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리더십의 모형으로 선지자와 제사장과 왕을 사용하지 마십시오
by Timothy Paul Jones2018-11-12

한 권의 책을 저술하고 편집하는 일은 꽤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 심지어 이미 저술한 책을 완전히 새롭게 편집할 경우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사실 작년에 내가 바로 그 일을 했다.


번거롭기 그지없는 작업을 시도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선지자, 제사장, 왕이라는–개혁 교회 리더들 사이에서 점점 더 일반화되고 있는 패턴인–리더십의 모형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3중직 (Munus Triplex)


대략 십 년 전 즈음의 일이다. 당시 교회를 개척하려던 사람들을 통해 ‘왕 같은 리더’(kingly leader) 혹은 ‘제사장적인 유형’(priestly type)이라는 식의 표현을 듣게 된 적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을 두 유형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그런 리더십의 모형이 있음을 알게 됐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저는 목양하는 일에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제사장보다는 왕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제가 목사가 된다면 상담과 심방을 대신할 사람이 필요할 것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또 어느 목회자 후보생은 비슷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저는 선지자적인 교사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사역의 전략과 비전을 다루면서 제 리더십 스타일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왕 같은 리더를 찾고 있습니다.”


저는 이들과 깊이 교제할수록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모델로 삼은 리더십의 근거가 성경에 있다고 확고히 믿고 있었다. 즉 예수님과 같은 리더가 되는 일은 예수님이 성취하신 구약성경의 직분들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을 모방하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선지자, 제사장, 왕이라는 3중직은 그들에게 자신만을 위한 리더십의 모형을 제공해 주었다. 이 모형을 주창하는 사람에 의하면, 선지자적 리더는 ‘하나님의 말씀을 설교하는 일에 불타는 열망을 가진 대언자’이다. 반면, 왕적 리더는 ‘어떻게 비전을 수립하고 조직하며 실행하는지를 아는 지도자’이다. 더 나아가 제사장적 리더는 ‘사람들의 필요를 돌보고 대인 관계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역자’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이러한 리더십 모형은 개혁 교회의 목회자들과 교회 개척자들 사이에서 점점 더 대중화되었다. 내가 아는 교회 개척자들은 존 프레임(John Frame)과 번 포이트레스(Vern Poythress)의 삼중관점적 접근(the triperspectival approach)이 교회 개척 컨퍼런스에서 듣게 된 리더십 모형 이론을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나도 처음에는 그 모형이 적용되는 방법들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했다. 특히 이 모형으로 인해 나는–‘제사장적 역할’이라고 간주되는–돌봄의 사역을 타인의 손에 맡길 수 있었다. 또한 일부 목회자 후보생들은 상담이나 성도들의 영적 상태를 돌보는 일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바가 아니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내가 ‘당신보다 앞서 가시는 하나님’(The God Who Goes before You)이라는 리더십 서적을 공동 저술하기 시작할 때 세운 목표가 있었다. 이는 교회 리더들이 선지자, 제사장, 왕이라는 고정된 카테고리에 집착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루는 일이었다. 그리고 책의 저술을 끝마칠 때 도달한 결론은 이러했다. 바로 새 언약 시대의 리더들에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적용해 온 모형 이론이 근본적으로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서두에 거론한, 책을 거의 처음부터 다시 쓰게 된 이유이다.


3중직을 사용할 때 수반되는 문제들


물론 3중직은 그 자체만으로 성경적인 배경을 띠고 고대사회로까지 소급되는 기원을 가진 훌륭한 구조이다. 그러나 선지자, 제사장, 왕이 다른 지위에 있는 서로 다른 리더들의 역할을 묘사한다는 개념은 비성경적인 현대 사상이다.


이제 내가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도록 이끌어 준 수많은 성경의 진리들 가운데 세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1. 구약성경에서 왕직은 조직적 리더십이 아니라 언약적 신실함과 관련되어 있다


이스라엘 왕의 주요 임무는 하나님의 언약을 신실하게 따르는 일에 모범을 보이는 것이었다. 이 사실은 특별히 모세가 향후 등장하게 될 이스라엘 왕들에게 전한 명령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율법책을 기록하라”(신 17:18).


