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를 공부할 때 흔히 갖는 질문 3가지
by 김상일2020-11-09

켈러가 우리에게 주문하는 것은 우리가 처한 지역적, 문화적 상황 속에서 우리 나름대로의 신학적 비전을 세워가는 작업을 위해서 자신의 사례를 참고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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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팀 켈러를 공부하는 목회자들 모임에 참여해서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최근 한국 교회 안에 팀 켈러와 그의 신학에 대한 열풍이 불면서 신학생이나 목회자들, 그리고 기독교 서적을 즐겨 읽는 성도들 사이에 그의 저서를 읽고 함께 공부하는 모임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켈러가 구사하는 논리나 언어, 논증 방식이 그가 최근까지도 목회하고 사역했던 뉴욕 맨하탄 지역의 사람들에게 상황화되어 있는 까닭에 많은 분들이 한국적 상황에서 켈러의 주장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 지 좀 애를 먹는 것 같다.


필자가 처음 ‘팀 켈러의 중간 지대 신학하기’라는 주제로 TGC코리아에 글을 연재하기로 했던 목적이 사실 이런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함이었는데, 여전히 한국의 상황 속에서 팀 켈러의 신학적 비전을 적용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앞에서 언급한 목회자 분들의 모임에 참석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 나왔던 질문들 중에서 세 가지를 골라서 나름대로 답을 해보고자 한다. 아무쪼록 도움이 되면 좋겠다.  


1) 팀 켈러는 너무 탁월해서 일반 목회자들이 따라가기가 너무 어렵다?


팀 켈러는 여러 면에서 일반 목회자들을 상당히 움츠러들게 하는 인물임에는 확실하다. 그의 독서량은 가히 신학자 수준에 필적할 정도이며, 그의 깊은 사고와 창의성은 일반적인 목회자들이 흉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 면에서 많은 목회자들이 켈러의 글을 읽다가 “내가 켈러처럼 하려고 하는 건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려는 격인 것 같다”는 생각에 제풀에 포기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기억하셔야 하는 것은, 팀 켈러가 자신을 그대로 따라하라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팀 켈러는 이렇게 얘기한다.
  

“목회자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는 개인적으로 영향을 끼친 방법이나 프로그램을 무조건 반복하는 것이다. 어떤 곳에서 영향력 있는 사역을 경험하고서는, 그 방법론이나 프로그램을 그대로 다른 세계에 가져다가 전혀 변화 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만일 그들이 45분 동안 한 절 한 절 강해하는 설교에 의해서 영향을 받았다면, 또는 특정한 형태의 찬양 사역에 은혜를 받았다면, 또는 특별한 예배 순서나 시간에서 도움을 받았다면, 그들은 그것을 아주 자세한 세부 사항까지 그대로 복제한다. 그들은 이미 부지불식간에 방법론 중심, 프로그램 중심이 되어 사역 방식을 자기 자신에게 맞추고 있는 것이다. 곧 복음을 전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전혀 상황화하지 않은 것이다.”(센터 처치, 206쪽)


그렇다면 켈러를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점은 켈러가 하는 말을 모두 숙지하는 것도, 켈러의 교회 운영 방식이나 프로그램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일도 아니다. 켈러처럼 지적으로 탁월한 사람일 필요도 없다. 다만 켈러가 우리에게 주문하는 것은 우리가 처한 지역적, 문화적 상황 속에서 우리 나름대로의 신학적 비전을 세워가는 작업을 위해서 자신의 사례를 참고하라는 것이다. 켈러는 신학적 비전을 ‘복음에 대한 충실한 재서술’이라고 정의하며, 각각의 문화적, 시대적 상황마다 복음은 새롭게 재서술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신학적 비전은 각 교회마다, 목회자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신학적 비전을 세워가기 위해서 물어야 할 다음 여덟 개의 질문에 대해서 목회자들이 답하는 방식이 모두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 복음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 복음을 현대인의 마음에 다가오도록 제시할 것인가?
• 문화는 어떤 모습이며, 우리는 문화에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대항하면서 소통할 것인가?
•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도심, 외곽, 신도시, 시골 등) 우리의 지역적 위치가 우리의 사역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 공공 영역과 문화 생산에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참여할 것인가?
• 교회 안의 다양한 사역들 (말씀, 봉사, 공동체, 교육 등)을 어떻게 상호 연결할 것인가?
• 우리 교회는 얼마나 혁신적이며, 얼마나 전통적이어야 하는가?
• 우리 교회는 도시와 지역 안에서 다른 교회들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 기독교의 진리를 세상에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 (센터 처치, 28쪽)


이 여덟 개의 질문들에 답하는 일은 굳이 켈러처럼 지적인 탁월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각각의 목회자들이 자신이 목회하는 지역과 문화의 현재 상황을 잘 파악하고, 그 상황 속에서 이 질문들에 대답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고민하면 된다. 그리고 켈러는 자신이 하는 얘기들을 그런 작업을 할 때 참고하라고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목회자들이 켈러는 너무 똑똑해서 따라하기가 벅차다는 생각을 전혀 가질 필요가 없는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다. 


