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중심적 적용을 설교하라(1)
by 고상섭2020-06-16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에 대해 많은 관심이 일어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정작 실제 설교에서 적용하려고 하면 여러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설교의 적용 부분에서 천편일률적으로 그리스도를 높이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고,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는 것에 급급해서 제대로 된 적용을 선포하지 못할 때도 있다. 브라이언 채플의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나 에드먼드 클라우니의 ‘Preaching Christ in All of Scripture’라는 좋은 교재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팀 켈러는 에드먼드 클라우니 교수를 추모하며 만든 책 ‘모든 성경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하라’에서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배우면서 어려웠던 점과 그것을 극복했던 소감을 나누었다.


“클라우니 박사님이 가르치신 대부분의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는 것처럼,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실천하는 일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 9년 동안 구약 성경을 설교하면서 저는 본문에 충실한 동시에 현실과 관련된 방식으로 본문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설교하기’라는 어려운 문제와 씨름했습니다. 심지어 예수님이 특정 본문의 주제를 어떻게 성취하셨는지를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적용하는 것은 또다시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해석학적 측면에서는 건전하고 고무적으로 하지만 그 본문이 성도들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방식에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도록 구상된 것인지를 알지 못하는 상태로 남겨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들을 다루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고, 그런 문제들에 답하는 저만의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에서의 적용


팀 켈러도 우리와 동일하게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하면서 많은 고민이 있었고 나름의 해답을 찾았다고 말한다. 처음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본문 안에서 그리스도를 어떻게 드러내는가 하는 것일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많이 연습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성경 신학과 조직 신학의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구약과 신약을 오고가는 연속성에 대한 성경 신학적 이해가 깊을수록 본문 안에서 복음 조각을 발견해 내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 브라이언 채플이 말하는 FCF(The Fallen Condition Focus: 인간의 타락한 상황에 초점 맞추기)를 드러내야 한다. 모든 본문에서 일대일로 그리스도를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본문 속에 나오는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 주고, 그 대안으로서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팀 켈러가 말하는 고민은 좀 더 근원적인 고민이다.  본문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그 주제를 어떻게 성취했는지를 이해하고 선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도들의 삶 속에 구체적으로 역사하는 적용이다.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하는 사람들은 적용이 풍성하지 못하고 매번 ‘그리스도께로 나오십시오’, ‘그리스도를 바라보십시오’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기 쉽다. 팀 켈러는 그런 적용의 문제에 있어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다고 말한다.


팀 켈러 설교의 적용원리

팀 켈러의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는 에드먼드 클라우니나 브라이언 채플과 조금 다른 면이 있다. 2006년 4월 고든코넬 신학대학원에서 강의한 ‘Preaching To the Heart’(마음에 닿게 설교하기)에서 Unintentional Preaching Models (의도하지 않는 설교 모델)을 강의했다(Tim keller, Ockenga Institute Pastor’s Forum 강의안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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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는 위의 도표를 통해 오늘날 시행되는 설교를 일곱 가지 타입으로 나누었다.


1. A-B : 정보 전달식 설교 (성경 텍스트–저자의 메시지)
2. A-C : 알레고리적 설교 (성경 텍스트–그리스도의 성취) 성경 주해가 없다.
3. A-D : 교훈적 설교 (성경 텍스트-적용)
4. A-B-D : 조직 신학적 주해 설교 (청교도 설교) (성경 텍스트-저자 메세지-적용)
5. A-B-C : 구속사적 설교 (성경 텍스트-저자 메시지-그리스도의 성취)
6. A-B-C-D: 구속사적 적용 설교 (성경 텍스트-저자 메시지-그리스도의 성취-적용)
7. A-B-D-C : 마음에 닿게 설교하기 (Preaching to the Heart)


흔히 말하는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는 팀 켈러가 말하는 6번에 해당한다. 그러나 팀 켈러는 A(성경의 텍스트)에서 B(저자의 메시지)를 아는 주해의 과정을 거치고, D(적용)로 나아간다. '우리는 성경이 말하는 대로 살아야 합니다’라고 선포하고 나서, 그러나 인간은 그 기준에 따라 살지 못한다는 FCF를 드러낸다. 말씀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절망적 상태를 직면하게 해주고 그 대안으로 우리는 할 수 없지만 그 일을 성취하신 분이 계신데 그분이 그리스도이심을 즉 C(그리스도의 성취)를 드러낸다. 그리고 팀 켈러의 설교를 분석해보면 A-B-D-C-D의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성경의 메시지(A)에서 주해의 과정(B)을 거치고, 우리가 그렇게 살 수 없는 연약한 인생임(D)을 드러내 주고 그리스도께서 성취하신 일들(C)을 통해서 그 은혜로 인간이 순종할 수 있다(D)고 결론을 내린다.


