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에게 침묵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
by Brian Croft2019-03-15

나는 침묵을 싫어했다. 외향적인 사람들과 같이 있기를 좋아했고, 나의 수다스러운 면이 본성이자 곧 본능이라고 여겨왔다. 특히 이러한 자질이 목회 사역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침묵에 관해서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개인적인 위기의 순간에 전문적인 상담을 받게 되면서, 내가 오랫동안 조용한 삶의 필요를 무시하며 살았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위기를 극복하는 지금의 과정을 시작하고 나서야 침묵의 필요성을 알게 된 셈이다.


상담자는 내가 그동안 삶 속에서 인식하지 못했던 몇 가지 우려되는 행동을 찾아냈다. 이 중에는 침묵이 주는 불편함 때문에 홀로 있는 상태를 회피하는 모습도 포함된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주로 내가 지배하곤 했는데, 상담자는 이런 형편없는 경청의 태도가 침묵하지 못하는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말해 주었다. 그는 이제부터라도 듣는 연습을 시작하라고 강하게 권고하였다. 이는 비록 내게 매우 힘든 과제였지만, 절실하게 필요했던 치유의 과정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 치유의 과정을 통해 내가 배운 침묵의 참 유익을 이곳에서 함께 나누고자 한다.


1. 침묵은 영혼을 노출시킨다


감정이 영혼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라면, 침묵은 영혼을 노출시키는 방법이다. 나는 상담으로 드러난 스스로의 흉측한 모습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님은 은혜 가운데 강력한 방식으로 나를 만나주셨고, 그 여정은 내 영혼에 평화를 안겨주었다. 침묵 안에서 진리를 묵상하고 하나님의 도움을 간절히 구함으로써 나는 그분의 은혜와 임재를 깊게 경험하였다.


모두에게 조용한 사색이 필요하지만, 특히 목회자는 침묵의 시간을 추구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조용함은 세속적 묵상의 형태가 아니라, 성경적 침묵이며 고독이어야 한다. 돈 휘트니(Don Whitney)는 침묵을 크리스천의 중요한 영적 훈련으로 여겼다. 고요할 때에 우리는 내 안에서 역사하시는 성령님의 임재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침묵은 예수님과의 교감을 이루어 가는 하나의 훈련이고, 이를 통해 우리는 그분의 무한한 은혜를 진정으로 경험하게 된다. 청교도 학자이자 오랫동안 목회를 이끈 조엘 비키(Joel Beeke)는 묵상의 이러한 특성을 잘 설명한다.


“청교도 묵상은 하나님을 향한 사랑을 자극하고, 우리를 순종하는 삶으로 이끌며, 하나님의 진리와 우리의 마음을 결합시킨다. 토마스 후커(Thomas Hooker)는 ‘묵상은 우리가 진리를 찾아내어 그것을 마음에 깊이 심고자 할 때에 행하는 고귀한 영적 훈련이다’라고 정의한다. 그가 말하듯이, 하나님을 사모하는 사람은 그분의 말씀을 조용함 속에서 주기적으로 묵상한다(시 119:97). 그러므로 청교도 묵상은 소리를 반복하거나 마음을 비우거나 특별한 감각을 상상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집중하여 생각하고 이해하는 영혼의 훈련이다.”


2. 침묵은 거짓된 목소리에 직면하게 한다


이 목소리는 생애 전체를 통해 대적이 우리 귀에 반복적으로 속삭이는 메시지이다. 이 소리는 우리의 삶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메시지로서, 주로 크리스천의 가치와 정체성에 대한 가혹하고도 모욕적인 거짓말이다. 이러한 목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보통 불안하고 불쾌하여 그 소리들을 회피하게 된다.


