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와 줄리어스 시저에 관한 사본 비교
by Darrell Bock2019-02-19
복음서의 사본을 다른 고전 문헌들의 사본과 비교한다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과연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역사적 증거는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의 경우처럼 신빙성이 있을까?

흔히 사람들은 이러한 물음을 비판적으로 제기하면서, 시저의 생애에 대한 증거가 예수님의 경우보다 그 진정성을 더 명확히 드러낸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그러할까?

줄리어스 시저에 관한 사본

고대사를 추적하며 재구성하는 작업은 역사의 이면에 자리한 각종 자료와 사본이 담고 있는 여러 가지 내용과 주장을 검토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줄리어스 시저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는 핵심 사료로는 그 자신이 이야기한 갈리아 전쟁(Gallic Wars)에 대한 기사, 키케로(Cicero)의 연설문, 카틸리나 전쟁(Catiline’s War)에 관한 살루스트(Sallust)의 언급, ‘열두 명의 카이사르’(Twelve Caesars)에서 수에토니우스(Suetonius)가 줄리어스를 다룬 섹션, 그리고 ‘영웅전’(Plutarch’s Lives)에서 플루타르크(Plutarch)가 시저를 소개하는 내용 등을 꼽을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시저의 자서전적 기사는 예수님에 관한 기사보다 우리에게 생각할 만한 거리를 더 많이 제공한다. 그 내용은 시저 자신이 참여한 사건들에 관한 직접적인 증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살루스트와 키케로는 시저와 동시대의 인물들이기 때문에, 시저가 밝히는 사건들을 검증할 때 살펴볼 수 있는 외부 자료들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저의 인생에 관한 가장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면, 단연 2세기 초반에 기록된 수에토니우스와 플루타르크의 작품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모두 시저가 죽고 100년도 더 지난 시점에 기록된 문헌들이다.

물론 이러한 자료들 이면에는 해당 사본들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의 관심도 집중되어야 한다. 대략 12개의 사본들이 시저의 이야기를 검증하는 데 필수 자료로 사용된다. 가장 오래된 사본은 9세기의 것인데, 이는 실제 사건으로부터 900년 정도 떨어진 시점에 기록되었다. 필수 사본들의 전체 연대는 12세기까지 이른다. 이와 비교해서 키케로의 연설문은 더 오래된 사본을 지니고 있다. 약 15개의 사본들이 5세기부터 9세기에 걸쳐 그 기록 연대를 나타낸다. 살루스트의 이야기는 10세기에서 11세기에 걸쳐 기록된 20여 개의 사본에 기초하고 있다. 플루타르크의 ‘영웅전’ 또한 10세기에서 11세기 어간에 기록된 6개의 주요 사본들을 가진다. 수에토니우스의 사본은 그 기원을 대략 820년 정도로 계산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고전학자들은 실제 사건과 사본 기록 사이의 연대가 이처럼 넓게 자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료들을 기초로 해서 시저에 관한 많은 분량의 이야기를 재구성해 낸다.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사본

