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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은 어떻게 거래해야 할까
by Joe Carter2019-06-07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거래 파트너와 만나 가격을 흥정하고 계약을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거래해야 할까? 가령 다른 경쟁 업체로부터 듣게 된 가격을 거론하며 흥정을 해야 할까? 아니면 그런 정보는 밝히지 않고 거래하는 편이 나을까? 또 파트너 때문에 거래가 잘못되었을 경우에 사랑으로 눈감아 줘야 할까? 아니면 책임을 물어야 할까?” 


성경에는 거래나 협상에 관한 직접적인 가르침은 없다. 하지만 그와 관련하여 몇 가지 긍정적인 예와 부정적인 예는 찾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뱀이 하와에게 금기의 열매를 먹으라고 꼬드기며 그녀를 교묘하게 속이는 전략은 성경에 등장하는 첫 번째 예라 할 수 있다. 또 잘 아는 이야기지만, 야곱은 팥죽 한 그릇에 형의 장자권을 거머쥐며 성공적인 거래를 하기도 했다. 이보다 긍정적인 예로는, 아브라함과 모세가 각각 소돔 성과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하나님을 설득하는 장면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중 어떤 사례도 우리가 거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으로서 효과적인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가 성경의 지침을 신중하게 도출해 낼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그 가운데 세 가지를 소개함으로 도움을 주려한다.


1. 우리가 협상을 하는 목적은 하나님이 맡기신 자원을 청지기로서 올바로 관리하는 데 있다. 


‘청지기직’(stewardship)이라는 단어는 ‘오이코노미아’(oikonomia)라는 헬라어에서 유래했다. 이는 한 집안을 관리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인데, 영어 단어 ‘이코노미’(economy)의 뿌리가 되기도 한다. 바로 이 청지기 직분이라는 개념을 성경은 매우 중요하게 사용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바로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관리하는 청지기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이 가르침은 심지어 거래 파트너가 그리스도인이 아니더라도 적용된다. 왜냐하면 시편 기자가 고백하듯이, “땅과 거기에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가운데에 사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기 때문이다(시 24:1).


한마디로, 하나님은 우리에게 “주의 손으로 만드신 것을 다스리게 하신” 것이다(시 8:6). 이 지구의 자원을 착취하라고 주신 게 아니라, 우리 자신과 이웃,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세대의 유익을 위해 개발하라고 맡겨 주셨다. 그러니 우리는 협상 전략을 세울 때도 여러 가지 자원을 맡아 관리하는 청지기로서의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회사의 유익을 위해 자원을 사용하도록 권한을 위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시간과 돈으로 쌍방이 이익을 얻는 거래를 성사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그렇게 해서 가능한 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을 아껴야 다른 유익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가격은 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하도록 하나님이 정하신 수단이다.


일단 우리가 청지기로서 관리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에 하나님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그 자원을 사용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바른 결정을 내리기를 원하신다. 이런 차원에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방법이 바로 가격 제도(the price system)라고 할 수 있다. 경제학자 알렉스 타바로크(Alex Tabarrok)는 “가격 제도가 누군가에 의해 고안되었다면, 이는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가장 놀라운 창조 행위가 아닐 수 없다”라고 했다. 정말 가격 제도는 놀라운 창조의 결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건 인간의 머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생각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그 제도를 허락하신 목적은 다름 아닌 인간 사회의 발전을 위해 사람들의 경제 활동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가격에 대해 질문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길 필요가 없다. 이때 상대가 기꺼이 가격 협상에 응한다면, 이는 매매가 어느 정도 유연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상품을 공급하는 판매자 입장에서는 구매자가 상품의 수령 일자를 좀 늦춘다면 그에 따라 가격을 더 낮추어 줄 수도 있다. 왜냐하면 판매가에는 빠른 운송비와 같이 구매자는 알지 못하는 다른 비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계약을 맺을 때 혼자서 그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를 궁리하기보다 그냥 더 싼 가격을 요구해 보는 일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는 판매자로 하여금 그렇게 요구된 수준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는지 자신이 아는 정보와 실행 가능한 방법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구매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얼마나 지불할 수 있는지 그 범위를 알려 줌으로써 판매자로 하여금 서로에게 유익한 거래가 가능한지 실제로 생각해 보게 만들 수도 있다.


이때 명심해야 할 사실이 있다. 거래를 통해 최종적으로 정하게 된 가격에는 일반 대중이 알지 못하는 정보가 반영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거래를 할 때 파트너와 경쟁 상대에 있는 다른 판매자의 물건 가격을 거론하며 흥정하는 일은, 그 가격이 이미 대중에게 공시된 판매가일 때는 상관없지만, 자신하고만 협상하여 낮춰진 가격일 경우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3.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이웃에 대해서도 사회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성공적인 거래는 서로를 신뢰하며 함께 이익을 얻을 때 이뤄진다. 그러나 어떤 협상이라도 끝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은 있다.


이때 누구도 거래를 자기 뜻대로 이끌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도 상대를 속여서는 안 된다. 거래가 잘못되어 쌍방 중 어느 한쪽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면, 우리가 고통을 받는 편이 낫다(벧전 2:19-20).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우리의 이웃도 생각해야 한다. 그들도 비슷한 거래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경우에 따라서는 판매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판매자가 어떤 능력이 부족하거나 태도가 성실치 않아 물건을 배달하지 못한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그 판매자가 다른 고객에게도 그런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그저 구매자 리뷰를 인터넷에 올리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경우에는 거래의 우선권을 주장하며 정당한 보상을 요청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그 판매자가 잘못된 방식으로 거래를 계속하게 만든다면, 우리 자신에게도 그 과실에 대한 책임이 어느 정도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으로서 바른 거래를 하는 과정에는 다른 고객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살펴보는 일까지 요구된다. 혹 그 고객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원제: How Should a Christian Negotiate a Deal?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번역: 장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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