나 역시 이러한 마음속 소리로 인해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나의 과거로부터 들려오는 수치스러운 목소리, 대적이 말하는 거짓된 목소리, 고통스러운 비난의 목소리는 모두 실패와 자기 혐오의 감정을 만들어냈다. 특히 그 목소리는 내가 홀로 있을 때 더욱 크게 들렸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서 나는 침묵을 멀리했다. 마틴 로이드 존스(Martyn Lloyd-Jones)는 우울할 때 들려오는 이러한 음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많은 경우 영적 우울의 문제는 자아가 비난하는 소리를 들음에서 비롯된다. [중략] 당신이 생애에서 경험하는 대부분의 불안은 자아에게 스스로 이야기하기를 포기한 채 자아의 책망을 그저 듣기만 하기 때문에 생겨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침묵은 우리로 하여금 영혼을 파괴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대면하게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기쁜 소식은 침묵이 그 대면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성경적 침묵은 자신으로 하여금 그 비난의 목소리에 맞서 스스로를 강하고 담대하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나 역시 참된 침묵의 시간을 통해 내 자아가 주는 거짓된 책망을 마주했고, 더불어 주님이 주시는 의연함으로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3. 침묵은 경청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오랫동안 목회자로 사역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형편없는 경청자였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은 꽤 힘든 일이었다. 늘 듣고는 있었지만, 사실 내게 있어서 경청이란 듣기에 집중하기보다는 대답을 준비하는 행위에 가까웠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듣는 법, 그냥 듣고 공감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행히도 침묵을 수용하면서부터 듣는 법을 서서히 배워가고 있다. 이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주변의 소리를 이제는 제법 듣고 또 이해하는 중이다. 그리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훈련 속에서 나는 하나님의 말씀에도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내가 할 말을 찾으려고 몰두하지 마라. 그저 담담히 들으면서 공감하라. 그러면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공감은 물론 말씀에 대한 깊은 이해에 이르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4. 침묵은 나의 도피처가 어디인지 알게 한다


침묵을 위해 애쓸 때마다 나는 스스로가 소음에 얼마만큼 중독되어 있는지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전화, TV, 스마트폰 등의 소리에 그토록 매달리는 이유가 고통과 번민을 회피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즉, 그러한 매체들이 일상 속 도피처의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자각했다. 결국 나는 복잡한 문제나 시련 앞에서 하나님이 아닌 소음에 의지하고 있던 셈이다. 이는 고요한 시간을 갖지 않았더라면 아직까지도 알지 못했을 중요한 깨달음이다.


목회자는 늘 소음과 방해물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침묵하는 일이 그렇게 쉬운 과제는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 고요함을 얻기 위해 투쟁해야만 한다. 침묵은 우리가 스스로의 고통에 대면하도록 만든 후, 복음이 영혼의 깊은 곳을 관통함으로써 치유가 일어나도록 일한다.


고요한 시간으로 들어가라


침묵에 대한 어느 책에서 나는 다음의 글귀를 발견했다.


“침묵의 역할은 중요하다. 우리는 여가를 나태와 잡담으로 낭비하지 말고, 침묵의 시간으로 채울 필요가 있다. 또한 인간의 성장을 존중하는 공동체는 고독의 시간을 분명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지닌 풍부한 잠재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침묵을 싫어했지만 점차로 내 영혼의 건강을 위하여 고요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아 가고 있다.


예수님은 죄와 수치심, 죽음에서 우리를 자유하게 하셨고 인간이 당해야 할 하나님의 진노로부터 나를 구해 주셨다. 그러므로 우리의 정체성은 이제 그리스도 안에 있으며, 나는 하나님께 영원히 입양된 자녀이다. 우리는 믿음으로 각 사람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을 소유한 사람들이고, 그로 인해 매일 예수님을 닮아가도록 성령의 이끌림을 받는다.


우리가 이러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크리스천들이 복음의 능력을 깊이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목회자들도 여기 속하며, 대부분의 목회 기간 동안에 나도 그러했다. 침묵은 이러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놀라운 도구이며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다. 시끄럽고 불안한 영혼을 치유하고, 주님이 주시는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우리에게는 침묵이 필요하다.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4 Reasons Every Pastor Needs Silence

번역: 정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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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Brian Croft

브라이언 크로프트는 켄터키주 루이스빌에 위치한 Auburndale Baptist Church의 담임목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