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신앙과 일

은사에 대한 고민
by Thomas Schreiner2019-01-11

은사를 발견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과연 그리스도인의 중요한 임무일까? 아니면 현대 사회의 대표적 문화인 ‘자기애 추구’의 한 측면일 뿐일까?


자신의 은사를 파악하고자 하는 현상은 오늘날 마치 사람들이 에니어그램(Enneagram)과 같은 성격 유형 테스트에 심취하는 것과 비슷한 흐름일지도 모른다. 에니어그램은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유형을 아홉 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며, 누구나 이 중 하나의 유형을 타고난다고 설명하는 조사 방법이다. 이 프로그램은 대중뿐만이 아니라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복음주의 리더 중 한 명인 케빈 드영(Kevin DeYoung)은 에니어그램이 성경의 말씀들과는 여러 측면에서 그 궤를 달리 한다고 경고한다. 러셀 무어(Russell Moore) 역시 이러한 조사 방법은 은사의 본질을 통찰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에 따르면, 이러한 설문 조사는 작성자의 잠재적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기 위한 참고 자료로서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으며, 특정한 바람에 대한 동기 부여에 사용하거나, 개인의 성향에 대한 대표적인 방향성 정도를 알아보는 데에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성령의 은사를 파악하려는 노력에 있어서도 에니어그램이 내포하는 것과 유사한 한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은사 유형 테스트는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인가?


그리스도인 사이에서 지난 몇 년에 걸쳐 에니어그램과 비슷한 형태의 은사 유형 테스트가 유행하였다. 하지만 이는 은사를 파악하기 위한 입문 단계 정도에 그친다는 제한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설문 방법은 정작 답안의 작성자가 지역 교회 안에서 어떠한 신앙적 삶을 살고 있는지를 정확하거나 세밀하게 포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신앙 생활에 대해 1부터 5까지의 숫자로 순위를 정한다고 가정해보라. 이것이 과연 정확할 수가 있는가? 그러한 방법은 결국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더불어, 각각의 질문 역시 그 질문을 만드는 연구자의 편견이나 선입견, 혹은 유도하는 바가 스며들 수 있기 때문에, 질문지 자체에 부분적인 결함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답안을 작성하는 사람이 그 질문과 결과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부여받지 않은 은사를 받았다고 착각하거나, 반대로 이미 받은 은사에 대해 간과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은 각각의 사람에게 타인과는 완전하게 다른 독립적인 은사를 부여하셨는데, 유형 테스트는 단 몇 가지의 종류로 모든 은사를 구별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전혀 분석하지 못한다. 은사는 DNA를 검사하듯이 추적하고 분석해서 알아낼 수 있는 대상이 결코 아니다.


교회에서의 삶을 통해 은사를 발견하라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선물을 발견하는 최고의 방법은 이와 같은 테스트가 아니다. 초대 교회 시절에는 그러한 프로그램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 당시의 많은 성도는 그 선물을 발견했고 또한 잘 사용하기까지 했다. 그러한 역사를 통하여 은사를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배울 수 있는데, 이는 바로 당신이 출석하는 교회 안에서 다른 성도와 교제하고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에 초대 교회 성도들처럼 스스로의 은사를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 어떤 성도는 이미 교회 안에서 사랑으로 교제하고 있지만 아직 자신의 은사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은사에 대한 깨달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받은 은사를 행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역사 속 신앙의 선배들은 성령의 은사가 무엇인지도 명확히 몰랐고, 이를 알고자 오늘날의 사람들처럼 여러 방법으로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강력한 영향력으로 자신들이 받은 선물을 베풀었다. 만약 당신의 은사가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저 자신이 속한 교회에서 다른 성도를 위하여 기꺼이 시간과 열정을 내어줄 때, 당신은 그 시간 속에서 필히 주님이 주신 은사를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은사 유형 테스트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만약 당신이 열심히 교회를 섬기는 중에 그러한 테스트를 받게 된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그 조사 방법이 유용하게 작용할 것이다. 종종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에, 다른 성도의 조언이나 특정 프로그램의 보조를 받아 자신의 은사를 헤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테스트와 같은 장치들은 분명 자기애를 만족시키는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진 특별한 역량을 알게 된다면 이를 통해 교회 사역에 좀 더 효과적으로 헌신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조사 방법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나 자신을 파악하라


나 자신을 아는 것의 중요성은 로마서 12장 3절에서 분명하게 언급되고 있다.


“내게 주신 은혜로 말미암아 너희 각 삶에게 말하노니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생각을 품지 말고 오직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나누어 주신 믿음의 분량대로 지혜롭게 생각하라.”


이 본문에서 바울은 스스로를 너무 높게 여기지도, 그렇다고 평가 절하하지도 말라고 조언한다. 그보다는 자기 스스로를 제대로 알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라고 가르친다. 은사에 대한 우리의 판단은 양면의 위험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예를 들자면, 어떠한 이들은 자신이 받은 은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착각한다. 반대로 다른 이들은 자신이 받은 은사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다른 성도의 역량이나, 심지어 자신 이외의 다른 지체들은 필요하지 않다고 자만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회 안의 성도는 모두가 소중하며 각각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공동체의 구성원 그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각자 받은 성령의 은사가 무엇인지를 알고 제대로 사용할 때에, 이는 교회의 사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비록 은사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 사항은 아니지만 말이다. 바울 역시 섬기는 은사가 있으면 섬기는 것으로, 가르치는 자면 가르치는 것으로, 혹 위로의 은사를 받았다면 위로하는 것으로 서로를 도우라고 권면한다(롬 12:7-8). 만약 당신의 은사가 상대에게 위안을 주는 것이라면 그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물론 이 조언이 당신으로 하여금 다른 봉사나 전도 등을 하지 말거나 혹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바울의 권고를 자기 합리화의 방패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은사에 집중하라는 진정한 뜻은 우리의 인생이 결코 길지 않으니 각자가 소유한 강점을 십분 발휘하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그렇게 행함으로써 이 땅에서 주님의 교회를 세워가는 일에 좀 더 효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각자의 은사를 알고 그에 힘쓰는 것은 다른 성도와 교회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다만, 지속적으로 언급하였듯이 은사를 모른다고 해서 걱정하지는 말라. 교회를 섬기는 길 위에서 다른 성도의 입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당신의 은사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이에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받은 선물에 대해 한시라도 빨리 알고자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하나님의 판단과는 방향이 다르다. 하나님은 분명 그분의 교회를 위하여 당신을 사용하실 명확한 계획을 갖고 계신다. 그리고 그 계획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주님과 성도를 섬기는 오랜 시간 속에서 서서히, 그리고 또렷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러므로 은사를 파악하기에 앞서 인내를 가지고 당신의 교회를 섬기라.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How (Not) to Discover Your Spiritual Gifts

번역: 정새롬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공유하기
  • 공유하기

작가 Thomas Schreiner

토마스 스크리너는 켄터기주 루이스빌에 위치한 The 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의 부학장이며, 성경 해석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