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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 은총의 길 따라 하나님께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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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정현구  /  작성일 20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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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ang Eun Ok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개월 째 계속되면서 사람과의 마음의 거리도 점점 멀어지는 것 같고, 영상 예배를 계속하면서 하나님과의 영적 거리마저도 멀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될수록 정작 더 필요한 것은 사람과의 마음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이고, 특히 하나님과의 영적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이다. 어떻게 하나님과의 영적 거리를 좁히며,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을까?


코로나 사태는 주일 예배를 이전처럼 드리지 못하게 함으로 하나님과의 영적 거리를 점점 멀게 만드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 거리를 좁힐 수도 있다. 알다시피 인간은 그동안 첨단 기술 문명을 만들면서 하늘까지 잔뜩 높아졌다.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고 자연까지 조종할 수 있는 신의 자리에 올라간 것이다. 그런데 신의 자리까지 올라감으로 스스로 호모데우스가 된 인간들이 코로나 사태를 통해 바이러스 앞에서 무참히 무너지게 되었다. 우주를 정복하는 존재라고 자랑했던 인간이 우주의 먼지와 같이 연약한 존재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인간이 흙이요 먼지라는 점을 얼마나 잊고 살았는지 모른다. 구약성경의 ‘아담’이란 이름이 ‘흙’을 뜻하는 히브리어 ‘아다마’에서, 인간에 관한 학명인 ‘호모 사피엔스’의 ‘호모’도 ‘흙’을 뜻하는 라틴어 ‘후무스’에서 나왔듯이 인간이 지혜롭다고 해도 결국 흙임을 벗어날 수 없는데 그 기본을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것이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인간의 본질을 코로나 사태가 다시 자각하게 해준 것이다.

사람과의 거리두기로 인해 이전보다 혼자 길을 걸으면서 흙을 보고 밟게 되었다. 이전까지 저 흙을 내가 아닌 타자요 물체요 이용의 대상일 뿐이라고 여겼는데, 사실상 저 흙이 인간의 본질이며 사실상 나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인간이 각종 화려한 색의 옷을 입고 있지만, 인간은 흙의 색인 갈색을 결코 떠날 수 없음을 자각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이 흙과 먼지임을 알고 낮은 자리에 앉으면 비로소 그 낮은 자리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게 된다.


파스칼은 31세에 끔찍한 마차 사고를 당했다. 그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는데, 그 사건을 통해서 그는 죽음이 멀리 있지 않고 항상 자기 곁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살았다. 인간은 생각하는 능력을 가진 위대한 존재지만, 한 방울 물로도 죽을 수 있는 매우 연약한 갈대임을 그는 결코 잊지 않았다.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그의 깊은 자각이 그로 하여금 하나님께 가까이 가게 만든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 사태는 파스칼의 마차 사고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파스칼이 마차 사고를 통해 인간의 유한함을 알고 하나님께 가까이 갔던 것과 달리, 현대인들은 코로나 사태를 통해 그런 성찰을 갖지 못하고 있다. 모르기는 해도, 코로나 백신을 발견하면 인간은 다시 자신이 흙임을 망각하고 신의 자리로 올라가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교만의 높은 꼭대기에서는 하나님을 향한 길을 결코 찾을 수 없다. 야곱이 형 에서를 피해 아무것도 없는 광야의 낮은 자리에 앉았을 때 그 위로 하늘의 문이 열리고 사닥다리가 내려왔다. 야곱이 얍복강의 낮은 자리에 앉아 자아가 깨어졌을 때 하나님께서 그를 찾아오셨던 것이다. 갈색의 땅 위로 파란 색의 하늘이 펼쳐지는 것이다.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약 4:6).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예배당에 모일 수 없어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길이 막힌 것 같지만, 이 사태를 통해 우리가 흙임을 깊이 자각하며 낮아진다면 그 자리에서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길이 펼쳐진다. 이런 갈색 은총의 길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우리가 도시 문명 속에서 살면서 잃어버린 또 하나의 색깔이 있다. 그 색은 도심의 화려한 색깔에 도취되고, 인간이 만든 인공물에 눈이 팔려 보지 못했던 자연의 색깔인 녹색이다. 우리는 건물로 된 성전에 매우 익숙하다. 그 성전에 매주 올 수 없어서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거하시는 또 하나의 성전이 있다. 바로 자연이다. 자연은 인간이 만든 건물 성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하고 장엄한 성전이다. 그 속에는 인간만이 아닌 수많은 종류의 피조물들이 있고, 인간의 언어만이 아닌 다양한 피조물들의 언어들이 들린다. 그 속에는 파도 소리,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들이 거대한 합창단이 되어 하나님을 찬양한다. 그 속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과 나무 잎새들이 하나님을 향하여 손을 높이 들고 춤추며 하나님을 찬미한다.