그렇다면 예수님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 경우에는 4복음서에 의존하여 검증 작업을 하게 된다. 그 기록 연대는 수에토니우스 및 플루타르크의 시대와 맞물린다. 여기서 공관복음이 60년대에 기록되고 요한복음은 90년대에 기록되었다고 설명하는 보수적인 관점을 취하든 혹은 공관복음이 80년대에 기록되었다고 주장하는 대안적인 관점을 취하든 간에, 4복음서는 실제 사건들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60년도 채 안 된 시점에 기록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다. 이는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과 실제 사건들을 목격한 증인들이 기록 시점에도 여전히 생존해 있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수에토니우스나 플루타르크의 기록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각 복음서의 저자가 누구인지에 관해서는 논란 중에 있다. 그러나 보수적인 학자들은 사도 마태와 요한이 각각 마태복음과 요한복음의 내용을 직접 알고 기록했다고 설명한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살루스트나 키케로의 이야기와 같이 작품의 주인공과 저자가 동시대에 살았던 경우에 해당한다. 다른 두 복음서의 경우도 전통적으로 저자들이 사도들과의 관계를 통해 예수님에 관한 내용을 기록했으리라고 이해되어 왔다. 즉 마가는 베드로와의 관계에서, 누가는 바울과의 관계에서 그 내용을 확인하며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는 2세기 초에 활동했던 파피아스(Papias)의 기록에 근거하여 확립된 전통이다. 혹 누군가가 이처럼 보수적인 관점에서 복음서를 읽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복음서의 저자는 (그 증언의 성격을 고려할 때) 예수님과 동시대에 속한 인물들 밖에서는 찾기 어렵다. 또한 공동체의 구전 전승을 포함하는 복음서의 성격과 역할을 전제하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 단순히 세속사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예수님에 관한 전통을 역사적으로 존중해야 할 이유들이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구전 전통과 공관복음에 관한 켄 베일리(Ken Bailey)의 연구(“Informal Controlled Oral Tradition and the Synoptic Gospels”), 제임스 던(James Dunn)의 ‘예수와 기독교의 기원’(Jesus Remembered), 또 내가 로버트 웹(Robert Webb)과 함께 편찬한 ‘역사적 예수의 공생애 기간에 일어난 주요 사건들’(Key Events in the Life of the Historical Jesus), 그리고 로버트 맥키버(Robert McIver)의 ‘기억과 예수 및 공관복음’(Memory, Jesus, and the Synoptic Gospels)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복음서의 사본들은 어떠할까? 신약성경은 다른 고전 문헌들의 경우보다 그 사본의 신뢰도가 훨씬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현존하는 가장 이른 사본은 그 연대가 원본이 기록된 지 불과 몇 십 년 안에 위치한다. 즉 파편으로 남아 있는 파피루스 52번 사본인데, 그 기록 연대는 125년 경으로 추정된다. 이 사본은 현재 요한복음 18장의 일부 내용만 보존하고 있지만, 4세기까지 기록된 다른 사본 전체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를 포함하고 있다. 신약성경의 사본은 인쇄술이 개발되기까지 기록되었는데, 현존하는 헬라어 사본은 총 5,800여 개가 넘는다. 이에 복음서를 포함한 전체 신약성경의 내용이 놀라울 정도로 확실하게 보존되어 있다. 혹 그 내용이 불분명한 부분은 ‘또는’이라는 표식과 함께 가장자리에 이문(異文)을 실어 놓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이런 차이점이 기독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유일하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얼마나 많은 구절들이 그 가르침을 설명하는가 하는 문제 정도이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님과 시저에 대해 각 사본들이 전달하는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복음서가 고전 문헌들과 비교하여 우월한 역사성을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만일 다른 고전이나 시저 연구에 해당 사본들이 유효하게 사용될 수 있다면, 당연히 예수님에 대한 연구에도 복음서의 사본들이 유효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최고의 자료를 신뢰하기

그런데 이처럼 당연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바로 예수님에 대해 제시하는 복음서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복음서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비상한 이적들을 행하셨다고 증언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시저와 같이 역사적인 차원에서 예수님에 관한 내용을 받아들이기를 주저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사역을 둘러싸고 일어난 논쟁에 관해서는 (복음서 외에) 다른 사료들도 비슷한 증언을 할 정도로 그분은 이미 대중적으로 큰 명성을 지니셨다. 따라서 그분의 사역 자체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있을 수 없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분을 대적한 사람들에 관계된 자료들도 그 사역에 대해서는 동일한 증언을 한다. 가령 유대 문헌은 예수님에 대한 유대인들의 반응을 보고하며 그들이 예수님의 기적에 관해 사악한 힘에 그 원천이 있다고 믿었음을 전해 준다. 우리는 이와 동일한 보고를 공관복음에서 확인하게 된다(마 12:24; 막 3:22; 눅 11:15). 2세기에 순교자 저스틴(Justin Martyr)이 트리포(Trypho)와 논쟁한 내용을 살펴보면, 트리포가 예수님을 마법사라고 주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비슷한 내용이 탈무드에도 등장하는데, 거기서 예수님은 마술사로 불린다. 이런 기록은 그 누구도 예수님의 사역 기사가 꾸며졌다거나 전설적인 내용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비판할 수 없었음을 보여 주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 유행하는 비기독적인 주장도 예수님과 동시대를 살며 그분에 대해 대중적으로 논의했던 사람들이 만들어 낸 논리가 아니라 실제 역사로부터 동떨어진 입장에서 고안해 낸 현대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들을 통해 우리가 인정해야 할 바는 무엇일까? 바로 복음서가 제시하는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는 엄연한 역사성을 지닌 고대사의 일부로 여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줄리어스 시저에 관한 기사를 역사적 자료로 인정한다면,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기사의 역사성은 더욱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예수님에 관한 복음서의 증언을 수용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지만, 그 역사 자체가 일어난 적이 없다고 가정할 수는 없다. 만일 시저에 관한 자료들이 고전학자들에게 역사적인 연구 대상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면, 예수님에 관한 핵심적인 증언들은 실제 사건에 가장 근접한 조건에서 기록되었기 때문에 더욱 진지하게 평가되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줄리어스 시저에 관한 최고의 자료를 신뢰한다면,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최고의 자료 곧 복음서의 증언을 신뢰해야만 할 것이다.



원제: Sources for Caesar and Jesus Compared: Examining the Manuscript Evidence
번역: 장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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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Darrell Bock

데럴 벅은 Dallas Theological Seminary의 신약학 연구교수이며, 문화언약 디렉터이다. '베이커 신약 성경 주석 시리즈'를 비롯하여 30여 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그중 한국어로 번역된 책도 다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