 단순히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으로 설교를 끝내지 않고, 우리를 위해 성취하신 그리스도의 은혜를 선포함으로써 그 은혜로 우리가 순종할 수 있다고 적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도를 배제한 도덕적 설교와 다르고 그리스도만을 선포하는 구속사적 설교와도 다르다. 인간의 마음의 중심에서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게 하고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우상을 드러내 줌으로써 하나님을 의지하게 하고, 사랑의 우선 순위를 바꾸어 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런 방식은 좀 더 풍성하고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준다. 본문을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윤리적인 적용이 되어 인간의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인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인간이 할 수 없다는 FCF를 선언하고 그리스도의 성취와 은혜를 설교한 후에 적용으로 이끌어 가면 본문이 말하는 그대로의 선포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브라함 쿠루빌라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에 대해 비판하는 영역이 바로 적용 부분인데, 팀 켈러는 본인의 방식으로 그것을 해결한 것이다.


팀 켈러 설교의 예


마가복음 10장에는 부자 청년이 등장한다. 그는 예수님께 달려와 영생에 대해 질문한다. 예수님은 그의 진정한 주인이 재물임을 아시고, 그 재물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나를 따르라 말씀하셨다.  예수님을 선한 선생님 정도로 안다면 자신의 것을 버리지 않고도 예수님을 따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을 주님으로 인정한다면 그분의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  만약 도덕적 설교를 한다면 부자 청년은 재물을 예수님보다 더 사랑해서 버리지 못했지만 우리는 버려야 한다고 선포할 것이다. 그러나 팀 켈러는 돈이 가진 힘이 상당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돈이 자신의 죄를 보지 못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돈 앞에 늘 연약한 존재다. 주님을 위해 사는지 돈을 위해 사는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재물을 하나님의 영역으로 올려놓기도 한다. 그런 재물의 힘과 유혹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가?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 팀 켈러는 예수님께서 삼위일체의 풍성한 은혜를 누리시면서 부유하시지만 가난한 인생을 사셨다고 말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너희가 알거니와 부요하신 이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 그의 가난함으로 말미암아 너희를 부요하게 하려 하심이라"(고후 8:9)


예수님의 인생은 우리를 위해 가난한 인생이 되셨다.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친히 희생하신 삶이었다. 이 복음을 경험하게 되면 우리는 그동안 돈을 나누지 못했던 두려움과 교만에서부터 자유하게 된다. 돈을 나누지 못한 이유는 그 돈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교만 때문이다. 내가 일해서 받은 나의 소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누기가 아까운 것이다. 또한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나서 내가 돈이 필요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움이 또한 나누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 된다.


이 두 가지 장애물은 모두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복음 안에서 해결된다. 나를 위해 하늘의 영광을 버리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사랑을 생각하면 그분이 나를 지키실 것이라는 안정감과 내게 있는 모든 것이 다 내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신 것임을 알게 된다. 그 은혜를 경험하게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복음 안에서 나누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예수님은 재물이 많아서 고민하는 부자 청년이 아니라, 진정한 부자 청년이었다. 하늘의 모든 보화를 가지신, 영광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그 진정한 부자 청년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서 가난해지셨다.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팀 켈러는 마지막 적용에서 이렇게 선포한다.


“돈의 부정적인 힘을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를 구하기 위해 전부를 내주신 진정한 부자 청년을 바라보는 것이다. 예수님은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 능력은 권력과 돈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나처럼 권력과 돈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사람들에게로 흘러간다. 너는 어떻게 살려느냐?'”


팀 켈러는 재물을 나누는 삶을 살라고 분명하게 선포하며 적용한다. 그러나 단순한 적용이 아니라 그리스도 중심적 적용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는 적용이 된다. 우리의 모든 순종은 은혜의 반응이며 감사의 고백이다.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에서 중요한 것은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리스도를 통해 구체적인 삶의 정황 속에서 적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팀 켈러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은 단순한 설교의 방법론만은 아닐 것이다. “저는 이런 문제들을 다루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고, 그런 문제들에 답하는 저만의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설교를 위해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는 그의 태도를 닮아가야 할 것이다.


설교자들이여! 이제는 그리스도 중심적 적용을 설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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