떠올리게 한다. 


가정집 창문에 매달건 예배당 안에 줄지어 장식하건, 이 전통은 “세상의 빛”(요 8:12), 그리스도의 첫 번째 강림을 경축한다. 빠롤을 보면서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게 된다. “나는 세상 가운데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고 있는가?” “나는 이웃과 친구들에게 예수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있는가?”


동방 박사의 날, 이방인의 믿음 기리기


‘동방박사의 날’(Dia de los Reyes)에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푸에르토리코, 우루과이, 멕시코에서는 먼 길을 여행하여 진정한 “유대인의 왕”께 경배하고 예물을 드린 이방인 박사들(마 2:1-12)을 기념한다.


이 박사들은 성경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모든 민족이 그리스도를 경배하게 될 것이라고 하나님이 약속하셨기 때문이다(창 22:18; 사 11:10, 60:1-6). 마태복음은 이 이방인들이 예수님을 찾아오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는 명령으로 끝을 맺는다(마 28:19).


‘동방박사의 날’은 우리도 이 박사들처럼 우리 문화의 개성과 표현을 온전히 담아 왕이신 예수께 나아가 경배해야 한다(사 60:11; 계 21:24-26)고 일깨워 준다.


다문화 크리스마스 


다문화 크리스마스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여, 문화적으로 다양한 관점들과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는 다양한 문화들로 우리의 가정, 공동체, 교회를 풍성히 채우면 좋겠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해 보길 바란다. “우리 문화유산에는 예수 탄생의 어떤 면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다른 문화에서 배울 수 있는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새로운 면은 어떤 것이 있는가?


예수님이 태어나신 이야기를 다문화 공동체 안에서 함께 읽고, 서로에게서 이번 크리스마스에 그리스도를 더 깊이 알고 경배할 수 있는 법을 배운다면, 우리는 그 답을 얻게 될 것이다. 




원제: Making Space for a Multicultural Christmas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번역: 염영란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담겨 있는 마리아의 수치와 믿음을 기억하고 기리는 다른 문화들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많이 있다

Share this story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트위터로 공유하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공유하기
  • 공유하기

작가 Michelle Reyes

미셸 레예스(PhD)는 Asian American Christian Collaborative의 부대표이며 Pax의 편집이사이다. 텍사스 이스트 오스틴에 있는 소수 민족 교회 Hope Community Church에서 사역하는 선임 목사의 사모이며, 신앙과 문화에 관한 그녀의 글이 'Christianity Today'를 비롯하여 여러 신앙지에 실렸으며, 'Becoming All Things: How Small Changes Lead To Lasting Connections Across Cultures'의 저자이다.

Michelle Reyes 작가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