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과 용돈의 상관 관계
by Jen Wilkin2019-03-21

부모가 자녀에게 책임감을 가르치는 일은 자녀 양육의 우선적인 과제이다. 이를 위해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집안일을 마치는 댓가로 용돈을 준다. 특히 요즘은 집안일 한 건당 적절한 용돈을 줄 수 있도록 따로 관리하는 앱까지 출시되었다. 이제는 용돈 관리가 예전에 내가 어린 시절 한 주에 1, 2천원을 받던 방식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많은 부모들은 집안일과 아이들의 용돈을 연결짓는 것이 무척 효과적이라고 여긴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자녀에게 돈의 귀중함을 알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행위에만 과하게 초점이 맞추어져, 자녀에게 노동의 이유가 오로지 금전적인 목적 때문이라는 비성경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인간은 행위를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에 이르는 존재가 아니다. 그와 달리 집안일과 용돈을 분리시킨다면, 가족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집안의 노동을 아이들로 하여금 어떻게 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우리 가족은 생각 끝에 집안일과 용돈을 따로 분리시키되, 아이들이 집안일을 통해 자부심을 갖게 하는 방법을 구상하기로 했다. 우리 가족이 어떻게, 그리고 왜 이 방식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나눔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책임감 가르치기


우리는 설겆이, 세탁물 분리, 다 마른 빨래 개기 등 집안에서 아이들이 책임져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정해주고, 그들에게 그 일을 담당하게 하기 위해 용돈이 아닌 다른 명확한 규칙을 설정했다.


만일 담당한 집안일 한 가지를 게으름을 부리다가 전혀 마치지 못하거나 혹은 마치기는 했어도 정성들여 하지 않았다면, 추가적인 일 한 가지와 여분의 시간을 더 주어 그때까지 두 가지의 집안일을 모두 끝내도록 안내한다. 따라서 일을 끝내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추가적인 일이 부여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아이들은 각자 맡은 일을 시간 내에 하고자 열심을 내게 된다. 이는 생각보다 꽤 효과적인 전략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가장 기피하는 일이 바닥 청소라고 가정해 보자(한 번은 막내에게 집안일 중 가장 하기 싫은 일이 무엇인지 물었는데,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바닥 청소’라는 답변이 튀어나왔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마치지 못하면 자기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바닥 청소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일을 뒤로 미루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행동을 점차 줄여가게 된다. 물론 처음에 맡긴 일이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우선 행해야 할 다른 스케쥴이 있을 경우에는 얼마든지 예외 상황으로 간주하여 충분한 시간을 갖도록 배려한다.


돈의 유한함과 자기 통제 가르치기


우리는 용돈을 줄 때 그냥 주었다. 다시 말해, 용돈을 행위에 대한 댓가로 지급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의 연령에 맞게 적절한 금액을 주었고, 나이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조금씩 올려 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 용돈을 점차 줄여 나갔다. 자녀들은 자신의 용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저축을 할 수도 있고 또는 원하는 물품을 살 수도 있다. 우리는 보호자로서 그들의 필요를 채울 책임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용돈이 무한정으로 공급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알도록 지도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새 신발을 필요로 하면, 괜찮은 운동화를 살 수 있도록 용돈을 내주었다. 하지만 우리가 주는 금액보다 더 값이 나가는 운동화를 원한다면, 아이 자신의 용돈에서 추가 비용을 지불하여 그것을 살 수 있게 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돈을 사용하도록 인도함으로써 자녀들은 자기 통제와 함께 필요와 욕구 사이에 간극이 있음을 배워 나갔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자녀가 집안일을 하는 댓가를 용돈으로 보상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고용의 가치 가르치기


매일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닌 다른 집안일에 대해서는 급여를 지급한다. 아이가 본인의 용돈보다 좀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면, 그 아이에게 별도의 집안일을 통하여 여분의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큰 아이는 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벌기 위해 집에 손님이 올 때마다 그들이 묵을 방을 청소한다. 그 딸이 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모두 마련하면, 나는 아이의 방에 여행 책자들을 슬쩍 가져다 놓고는 했다.


공헌 VS 보상


몇 해 전에 나는 톰 닐슨 목사님을 만났다. 그는 신앙과 일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분답게 노동에 대한 성경적 원리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분의 교훈은 그리스도인이 자신이 하는 일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관한 기본 원리였다. 


그에 따르면, 일은 우선적으로 보상이 아니라 공헌이어야 한다. 또 그리스도인이 하는 모든 행위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일 역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행하기에 우리는 “얼마나 받을 것인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내가 어떻게 공헌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해 보아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일에 이러한 관점으로 다가간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다르게 돌아갈지를 한번 상상해 보라. 이것이 우리가 집에서 용돈(보상)과 집안일(노동)을 함께 묶지 않는 이유이다.


한편, 아이들에게 그들의 공헌이 집안을 깨끗하게 하고 질서있게 만드는 데에 매우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되도록 자주 상기시켜 주었다. 집안일을 시키면서 순종이나 책임감을 훈련시키려 하기보다는, 그들의 노동이 가족의 공동 번영을 이루는 데에 큰 몫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결코 과장된 접근이 아니다.


나는 목회 사역 때문에 한 해에 26주간 동안 집을 비워야 할 때도 있고, 때로 특강을 하러 나가야 할 때도 있다. 내가 없는 동안 아이들은 집안의 질서를 유지시켜 나가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실제로 우리 가족의 공동 번영에 크게 기여한다. 아이들의 도움으로 우리 부부는 매우 바쁜 시기에도 일과 가정 사이에서 무너지지 않고 서로를 세워가며 가정을 지켜 나갈 수 있다. 남편과 나는 그들의 기여가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를 파악하도록 아이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고, 더불어 그들이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갖도록 인도한다.


이를 통하여 아이들은 그들의 책임을 분하게 여기기보다는 자긍심의 원천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즉 자녀들은 자신의 손으로 행하는 집안일이 우리 가정을 이루어 가는 데에 매우 핵심적인 역한을 한다는 사실에 뿌듯해 한다.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는 깨끗하게 잘 정리된 집에서, 또 아무도 집안일로 불평하는 사람이 없이, 돈이 목적이 되는 오류도 범하지 않고 행복을 이루어가고 있다.


물론 그런 와중에 약간의 불평이나 갈등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보상보다 공헌을 선택함으로써 서로를 귀한 존재로 세워 나가는 과정을 지금도 배우고 있다. 


공헌의 기쁨

 

우리 아이들이 대학 진학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을 때, “나는 과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요” 혹은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하고 싶어요” 등 본인들이 꿈꾸는 일에 대해 들을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나는 자녀들이 적정한 임금을 받는 일을 하게 되기를 분명하게 소망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 아이들이 하나님 앞에서 하듯(골 3:23), 즐겁게 공헌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기를 더욱 희망한다. 그 시기가 될 때까지 나는 우리 가정을 기쁨으로 행하는 공헌의 장소가 되도록 계속 가꾸어 가고자 한다. 아마도 때로는 무릎을 꿇고 바닥을 닦아야 하기에 가끔 기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모든 과정의 끝에 아이들과 우리 부부 모두 그 수고의 가치를 알고 서로를 귀한 공헌자로 인식하기를 원한다. 우리 아이들은 가정에서 그리고 하나님 나라에서 귀한 일꾼들이다.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Should We Pay Kids to Do Chores?

번역: 정은심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공유하기
  • 공유하기

작가 Jen Wilkin

젠 윌킨은 작가, 강연자, 성경 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None Like Him: 10 Ways God Is Different from Us 등 다수의 책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