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사함을 받았는데, 왜 회개해야 할까?
by Stephen Wellum2019-04-08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만일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죄에 대해서도 용서를 받았다면, 왜 계속해서 사죄의 은혜를 구해야 하는가? 우리는 모든 죄에 대해 이미 용서받지 않았는가?”


우리는 성도이자 죄인이다


이런 물음을 대할 때, 우리는 성경이 가르치는 다음의 세 가지 사실을 반드시 함께 생각해야 한다.


첫째, 하나님은 죄를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구주로 믿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리스도의 의와 그분의 대리적 죽음에 근거하여 의롭다는 선언을 내리신다(롬 3:21-26; 5:1; 8:1, 30, 33-34). 이러한 칭의는 우리 안에 의가 주입되는 과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언적 행위로서 신자에게 영단번(once for all time)에 발생하는 사건이다(롬 5:12-21; 빌 3:8-9; 고후 5:19-21). 분명 종국에는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서서 자신이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가 맞는지에 대해 공적인 판결을 받게 되겠지만(고후 5:10), 신자에게는 그 마지막 판결이 현재적으로 발생한다. 즉 우리에게는 이미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졌다는 선언이 내려진다(요 5:24; 롬 8:1). 그리하여 한번 주어진 칭의는 취소될 수 없다.


둘째, 성경은 우리가 죄를 지으면 자백해야 한다고 가르친다(요일 1:9). 이 말씀은 처음에 우리가 의롭다 하심을 받을 때에만 적용되어서는 안 되고, 요한일서 1장의 문맥이 뚜렷하게 밝히듯이 신자의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만일 우리가 죄가 없다고 말하면 스스로 속이고 또 진리가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할 것이요 [중략] 만일 우리가 범죄하지 아니하였다 하면 하나님을 거짓말하는 이로 만드는 것이니 또한 그의 말씀이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하니라”(요일 1:8-10).


셋째, 하나님은 우리에게 죄를 자백하라는 말씀만 하시지 않고, 우리를 또한 용서하겠다고 약속하셨는데, 그 용서는 이미 의롭다 하심을 받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주어진다고 하셨다(마 6:14; 18:15-35).


하나님의 사죄와 인간의 회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고려 사항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위의 세 가지 사실 가운데 어느 하나의 의미도 축소하지 않으면서 종합적인 신학을 도출할 수 있을까? 바로 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 필요한 세 가지 고려 사항을 이어서 설명해 보겠다.


첫째,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를 의롭다고 선언하실 때 우리의 과거와 현재의 죄만이 아니라 미래의 죄까지 용서하시는 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미래는 그분 앞에 펼쳐진 책처럼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자신의 관점에서는 칭의가 과거와 현재의 모든 죄를 용서받는 사건이며, 미래의 죄에 대해서는 용서의 법적 '근거'가 미리 확보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죄를 지었을 때는 반드시 회개와 믿음 가운데 하나님께로 돌이켜서 그분의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때 우리는 한 번 의롭다 하심을 받았던 시점에 우리에게 적용되었던 그리스도의 사역에 근거해서 그렇게 하게 된다. 따라서 이는 새로운 칭의가 아니라 이미 받은 칭의가 다시 적용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죄를 짓게 되면, 이미 죄 사함을 받았다는 의식뿐 아니라 하나님과 화평할 때 누리던 행복감도 상실한다. 그러나 우리가 성령의 사역을 쫓아서 우리 죄를 자백하면, 하나님은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하셨는지를 상기할 수 있는 은혜를 베푸셔서 자신과 우리와의 관계를 굳건히 회복시키고 구원의 확신도 더하신다. 따라서 신자는 매일 죄 사함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데, 이는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절망감을 가지고 다시 용서해 주시기를 구하는 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의롭다고 선언하신 하늘 아버지께 자녀의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는 일이다.


둘째, 우리가 다루는 이 문제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시간과 역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해결할 수 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완전한 사역을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게 될 때 우리의 과거와 현재 및 미래의 모든 죄는 용서받고 그 값이 치러지는데, 이 과정은 다름 아닌 역사 속에서 진행된다. 말하자면, 하나님은 창세 전에 자기 백성을 선택하셨고 그 백성은 그리스도 안에서 의롭다 하심을 받게 되지만, 이러한 구원 계획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점진적으로 펼쳐지게 된다는 것이다. 즉 그리스도가 우리와 같은 인성을 취하여 우리를 위해 이 땅에서 공생애를 사시고 마침내 죽으시고 부활하시는 일들이 실현되는 데는 역사의 과정이 필요하다.


또 이에서 더 나아가, 그리스도의 사역이 적용되는 하나님의 백성은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해서 복음을 듣고 믿어 구원에 이르러야 한다. 이처럼 하나님의 계획은 영원 전에 세워졌지만, 그 계획은 시간 속에서 실현된다. 우리가 시간 속에 있는 피조물이기 때문에,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사역을 우리에게 적용하실 때 성령을 통해 시간 속에서 그리하신다.


셋째, 우리는 삼위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 안에서 살아간다. 즉 실제 역사 속에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을 가짐으로써 하나님과 언약 관계를 맺게 된다. 이 관계 안에서 영화의 상태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여전히 죄를 지으며, 삼위 하나님은 그런 죄를 기뻐하지 않으신다. 따라서 이 언약 관계는 우리에게 지속적인 회개를 통해 죄 사함의 은혜를 구해야 하는 의무를 요구한다. 또한 하나님은 그 관계 안에서 우리가 죄를 자백하면 그리스도의 사역에 근거해서 우리 죄를 사하시는 일을 하신다.


모순은 없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변함 없는 백성이지만, 동시에 하나님과의 실제적인 관계 속에 살아가는 존재이다. 이 진리는 보편적인 인간관계를 떠올릴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아버지로서 나는 다섯 명의 자녀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이 관계에서 그 아이들은 나의 가족이기에 결코 버려지는 일이 있을 수 없다. 부모와 자녀라는 가족 관계는 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그 아이들이 나에게 잘못하거나 또는 내가 그들에게 잘못하면, 이 관계는 긴장 상태에 빠지고 회복을 필요로 하게 된다. 하나님이 우리와 맺은 언약 관계가 꼭 그러하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얻게 된 완전한 칭의와 성경이 가르치는 지속적인 회개의 필요성을 함께 이해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께 죄를 용서해달라고 간구할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완전한 사역에 그 무엇을 더하려는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언약의 머리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다 이루신 사역, 곧 칭의의 근거를 (현재 우리의 죄로 인해 경험하게 된 하나님과의 불편한 관계 속에) 다시 적용해 주시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게 하는 은혜와 지속적인 회개의 필요성 사이에는 결코 모순이 자리할 수 없다. 우리는 다시 의롭다 하심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가 이미 행하신 사역에 대한 확신 가운데 하나님과 동행하며 살기 위해 사죄의 은혜를 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도는 오직 은혜에만 빚진 자들이다. 칭의는 영단번에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회개하며 용서를 체험하는 일은 우리가 영화롭게 되어 죄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하는 과정이다.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If All My Sins Are Forgiven, Why Must I Continue to Repent?

번역: 장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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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Stephen Wellum

스티븐 웰럼은 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의 신학학 교수이다. Southern Baptist Journal of Theology의 에디터이며, 대표 저서로 '오직 그리스도'와 'God the Son Incarnate'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