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암의 인생과 노래
by 배경락2020-03-18

안녕하세요? 저는 모세의 누나 ‘미리암’입니다. 저를 좋아하는 분도 계시지만, 싫어하는 분들도 제법 있답니다. 여러분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장면 1. 모세와 미리암


저는 어려서부터 매우 당돌했습니다. 우리 히브리 민족이 애굽에서 강제 노역하는 상황이 너무 부당해 보였습니다. 여러분은 온종일 사막에서 노동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 형제 중에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일을 시키는 애굽 사람들은 그늘에서 부채질하며 노닥거리는데, 우리는 소금물을 먹어가면서 일을 해야 했지요. 저는 어머니 요게벳에게 이런 상황을 말했지만, 어머니는 늘 한결같았어요.


“어머니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하는데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나요?”
“얘야!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해선 안 된다.”

“애굽 사람들은 늘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리는데 우리는 아무도 말을 못 하고 있잖아요.”


실제로 히브리 민족의 수가 많아진다고 애굽 왕 바로는 명령을 내렸어요. 남자아이를 낳으면 다 죽여버리라고 말이죠. 그때 어머니가 임신했어요. 남동생 아론이 있긴 했지만, 어머니는 자식 욕심이 있었어요. 아들을 낳으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식사 때마다 기도했어요. “하나님, 아들을 낳게 되더라도 좋은 산파를 만나 목숨만은 건지게 해 주세요.”


열 달이 지난 후 출산할 때가 되었는데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산파 십브라와 부아가 찾아왔습니다.


십브라와 부아는 매우 용감한 여인들이었어요. 그녀들은 바로 왕보다 하나님을 더욱 무서워했습니다. 어린 생명을 죽이는 일에는 절대로 동조할 수 없다고 하였어요. 십브라와 부아 같은 여인들이 우리 히브리 민족을 살리는 사람들입니다.


아들을 낳았는데 얼마나 목청이 큰지 엄마는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걱정하셨지요. 저는 그런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 우리 아이는 하나님이 지켜주실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는 하나뿐인 딸인 나에게 은근히 의지하는 것 같았어요. 무슨 일이든 나에게 상의를 했지요. 석 달이 지나자 더는 아이를 숨겨서 키울 수 없었어요. 엄마는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지요.


“엄마, 이제 이 아이는 우리 손을 떠날 때가 된 것 같아요. 이 아이를 하나님의 손에 맡겨야 할까 봐요. 역청과 나무 진을 사용해서 물이 안 들어오는 갈대 상자를 만들고 거기에 아이를 넣어 나일 강에 띄워 보내면 어떨까요? 분명 하나님께서 우리 아이를 지켜주시고 인도해 주실 거예요.”


어머니는 그 생각이 옳다고 하시면서 그렇게 하셨어요.


이런 엄청난 생각을 한 저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나일 강에 띄운 갈대 상자가 어떻게 되는가 따라갔어요.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할 수 있는 대로 최선을 다해 따라가리라 마음을 먹었지요. 다행히 갈대 상자를 사람들이 보았어요.


바로의 딸이 목욕하러 왔다가 갈대 상자를 보고 건져오라고 명령했지요.


저는 숨어서 그 모습을 보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몰라서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저를 도와주세요. 제 입에 할 말을 담아 주세요.”


저는 결례를 무릅쓰고 공주 앞으로 나아갔어요. 자칫하면 가난한 히브리인, 노예 소녀라고 멸시받고 쫓겨날지도 몰랐기에 최대한 겸손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나아갔어요. 저의 당당함에 공주는 당황하면서도 제 말을 들어주었지요.


“제가 가서 당신을 위하여 히브리 여인 중에서 유모를 찾아서 이 아이에게 젖을 먹이게 하면 어떨까요?


저는 공주가 아이를 키우고자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필요로 하는 것이 있어요. 그 필요를 자극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면 ‘Yes’라고 답을 하기 마련이지요. 공주는 제 말을 옳게 여기고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모세는 그렇게 생명을 구하고 어머니의 품에서 자라게 되었습니다.


출애굽의 영웅 모세의 출발은 이렇게 수많은 여자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어머니 요게벳, 히브리 산파, 애굽의 공주, 그리고 저도 미약하나마 힘을 보탰지요. 예수님의 족보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출발에도 여러 명의 여자가 있었습니다.


