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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세상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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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Kathryn Butler /  작성일 20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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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Varshesh Joshi on Unsplash

우리 가운데는 우리와 똑같은 억양을 가진 나그네도 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언어를 쓰며 우리와 같이 생활한다. 그러나 나그네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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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학교 입학식이 있던 첫날, 모두가 들떠 있는 분위기였다. 테이블 위에는 아이들이 암송하기 좋도록 성경 구절을 예쁘게 적어 놓은 공책들이 펴져 있었다. 교사들은 한 해의 주제와 관련된 새로운 노래, 새로운 커리큘럼, 그리고 일 년 동안 펼쳐 보일 새로운 연극에 대해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등록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리고 여섯 살 된 아들을 바라보며, 이 아이가 입학식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렇게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데, 호기심 가득했던 그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아이의 시선은 친구들의 이름표가 담긴 상자를 향하고 있었는데, 마치 더러운 무언가를 본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선생님이 다가와서 인사를 건네자, 불쑥 대꾸했다. “이름표를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더니 교실에 있는 TV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며 갑자기 소리쳤다. “비디오를 보고 싶지 않아요!” 아이는 뒷걸음질 치며 여동생과 나의 손을 끌어당기더니 또 소리쳤다. “비디오를 보면 안 된다구요! 엄마, 얼른 집에 가요!” 아이의 어깨에 손을 대자, 그 가벼운 접촉이 심한 고통이라도 준 마냥 몸을 움츠렸다.


다른 부모들이 다 놀라서 우리를 쳐다봤다. 누가 보더라도 그 광경은 매우 이상해 보였으니까. 그러나 우리 가족에게는 익숙한 모습이었다. 영특하고 따뜻하고 사랑스런 우리 아들, 심지어 레고보다 예수님을 더 좋아하는 우리 아들이 이 친숙하지 않은 세상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그날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나그네를 사랑하라


하나님은 낯선 땅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 깊은 애정을 품고 계신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했을 때 광야에 있던 이방 나그네를 잘 보살펴 주라고 명령하셨다(출 22:21; 23:9). 또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전에도 모세를 통해 그 명령을 다시 강조하셨다.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나니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니라”(신 10:18-19).


여기서 ‘나그네’라고 옮겨진 히브리어는 ‘이방인’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이는 본향에서 멀리 떨어진 타국에 거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성경은 이 나그네를 특별히 어려운 처지에서 상처 받기 쉬운 세 부류의 사람들, 곧 고아와 과부와 가난한 사람과 함께 묶어 소개한다(레 19:10; 신 10:18).


고대 사회에서 나그네는 부모가 없거나 남편이 없는 경우와 같이 외부의 핍박을 막아낼 힘이 없었다. 타지에서 길을 잃은 그들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낯선 땅에서 홀로 지내는 일이 허다했다. 그 땅의 언어와 관습도 매우 낯설고 불편했으며, 자신을 둘러싼 어떤 환경에서도 안식처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익숙치 않은 그런 조건을 안고 살다 보면,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었다. 오직 본향에서만 안전한 생활과 뚜렷한 정체성과 확고한 삶의 터전을 누릴 수 있었기에, 나그네는 그야말로 정처 없이 방랑하는 인생이나 다름없었다.


우리 가운데 있는 나그네


오늘날도 나그네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러므로 귓가에 혹 타국의 낯선 억양이 들려온다면, 우리는 멈춰서 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필요한 도움을 줘야 한다. 혹은 그리스도인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난민들을 후원하거나 해외에서 넘어온 이들을 집에 초대하여 섬길 수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우리 가운데는 우리와 똑같은 억양을 가진 나그네도 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언어를 쓰며 우리와 같이 생활한다. 그러나 나그네로 살아간다. 왜냐하면 그들의 신경 체계는 이 세상이 주는 자극을 다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같이 방황하는 삶을 산다. 이를테면 자폐증이나 감각처리장애 또는 다른 형태의 신경발달 질환과 씨름하는 이들에게 인생이란 그저 낯선 땅에서 영원히 헤맬 수밖에 없는 여정처럼 보인다. 그들은 먼 이국 땅에서 온 이들이 아님에도, 두렵고 고독한 기분을 자주 느낀다.