이 명령은 각 왕들로 하여금 백성을 판단할 때에 정의가 그 기준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했다. 또한 적이 백성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하나님의 도우심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분과의 언약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때 비전을 조직화하는 전략들은 이스라엘 왕의 필수 자격 요건에 해당되지 않았다.


즉 왕의 리더십과 조직화를 위한 전략을 동일시하는 것은 리더십에 관한 현대 서구사회의 개념을 구약성경의 언약적 왕직을 이해하는 일에 삽입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 새 언약에서 왕직과 제사장직은 개별적인 역할들이 아니라 공동의 직분이다

 

하나님은 새 언약의 백성들을 완전한 대제사장이자 왕이신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근거하여 “왕 같은 제사장”으로 임명하셨다(벧전 2:9; 딤후 2:12; 계 5:9-10). 곧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을 통해 모든 민족과 나라의 형제자매들이 단일한 제사장 직분을 얻게 되었다.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는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왕같이 되거나, 더 제사장처럼 될 수 없다. 그리스도가 가진 왕적 제사장 직분(Christ’s royal priesthood)의 모든 측면들이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우리의 공동 소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여러 구별된 은사들을 서로 다른 교회의 리더들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유의할 점이 있다. 제사장과 왕의 직분이 어느 한 개인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뚜렷하게 지니고 있는 개별적인 역할을 가리킨다고 이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이해다. 제사장과 왕의 직분은 그리스도와의 연합 안에 있는 모든 공동체가 함께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고린도 교회의 몇몇 교인들이 각각 ‘왕 노릇’을 하고자 했을 때, 바울은 그들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는 자리로 돌아가 자신과 같이 종으로 섬기는 삶을 본받으라고 명령했던 것이다(고전 4:1, 8, 16절).


3. 가르치는 일은 선지자보다도 제사장과 훨씬 더 뚜렷하게 연관된 사역이다


이 모형에 따르면, 유능한 교사는 선지자적 리더에 해당한다. 그러나 성경은 가르치는 일을 반드시 예언과 연관시키지는 않는다. 사실 가르치는 일은 선지자보다도 제사장과 관련된 사역으로 빈번하게 나타난다(레 10:10-11; 왕하 12:2; 대하 15:3; 17:7-9; 35:3; 스 7:6-10; 느 8:7-9; 사 28:7-10; 렘 18:18; 겔 7:26; 22:26; 미 3:11; 말 2:7-9).

선지자들은 기록된 계시를 해석하거나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직접적인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나님의 계시를 선포하는 일은 앞서 주어진 다른 계시들이나 또는 그들의 선포에 뒤따르는 사건들에 비추어 검증되었다(민 12:6-8; 신 18:19-22).


심지어 3중직이 서로 다른 리더십의 유형들을 묘사하는 일에 사용될 수 있다 치더라도, 예언이 가르치는 일에 직접 연관된 사역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 더욱이 신약성경에서 예언은 1세기의 모든 성도들이 받을 수 있는 은사로 묘사된다(행 2:17; 고전 14:1-5, 31-39).


결국 선지자, 제사장, 왕이 다양한 직분에 있는 서로 다른 리더들이 가진 역할이라는 개념은 최근의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내가 발견한 최초의 언급은 1967년에 출판된 R. B. 카이퍼(Kuiper)의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몸’(The Glorious Body of Christ)에서 등장한다. 그러나 목회 리더십에 관한 책을 쓰며 성경을 연구한 결과, 이 모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수개월을 들여 완성했던 책을 다시 저술하게 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3중직은 분명히 우리의 리더십을 구체화한다. 하지만 그 직분들은 일종의 리더십 모형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성취되어 그와 연합한 모든 하나님의 백성들을 위한 기능으로써 다루어질 때 우리의 리더십을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Don’t Use Prophet, Priest, and King as a Modern Leadership Typology
번역: 장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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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Timothy Paul Jones

티모시 폴 존스는 The 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그는 The 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의 기독교 가정 사역 교수이며, 부학장을 맡고 있다. Sojourn Community Church의 교육 목사로 섬기고 있으며, '가정사역 패러다임 시프트'를 비롯하여 다수의 책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