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에 나타난 복음
by 박용기2020-09-20

십계명에 나타나는 ‘나와 너’의 인격적 관계를 모른 채로 이것을 행하라, 저것을 행하지 말라는 명령은 십계명을 오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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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은 신약 성경뿐만 아니라 구약에도 나타난다. 바울은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음’으로 의롭게 되었고, 모든 민족이 그를 통해서 복을 받는 ‘복음’(갈 3:8)이 아브라함에게 전해졌다고 했다. 복음은 모세의 율법에도 담겨 있고 십계명에도 녹아 있다. 복음의 안경을 쓰고 십계명과 율법을 살펴보자.
 

1. 십계명은 복음으로 시작한다


십계명에는 ‘하라’는 두 가지의 명령과 ‘하지 말라’는 여덟 가지의 명령이 나온다. 그러나 십계명은 이런 명령들 이전에 하나님의 구원의 복음을 먼저 선포한다. 구약성경에서 복음은 내가 행한 어떤 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행하신 일이다.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출 20:2).


십계명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행해야 할 일보다 먼저 하나님이 행하신 일이 선포되고 있다. 김형익 목사는 ‘율법과 복음’에서 율법과 복음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은 문장구조로 설명한다. 율법은 ‘만약 이렇게 행하면, 그러면 살리라’(if/then)는 문장 구조를 갖지만, 복음은 ‘내가 너를 위해서 다 했다. 그러므로 너는 살 것이다’(because/therefore)는 순서를 가진다고 강조한다. 십계명에서 이런 복음적 문장 구조가 발견된다. 십계명은 ‘만약 네가 이 일을 행하면 그러면 내가 너를 구원 하겠다’로 시작하지 않는다. ‘나는 너를 구원했다. 그러므로 너는 살았다’는 복음의 구조로 시작한다.


2. 십계명은 인격적인 관계에서 시작된다


십계명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을 ‘네 하나님 여호와’(The Lord your God)로 소개하며 시작한다(2절). 이것을 행하라, 행하지 말라는 명령 이전에 하나님이 누구 신지를 먼저 소개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신 구원자 하나님이시다.  출애굽 3개월 만에 시내산에 도착한 이스라엘 백성은 창세기 족장들이 경험하지 못한 구원자 하나님을 경험하여 알게 되었다.


“너희를 내 백성으로 삼고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리니 나는 애굽 사람의 무거운 짐 밑에서 너희를 빼낸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인 줄 너희가 알지라”(출 6:7).


십계명에 나타나는 ‘나와 너’의 인격적 관계를 모른 채로 이것을 행하라, 저것을 행하지 말라는 명령은 십계명을 오해하게 만든다. 십계명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 되시며,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는 관계가 먼저 선포한다.


3. 십계명은 매력적인 공동체를 만든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백성’(출 19:6)의 역할을 감당하게 하려고 십계명을 주셨다. 십계명은 신자의 구원을 위해서 주신 것이 아니라, 신자의 구원이 외부로 드러나게 하기 위해서 주신 것이다. 십계명은 구원받은 백성이 이 땅에서 어떻게 이웃을 배려하고 살아야 하는지 그 기준을 알게 한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거짓증거 하지 말라’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는 명령은 구원받은 개인이 어떻게 이웃을 사랑하는 공동체를 세울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예수님은 신자들에게 세상이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고 명령하셨다. 신자는 하나님 앞에서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지만, 사람들 앞에서 ‘행함’을 통해서 의로움을 인정받게 된다(약 2:24).


4. 십계명은 ‘계명’을 포함하는 ‘말씀’이다


“하나님이 이 모든 ‘말씀’으로 말씀하여 이르시되”(And God spoke all these words),


십계명은 히브리 성경에서는 ‘열 마디 말씀’(아세렛 하데바림, The Ten Words)표현된다(출 34:28; 신 4:13; 10:4). ‘계명’은 히브리어로 ‘미츠봐’(mitswah)이다. ‘계명’은 종종 ‘말씀’(다바르)과 동의어로 사용되나, 일반적으로 계명은 ’하라’ 혹은 ‘하지 말라’는 명령을 의미하며, 말씀은 계명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십계명에는 열 가지 ‘계명’도 있지만, 구원자 하나님(2절), 창조주 하나님(11절)을 소개하는 말씀과 하나님이 그 백성을 위해서 행하신 말씀도 포함되어 있다.


5. 모세가 설교한 복음


모세는 신명기에서 신세대를 대상으로 다시 한 번 ‘말씀’(다바르)을 선포한다(신 1:1). 모세는 율법을 선포하는 한복판에서 갑자기 복음을 전한다. 하나님께서 장차 ‘모세와 같은 선지자’를 통해서 하나님의 ‘말씀’(다바르)을 그 백성에게 알게 하실 것이며(신 18:18),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신 18:15)라는 말씀을 전한다. 베드로와 스데반은 설교를 통해서 모세의 율법에 예언된 선지자가 바로 예수님이며(행 3:22; 7:37), 그의 말씀을 듣고 믿음으로 율법이 완성된다는 복음을 설교한다.  


모세는 신명기에서 그의 설교를 마무리하는 절정에서 다시 한 번 복음을 선포한다. 모세는 율법이 지키기 어려운 것도 아니며, 이스라엘 백성들이 율법을 지킬 수 있다는 황당한 말씀을 전한다(신 30:11-14). 어떻게 인간이 ‘말씀’과 ‘계명’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인가? 모세는 이런 말씀을 전한 배경에는 하나님이 행하실 미래적 사건이 있다. 하나님이 장차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에 ‘할례를 행하셔서 마음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게 하사 너로 생명을 얻게 하실 것’(신 30:6)이라는 미래적 사건을 전제해서 율법을 전했다. 바울은 이 말씀(신 30:11-14)을 예수님에게 적용하여 ‘말씀(로고스, 다바르)이 네게 가까워서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으니 …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른다는 복음을 선포했다(롬 10:8-10).


모세가 선포한 ‘말씀’은 토라, 율법으로도 불린다. 히브리어 성경에서 토라(torah)는 130회가 사용되는데, 원래 의미는 교훈(instruction), 지시(direction)이다(The Lexham Bible Dictionary). 예수님은 ‘모세의 토라’를 구약의 처음 다섯 권의 책으로 말씀하신다(눅 24:44). 유대인들은 토라를 잘 지키기 위해서 출애굽기, 레위기, 신명기에서 248개 ‘하라’는 명령과 365개 ‘하지 말라’는 총 613개의 명령을 찾아낸다. 이 613개 명령이 강조되면서, 토라는 후대 70인역 헬라어 성경에서 율법(노모스, law)으로 번역된다. 토라는 넓은 의미로 모세 오경, 좀 더 좁히면 613개 율법들, 더 축약하면 십계명이 되며, 예수님은 율법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요약하셨다(마 22:37-40).

토라는 넓은 의미로 모세 오경, 좀 더 좁히면 613개 율법들, 더 축약하면 십계명이 되며, 예수님은 율법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요약하셨다(마 22: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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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용기

박용기 목사는 사우스웨스턴신학교에서 목회학을 공부(DMin)하고 사우스웨스턴신학교 초빙교수와 샌앤젤로한인침례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으며, 저서로 ‘팀 켈러의 변증설교 15편 분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