우리 아들도 이런 나그네에 속한다. 아들은 주일학교 첫날에 잘못한 게 없다. 다만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그 반복되는 일상의 문제와 씨름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름표에 붙어 있던 접착제가 그 아이를 오싹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에 불안하고 초조해진 아들은 왁자지껄 들려오는 아이들의 소음과 누군가 자신에게 건네는 말을 구분할 수 없었다. 게다가 TV에서 방출되는 빛과 소리는 통제 불가능했기에 가히 위협으로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엄마의 손길조차, 태어날 때부터 안전하게 느껴진 그 유일한 손길조차 자신에게 위해를 가한다고 여겨졌을 것이다. 과민하게 반응하는 감각 장애로 인해 깜짝 놀라게 된 것이다.


이처럼 특별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는 일상의 평범한 일조차 낯설게, 때로는 적대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들은 보통 지나친 피해의식과 불안을 안고 산다. 그래서 자신이 속한 마을이나 교회에서도, 심지어는 자기 방 안에서도 좀처럼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는다. 어디에서도 편안한 소속감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치 미지의 나라를 헤매는 나그네와 같이 편히 쉴 수가 없다.


특별한 사랑이 필요한 이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아들이 교회에서 공황 장애를 겪기 한 시간 전만 해도, 그 얼굴은 주님이 주시는 평강으로 환히 빛났다. 주님을 향한 사랑, 교회 안에서 만난 사람들을 향한 사랑이 생생히 흘러넘쳐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사실 아이가 사람의 소리와 다른 사물의 소리를 분간하지 못할 만큼 불안해 할 때조차, 예수님을 사랑하고 그분을 필요로 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이렇게 매일 스스로와 씨름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복음이 주는 소망이 필요하다. 그들은 하나님의 사랑으로부터 생명력이 넘치는 자양분을 공급 받아야 한다. 그리고 옷을 입고 식사를 하고 마트에 가는 일이 혹 어려울지라도, 하나님이 그들 인생을 구석구석 계획해 놓으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 생일 파티는 엄두도 안 날 만큼 두렵고 다른 아이들은 그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신이 예수님께 속해 있다는 진리를 붙들어야 한다. 그리스도가 바로 그들의 본향이시기 때문이다. 그분 안에서 그들은 사랑을 확신할 수 있다.


그리고 혹 당신이, 당신의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과 서서히 분리될 수밖에 없는 외딴섬 같은 인생을 살아왔다면,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당신을 지켜보고 계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이른 새벽에 깨어 아이를 달래며 재우고자 애쓰는 당신의 모습을 지켜보신다.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교제는 거절해야만 하는 당신의 사정도 지켜보신다. 때로 방황하고 비틀거리면서도 축복의 선물로 맡겨진 그 연약한 나그네를 돌보는 당신의 수고를 지켜보신다.


그렇게 생활이 엉망이 되고 육신의 약함과 잇따른 좌절감을 피할 수 없을 때, 하나님이 당신에게 가까이 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시 34:18; 고후 12:9). 마음이 무너져 내려 그대로 주저앉고 싶은 최악의 순간조차 십자가의 은혜가 다 덮을 수 있다는 사실을 또한 기억하기 바란다. 당신의 그 모든 경험을 통해, 하나님이 수천 년 전 광야에서 분부하신 사명이 지금도 성취되고 있다.


완전한 사랑의 메아리


레위기에서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와 함께 있는 거류민을 너희 중에서 낳은 자 같이 여기며 자기 같이 사랑하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거류민이 되었었느니라”(레 19:34). 마치 정처 없는 자 같이 당신의 인생에서 방황하는 아이를 보살핌으로써 당신은 이 사명을 성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가득 찬 교실에서 도망치려는 아이를 판단하지 마라. 오히려 예배하며 노래할 때 움츠러드는 아이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라. 그런 이들이 지닌 장애는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매순간 그들 자신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너무 눈부시고, 너무 시끄럽고, 너무 거칠어서, 감당하기가 심히 버거운 이 세상에서 나그네로 살아가는 그들은 오늘도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한다. 그 사랑, 언젠가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하게 될 그 완전한 사랑의 메아리가 오늘도 그들에게 필요하다.




원제: Not Wired for This World: Making a Home for Special Needs

출처: www.desiringgod.org

번역: 장성우

사람들이 가득 찬 교실에서 도망치려는 아이를 판단하지 마라. 오히려 예배하며 노래할 때 움츠러드는 아이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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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Kathryn Butler

캐써린 버틀러는 외상 장애 외과의였다가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며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Between Life and Death: A Gospel-Centered Guide to End-of-Life Medical Car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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