자연을 단순한 물체나 이윤의 도구로만 봤던 현대인의 눈에는 이런 모습이 보일 리가 없다. 필립 얀시의 말처럼 “우리의 시야는 잔뜩 흐려져서 물질세계 외에는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필립 얀시, ‘기도’ 32쪽). 그러나 자연을 또 하나의 성전으로 깨닫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거대한 우주적 예배에 참여한다면 우리는 자연을 통해서도 하나님께 가까이 갈 수 있다. 구약의 시편 기자가 그랬다.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언어도 없고 말씀도 없으며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의 말씀이 세상 끝까지 이르도다”(시편 19:1-4).


시인은 거대한 우주 속에 창조주를 향하여 노래하는 수많은 언어들이 만드는 거대한 합창을 듣고, 자신도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우주적 예배에 찬양하면서 참여한다.


“온 땅이여 여호와께 즐거이 소리칠지어다 소리 내어 즐겁게 노래하며 찬송할지어다”(시 98:4)

 
거대한 자연을 보면서 하나님께 가까이 갈 수 있지만, 도심에서 만나는 소박한 자연을 통해서도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다. 콘크리트 길가에 핀 작은 꽃, 계절마다 변하는 나뭇잎 색을 보면서, 도심에 찾아와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들으면서 창조주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도 공중의 새와 들의 꽃을 보면서 하나님을 향한 영적 오솔길을 매일 걸으셨다.


“공중의 새를 보아라.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곳간에 모아 들이지도 않으나, 너희의 하늘 아버지께서 그것들을 먹이신다. 너희는 새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마 6:26)


코로나 사태 이후 자연이 더욱 생기를 얻게 되면서 그 속으로 열린 영적 오솔길들이 더 많아졌다. 이전처럼 자연을 사물로만 보지 말고 또 하나의 성전으로 보면서 다른 피조물들과 함께 하나님을 찬양한다면 우리는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이 녹색 은총의 길이다.


우리는 창조 세계를 보고 묵상하면서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갈 수 있지만, 녹색 은총의 길이 우리를 하나님께 인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길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게 해주는 곳까지는 인도하지만,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를 온전히 깨닫게 해주는 곳까지 이끌어가지는 못한다. 창조의 장엄함을 보게는 하지만, 파괴된 창조 세계와 그 속에서 죄로 병든 인간을 어떻게 구원하는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훼손된 자연 세계의 탄식과 고통을 해결하시는 구원주 하나님을 만나게 하지는 못하기에 또 다른 길이 필요하다.


그 길은 갈보리 언덕에서 시작된, 그곳에서 흘린 십자가 보혈이 만든 새로운 길이다. 그 길은 자연이 우리를 인도하는 성전의 뜰의 한계를 넘어 성전 휘장을 가르고 지성소 안까지 인도한다. 그 길은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감탄을 넘어,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에 대한 감격으로 이끌어간다. 녹색 은총의 길이 피조물 된 우리들을 창조주 하나님께 인도한다면, 적색 은총의 길은 죄인 된 우리들을 구주 하나님께로 이끌어간다. 십자가 보혈이 만든 길은 우리를 구원의 은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한다. 매일 말씀을 펼치면 그 속에 십자가의 은혜의 길이 열려 있다. 그 길을 따라 회개하고 찬송하고 기도하면서 매일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이 적색은총의 길이다.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 처하며 산다. 어떤 때는 길이 열리고 어떤 때는 길이 막힌다. 코로나 사태는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을 막아 버린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길은 언제나 어디서나 열려 있다. 우리의 눈이 감겨 있을 뿐이다. 지금도 갈색, 녹색, 적색, 삼색 은총의 길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우리 앞에 펼쳐진 삼색 은총의 길을 찾기를, 그 길을 통해 모든 때 모든 곳에서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기를, 그리하여 하나님께서 우리 곁에 계심을 체험하는 축복이 있기를…. 
 

작가 정현구

정현구 목사는 부산대와 서울대학원 영문과를 거쳐 고신대신대원(신학)과 예일대와 밴드빌트 대학(기독교사상사)에서 수학했으며, 서울영동교회 담임목사와 기윤실 공동대표, 희년선교회 이사장, TGC코리아 이사 등으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광야에서 삶을 배우다’, ‘다스림을 받아야 다스릴 수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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