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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아는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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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이춘성  /  작성일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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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P

타임(Time)지가 선정한 25인의 복음주의 지도자 중의 한 명이며, 20세기 기독교 복음주의 진영을 대표했던 신학자 패커(J. I. Packer)가 향년 93세의 나이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이 땅에서의 그의 사명을 다하였다. 1990년대 중반에 대학을 다니며 대학생 선교단체를 통해 신앙의 깊이를 다졌던 나와 같은 X세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제임스 패커(J. I. Packer), 존 스토트(John Robert Walmsley Stott), 로이드 존스(David Martyn Lloyd-Jones)는 성경과 세상을 보는 바른 관점을 형성하도록 도와준 고마운 신학자이자 설교자들이었다. 특별히 이 세 명은 영국의 복음주의의 부흥을 이끈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 중에서 둘은 현직 목회자와 설교자였지만 패커는 영국 버밍햄(Birmingham)에서의 3년간의 짧은 목회 기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간 동안 사역자를 교육하고 양성하는 신학교에서 신학자와 교회의 교사로서의 소명을 다하였다. 특별히 그가 캐나다로 건너가 몸담았던 리젠트칼리지(Regent College)는 복음주의 신학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역자를 길러내는 데 크게 기여한 곳이었다.


패커는 은퇴 이후에도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쳤다. 단독 저자로 쓴 단행본만 26권 이상이며, 공저자로 참여한 책들과 단편 논문 등을 합하면, 그의 저술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하다. 앞에서 언급된 그의 동료 존 스토트와 로이드 존스가 설교단과 목회 현장, 선교지에서 목소리를 통하여 영국과 전 세계의 기독교인들과 대화하였다면, 패커는 그의 낡은 수동 타자기를 통해 쉴 새 없이 생산했던 글과 책으로써 대화하였다. 그가 쓴 청교도 저작에 관한 연구들과 기독교 신앙의 핵심 교리와 실천, 예를 들어 ‘삼위일체’, ‘성경관’, ‘십계명’, ‘기도’ 등에 관한 책들은 그만의 명쾌하고 간결한 문체로 읽는 이로 하여금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특히 그가 쓴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전 세계적으로 백만 부 이상 팔린 금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비교적 패커의 초기작이지만 다른 어떤 책들보다 영향력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존 스토트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읽은 후 “패커가 다루고 있는 진리는 가슴에 불을 붙인다. 적어도 나의 가슴을 뜨겁게 할 뿐 아니라, 돌아서서 경배드리고 기도하게끔 강권하는 힘이 있다.”고 극찬하였다. 패커의 대표 저작인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의 하나님에 대한 피상적인 앎에 대해 깨닫게 만들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1973년은 1968년에서 1972년에 완성된 프란시스 쉐퍼의 3부작(Francis A. Schaeffer Trilogy)으로 알려진 ‘존재하시는 하나님’(The God Who Is There), ‘이성으로부터의 도피’(Escape from Reason), ‘존재하시며 말씀하시는 하나님’(He Is There and He Is Not Silent)이 완성된 바로 그 다음 해였다. 쉐퍼는 그의 책에서 당시 서구 유럽 사회에서 내용 없이 종교적인 구호로 불렸던 ‘십자가’, ‘예수’, ‘하나님’ 등의 공허한 단어의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하였다. 사람들은 이런 기독교적 용어들에 익숙하여 성령, 성자 예수님, 성부 하나님이 누구이며, 역사 속에서의 십자가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단지 이것들이 풍기는 이미지와 자신의 실존에 미치는 의미에만 집착하였다. 쉐퍼는 당시 교회 안에 만연한 이러한 신앙의 피상성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였다.


패커도 쉐퍼의 문제의식을 공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쉐퍼가 현대 사회의 세속적 문화와 사조에 물든 교회의 문제점을 진단하였다면, 패커는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하나님을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면서 화석화 된 기독교 교리 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패커는 그의 책을 통해 지금도 유효하고 중요한 질문인 “하나님을 아는 것”과 “하나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을 안다고 했을 때의 앎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당시 그리스도인들에게 물었다. 그는 하나님을 아는 것은 단지 하나님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아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란 인격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통한 앎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앎의 대상인 하나님이 알게 해주시는 것을 통해 더 깊이 알게 된다고 말하였다. 이러한 패커의 설명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앎이 샤머니즘과 같은 신에 의한 일방적인 신탁이 아니며, 또한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신화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였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인격적인 지식이라는 의미다. 이 사실은 당시 사람들에게 기독교 신앙이 오래된 신화나 박물관의 화석이 아니라 창조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유효할 뿐 아니라 살아있는 지식이라는 사실을 설득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렇게 패커는 당시의 그리스도인들을 살아계신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떠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나에게도 패커의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그의 의도에 따라서 지금도 바르게 작동하고 있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꽤 오래전부터 매년 한 번씩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읽기로 다짐하였고, 실천하고 있다. 내가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하나님을 안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고, 나의 신앙을 살아 숨 쉬게 하기 위해서였다. 자칫 기독교와 교회의 문화 속에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하나님에 대해 아는 지식으로 변하여, 감동 없이 사람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자랑하는 수단으로 변질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의 책은 나에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패커는 우리 곁에 없다. 하지만 그가 남긴 보물인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어거스틴의 ‘고백록’처럼 많은 사람을 영적으로 각성시키는 메가폰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생전에 패커는 그를 영적으로 각성시킨 청교도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매년 한 번씩 읽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두 눈으로 볼 수 없게 된 2016년 이후, 그는 더이상 ‘천로역정’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천로역정’을 읽을 필요가 없을 만큼, 그의 몸 구석구석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패커에게 ‘천로역정’이 있었다면, 이제 우리에게는 패커의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있다. 그를 추모하는 방법이 여럿이겠지만, 나는 그가 남긴 위대한 선물인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책장에서 꺼내어 읽으려 한다.

작가 이춘성

이춘성 목사는 20-30대 대부분을 국제 라브리 회원으로 기독교 공동체 운동과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쳤다. 지금은 광교산울교회 협동목사로 섬기며 고신대에서 기독교윤리 박사 과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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