장면 2. 미리암의 노래

세월은 흘러 80년이 지나갔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동생 모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히브리 민족의 지도자가 되었어요. 하나님은 모세를 사용하여서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건져내셨습니다. 바로 왕을 굴복시키고 수많은 사람과 함께 애굽에서 나오는 장면을 여러분이 보셨더라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도 90년 넘게 살아왔지만, 이보다 더 큰 감격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더 감격스러운 장면을 목격했어요. 바로 홍해가 갈라지고 우리는 무사히 건너왔지만, 애굽 군대는 홍해에서 수장되었습니다. 그때 무뚝뚝한 모세조차도 노래를 불렀습니다. 목소리나 음정이나 박자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구원하심이 얼마나 감격스러웠던지. 모세는 홀로 소리를 높여 찬양했습니다.


“내가 여호와를 찬송하리니 그는 높고 영화로우심이요 말과 그 탄 자를 바다에 던지셨음이로다”(출15:1).1)


모세의 노래는 길게 이어졌습니다. 사람들은 모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 노래는 너무 길어 따라 부르기가 힘들었습니다. 높은 곳에 서서 소리 높여 노래하는 모세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은 존경과 감동과 기쁨이 넘쳐났습니다.


저는 그 순간 생각했어요.2) 영광은 온전히 하나님께서 받으셔야 한다. 그리고 노래는 모든 백성이 함께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쉽고 간단해야 한다. 저는 모세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소고를 치고 춤을 추면서 함께 노래하자고 했습니다. 90이 넘었는데 제가 노래를 하면 얼마나 잘하겠습니까? 그래도 정성을 다하여 노래하자 백성이 일제히 따라 부르기 시작했지요.


“너희는 여호와를 찬송하라 그는 높고 영화로우심이요 말과 그 탄 자를 바다에 던지셨음이로다”(출15:21).


독창도 훌륭하지만, 합창은 더욱 훌륭합니다. 백성은 결코 이 노래를 잊지 못할 거에요. 유월절 행사 때마다 우리 민족은 이 노래를 부를 거예요. 이날의 영웅은 모세도 아니고, 이스라엘도 아닙니다. 바로 여호와 하나님 한 분이십니다.


________________
1) 중동의 문화와 역사를 깊이 연구한 예루살렘의 히브리대학 교수인 S. D. Goitein은 모세의 노래가 ‘내가 여호와를 찬송하리니”로 시작하는 것과 달리 미리암의 노래가 ‘너희는 여호와를 찬송하라’는 명령형으로 쓰인 것에 주목하였다(S. D. Goitein, “ Women as Creators of Biblical Genres”, Prooftexts 8( 1988, 1-33 ), 7p).
국제성서 주석 출애굽기를 쓴 Martin Noth도 모세의 노래는 일인칭으로 되어 있는 독창이지만, 미리암의 노래는 회중을 향하여 찬송하라고 요구하고 함께 부른 회중 찬송임을 지적하였다(Noth Martin,’출애굽기’, 서울 : 한국신학연구소, 1981, p147). 미국의 두 구약학자 F.M.Cross와 D.N.Freedman은 “The Song of Miriam”이란 공동 논문에서 미리암의 승전가가 모세의 노래를 반복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리암의 노래가 먼저이며 모세는 그것을 확장한 것이라고 하였다(이영미, “추락하는 것에도 날개는 있다: 여성 지도자 미리암을 회상하며”, 신학연구 56집 (2010, 43-69) p47).


2) 미리암은 이스라엘 최초의 여자 선지자로서(출15:20)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나올 때 지도적 역할을 했다. 탈굼은 출애굽 당시 세 명의 지도자가 있었는데, 모세는 전승과 율법 교사로, 아론은 사람들에게 화해를 가져오는 자로, 미리암은 여성들을 교육하는 자로 제시한다(김민정, ‘민중적 여성 지도자 미리암의 재부상’, 신학사상 183집 (2018년 겨울호, 353-388), p353).



(장면 3,4는 다음호에)

장면 3. 모세에 대항하는 미리암

장면 4. 미리암의 죽음과 그 후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공유하기
  • 공유하기

작가 배경락

배경락 목사는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필리핀 선교사와 서북교회 담임목사,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강사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미국 로고스교회 협동 목사와 기독교인문학연구소 소장으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곧게 난 길은 하나도 없더라’, ‘성경 속 왕조실록’, ‘성경 속 노마드’, ‘사랑의 9가지 습관(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