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잃은 뒤, 욥기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by Kimi Harris2019-02-12

열두 살 무렵, 나는 욥기를 처음 읽었고 무척 당황했다. 주일학교 때 배운, 사랑하는 자녀를 돌보며 지켜 주신다는 하나님을 거기서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욥기를 읽으며 그런 하나님을 분명히 발견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의로운 사람에게 온갖 종류의 고통을 주도록 사탄에게 권한을 주신 하나님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쉽게 두려움에 빠지던 섬세한 아이였던 나에게 욥기는 위로를 주지 않았다. 따라서 그 뒤로는 하나님이 항상 함께하신다며 부모가 나를 위로할 때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는 했다.


그런데 너무 놀랍게도, 이제 욥기는 내게 가장 큰 위로를 주는 성경이 되었다. 도대체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나는 남편과 어린 나이에 결혼했고, 결혼한 지 8주 만에 아이를 가졌다. 첫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만큼이나 미래에 대해 큰 소망을 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소망은 늘 하던 초음파 검사를 끝낸 뒤 들은 절망적인 진단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의사는 우리 딸의 심장에 문제가 있어 세 번의 심장 절개 수술을 하지 않으면 태어나서 얼마 후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슬픔은 번개처럼 빠르게 찾아올 수 있다. 나는 내 딸에 대한 사랑과 두려움을 느끼며 부풀어오르는 배를 움켜쥐고 눈물을 흘렸다.


형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다


얼마 뒤, 우리는 새로운 현실과 씨름할 시간을 갖기 위해 아름다운 해안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운전하며 가는 길에 우리는 욥기에 대한 존 파이퍼의 설교 시리즈를 들었다. 설교를 들으며 강력히 우리를 짓누르던 두려움이 잠잠해졌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 있는 고난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때 고난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만든다. ‘내가 도대체 무얼 했기에 이런 일을 당하는 걸까?’ 바로 이런 의문이 고난 가운데 있는 우리의 마음속에 머문다.


이 질문은 분노와 자기 의로 가득한 분개 때문에 일어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우리 스스로가 고난을 야기했다는 혼란과 두려움 가운데 발생할 수도 있다. 바로 그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던 우리 부부에게 욥기는 큰 위로를 주었다. 우리가 죄를 더 많이 지었기 때문에 더 많은 고난에 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욥기가 보여 준 것이다. 욥은 온 땅에서 가장 의로운 사람이라는 칭찬을 들었지만, 동시에 극심한 고난을 경험했다.


욥기는 인간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없는 슬픔과 고난을 우리가 당할 때 만약 마음과 행동을 더 잘 다스리기만 했다면 그런 고난을 피할 수 있었으리라는 식의 잘못된 생각과 그로 인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인내를 배우다


나는 욥기로부터 점차 더 많은 것을 배워 나갔다. 우리의 아름다운 첫 아이는 태어난 지 2개월 만에 잘못된 조치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아이는 잘 싸웠고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실수로 일어난 문제  때문에, 아이는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 아이를 내 품에 안자, 내 가슴은 산산조각이 났다. 나는 이 슬픔이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몇 달 간 지속된 슬픔 속에서, 나는 가슴이 무너진 사람에게 어떻게 하나님이 위로하고 임재하시며 가까이 다가오시는지를 배웠다(시 34:18). 또한 고난이 때로 하나님의 침묵을 느끼게 하며 그 어둠 가운데 우리의 믿음은 흔들리는 불빛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도 배웠다.


욥과 그의 친구들은 하나님이 나타나시기 전까지 교착 상태 가운데 대화를 나누었다. 상실과 불행 가운데 욥은 너무나도 오래 기다렸다(욥기가 긴 책인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이런 기다림은 요셉이 마침내 자기 가족과 재회하는 데 걸린 수년의 시간에서도, 또 나오미가 상실로 인해 마음이 상한 채 빈 손으로 고향에 돌아오게 되는 상황에서도, 그리고 아브라함과 사라가 자녀를 바라보며 기다린 오랜 세월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욥기는 로마서 5장 3-5절이 가르치는 내용 역시 깨닫게 해 주었다.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요셉이나 룻과 나오미, 또는 아브라함과 사라처럼 욥은 온전한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 성경을 통해 우리는 믿음 안에서 인내하는 일이 소망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배운다. 야고보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일깨워 준다. “너희가 욥의 인내를 들었고 주께서 주신 결말을 보았거니와 주는 가장 자비하시고 긍휼히 여기시는 이시니라”(약 5:11).


나는 눈물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긴 밤을 지새는 동안 하나님이 침묵하신다고 느꼈던 때에도 소망은 반드시 따르리라는 사실을 배웠다. 욥은 내게 인내를 가르쳐 주었다.