2) 팀 켈러는 너무 논리가 강해서 논리보다 정서가 더 강한 한국 사람들에게 잘 맞지 않는다?


팀 켈러는 논리가 강하다. 그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면이 자칫 잘못하면 한국의 목회자들과 신앙인들에게 켈러가 말하는 것들이 한국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고 오해하게 만드는 벽으로 작용할 수가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도시 문화권에서 사는 사람들, 특별히 젊은 세대 중에는 켈러가 사용하는 논리를 어렵지 않게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만약 켈러의 논리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었다면, 왜 한국 교회에는 그토록 켈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가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기성세대들에게 켈러가 하듯이 논리를 강하게 부각시키는 식으로 사역할 경우 소통이 막히는 위험을 자초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질문 또한 앞의 질문과 마찬가지로, 팀 켈러가 자신을 모방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시골 교회에서 목회하시는 목회자 분께서 팀 켈러처럼 도시 지역에 특화된 목회자의 신학적 비전을 그대로 모방하면서, 켈러의 강한 논리 또한 그대로 가져오고자 한다면, 그 목회자는 결코 자신이 속한 지역을 위한 목회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켈러는 뉴욕 맨하탄 지역의 문화적, 지역적 정서를 받아들여서 자신의 목회 스타일에서 논리가 상당히 강해지도록 자신의 신학적 비전을 특화시켰다는 점이다. 논리적인 면보다는 정서적인 면이 더 강한 사람들을 주 대상으로 해서 목회하는 목회자 분들은 반드시 그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누구나 지적인 욕구, 정서적인 욕구, 관계적인 욕구 등등의 욕구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문화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큰 그림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런 면에서 중요하다. 그 말은 정서적인 욕구가 강한 지역이나 문화권에 산다고 해서 지적이고 논리적인 부분을 경시해서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복음을 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요는, 목회자들은 어떤 지역에서 목회를 하더라도 인간이 어떤 존재이며, 문화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팀 켈러가 인간과 문화에 대해서 그리는 그림은 어떤 지역이나 문화권에서도 복음을 상황화함으로써 나름의 신학적 비전을 만들어가는 목회자 분들에게 확실히 도움이 된다. 물론 팀 켈러의 그것만 참고할 필요는 없다. 신학적 비전을 세워가면서 도움이 되는 책이나 자료들은 누구의 것이든 참고하면 된다. 


3) 팀 켈러는 공동체를 세우는 일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를 안 한다?


얼핏 보면 팀 켈러는 공동체를 세우는 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언급을 안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센터 처치 652-674쪽에서 공동체를 세우는 일에 대해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러는 교회 공동체를 세우는 일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한다는 인상을 받을 가능성을 남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켈러는 공동체를 세우는 일은 사람들이 복음을 깊이 깨닫게 되고, 복음을 믿게 되는 일, 즉 그가 말하는 복음 부흥이 일어나게 되는 일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켈러에게 있어서 공동체를 세우는 일의 핵심에는 복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자리하고 있다. 복음이 연결하고 소통시켜주는 하나님의 강력한 능력이라는 점은 이런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만약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이 복음을 제대로 깨닫고 믿기 시작하면 좋은 공동체, 서로 연결하고 소통하는 공동체를 세워가기 위해서 헌신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복음에 대한 깊은 이해는 교회 공동체 세우기뿐만 아니라 교회가 하는 모든 사역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교회가 전할 메시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 교회는 세상에서 능력 있게 사역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 복음을 여전히 배우고 깨달아 가야할 사람들에게도 복음적인 공동체가 어떤 모습인지를 알려주기가 어렵다.


이런 면에서 켈러는 특히 교회 바깥에 복음을 전하기 전에 교회 안에서 복음 부흥이 일어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교회 안에서 복음 부흥이 일어난다는 말은, 이제껏 복음과 도덕 사이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고, 특정한 정당과 기독교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던 기성 신자들이 복음이 가진 능력을 이해하게 되고, 실제로 그 능력을 체험하게 되면서 교회 안에서 생기는 변화를 가리킨다.


교회 공동체를 세워가는 일을 직간접으로 담당하는 모든 사람들이 복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그 이해를 새로 교회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복음에 깊이 뿌리내린 공동체, 바깥 문화와도 힘있게 연결하고 소통하는 공동체를 세워갈 수 있을 것이다. 

교회 안에서 복음 부흥이 일어난다는 말은, 이제껏 복음과 도덕 사이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고, 특정한 정당과 기독교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던 기성 신자들이 복음이 가진 능력을 이해하게 되고, 실제로 그 능력을 체험하게 되면서 교회 안에서 생기는 변화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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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상일

김상일 작가는 UC 버클리(B.A.), 고든콘웰 신학교(M.Div) 졸업 후, 현재 보스턴 대학교에서 기독교 교육과 실천 신학으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현재 서평 쓰는 남자 블로그(www.likeellul.com)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팀 켈러에 관해서 기독교 윤리 실천 운동 "좋은 나무" 웹진과 시니어 매일 성경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