고통받는 사람을 사랑하다


마지막으로, 욥의 친구들은 고난 중에 있는 사람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나는 좋은 의도를 가졌으나 말이나 행동으로 고통을 더 크게 만들었던 친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알게 되었다.


고난받는 동안 욥에게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었다. 첫째 부류는 (욥의 얼굴에 침을 뱉은 어리석은 사람들이나 그에게 물 한 잔 주지 않은 종과 같이) 그를 온전히 버린 이들이다. 둘째 부류는 욥에게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한 그의 아내이다. 셋째 부류는 세 친구들이다. 이들은 욥을 만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 오는 희생을 치렀다. 또한 욥과 함께 슬퍼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예의를 갖추어 일주일 내내 침묵하기도 했다.


하지만 욥이 입을 열자, 그 친구들은 언어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분명 욥을 아꼈다. 모두가 그를 버렸을 때, 그들은 욥의 곁에 남았다. 하지만 그들은 말로써 욥의 상처를 공격했다. 그들이 잘못 적용하는 진리는 욥의 어깨에 더욱 무거운 짐을 실어 버렸다. 논쟁하다가 그들은 흥분한 나머지 욥을 극렬히 책망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엘리바스는 욥이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지 않았고 주린 자에게 음식을 주지 않았으며 과부를 돌려 보냈을 뿐 아니라 고아를 억압했다며 비난했다. 그는 욥이 당하는 고난이 극심함을 보고 욥의 죄악이 크고 끝이 없으리라고 확신했다(욥 22장).


나는 내가 겪는 건강상의 문제나 죽음 또는 삶 가운데 직면한 어려움을 보며 다른 사람들이 나의 신앙을 판단하려고 할 때, 부당하게 비난 당한 욥을 보면서 위로를 얻었다. 욥기는 때로 엄청난 사랑과 관심을 주었던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내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와 내 친구가 상처를 감내하고 공동체 안에 있는 어떤 가해자를 밝히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을 때, 그동안 우리를 아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를 무시하며 우리가 신랄하고 불화를 일으키는 사람인 것처럼 여기는 일이 왜 발생했는지 욥기를 통해 이해하게 되었다.


욥의 예시를 통해 나는 고난에 대한 잘못된 신학과 싸우는 일이나 상처 주는 말로 받은 아픔을 솔직하게 나누는 일이 때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우리는 ‘욥의 친구들’과 같은 사람들의 눈에는 합당해 보일 수 없지만, 우리를 옳다 하시는 그분을 바라볼 수가 있다. 곧 욥이 그림자와 같이 희미하게 반영했던 고통 받은 참 의인,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눈을 들 수 있다.


더 위대한 욥을 바라보다


나는 왜 내가 고통을 받고 상실을 경험했는지에 대해 모두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나를 위해 상실과 고통을 경험한 분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다. 그분은 내가 겪는 고난 중에서도 나를 사랑하시고, 그 어느 친구보다 더욱 진실된 친구가 되신다. 성경은 망가진 세상의 혼돈 가운데서도 크고 강하며 능하셔서 친히 우리의 회복을 계획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예수님은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신 슬픔의 사람이시다(요 11:35). 또한 가까운 친구들에게 배신 당하시며(막 14:50), 우리를 위해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받으셨다. 그와 같은 사랑과 무덤에서 나오신 부활로 인해 우리는 고통 가운데 지속되는 소망을 누릴 수 있다.


욥이 고통으로 인한 격정과 버림 받았다는 비통을 경험한 후에, 하나님은 회오리바람 가운데 그에게 나타나셔서 자신이 그 자리에 함께하시며 일하고 계심을 알려 주셨다. 그리고 욥의 친구들을 책망하시고 욥의 건강을 회복시켜 주셨다. 또한 욥의 가족들은 그를 위로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고, 그는 더 많은 자녀와 풍성한 재물을 복으로 받았다. 이는 잘못된 모든 일을 바로 잡기 위해 예수님이 다시 돌아오실 때의 모습을 보여 주는 작은 그림이다.


그 날은 영광스러운 날이 될 것이다. 그 날에 이르기까지 욥이 보여 준 인내와 견딤은 비록 그 고난이 지닌 엄청난 무게를 상기시키기도 하겠지만, 신앙의 견인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 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욥기는 나에게 망가진 세상에 살면서도 소망을 품는 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위로였다고 할 수 있다.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I Lost My Child-Then the Book of Job Made Sense

역자: 하늘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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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Kimi Harris

키미 해리스는 예배와 음악을 가르치는 조엘 해리스의 아내이며, kimiharris.com에 글을 기고하는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