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명 받은 사람인지 의심이 든다면
by Jeff Robinson2019-05-27

첫 목회지에서 나는 상처와 아픔만을 품은 채 떠나야 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일부 교인과 몇몇 장로들이 목회를 그만두라며 나를 설득했고, 여러 사람들로부터 내 정체성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만일 내가 원한다면 신학 교수나 좋은 군목 등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칭찬하듯 돌려 말하는 내용이었다. 또 몇몇 사람은 사역하기 전 직업에 대해 언급하면서 목회하는 모습을 보니 아마도 그쪽 분야에서 훌륭한 직원이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공격들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백성을 섬겨야 한다는 내 내면의 직감은 여전했다. 사역을 향한 불타는 열정은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고, 그것은 성령의 역사가 확실했다. 때로는 목회에 대한 열정 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밤을 지새울 정도였다. 스펄전 목사(Charles Spurgeon)의 충고처럼 목회를 향한 내면의 불타는 열정은 목회자로서의 소명의 진위를 판가름할 수 있는 주관적인 첫 표지일 수 있다. 


계속되는 외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나를 지키셨고, 우리 가족에게 자비를 베푸셨다. 현재 나는 다른 교회에서 행복하게 또 열심히 목회하고 있다. 소명은 객관적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지역 교회의 목회가 당신의 은사와 소명을 확증해 주는 경우이다. 뿐만 아니라 주관적으로도 확인해야 한다. 이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내적으로 느끼는 것을 말한다. 소명을 확인할 때는 이 두 가지 측면 모두가 중요하다. 


아래는 내가 사역을 하며 소명과 관련해 배운 여섯 가지 교훈이다. 주관적인 견해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교훈들은 내가 소명 문제를 놓고 고민할 때 분명 큰 도움이 되었다. 


1. 고난의 계절 속에서도 여전히 목회자가 되기를 소망한다면, 그 소명은 진짜일 가능성이 크다


고난은 소명이 진짜임을 입증하거나 혹은 가짜였음을 밝혀낸다. 언젠가 소명 여부를 놓고 불안해하는 한 청년을 만났던 적이 있다. 그가 출석하는 교회의 한 목회자와 겪은 방법론적 불일치가 그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동역자와의 불일치는 그를 깊은 의심과 불안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그것이 고난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비롯해 다른 여러 사역자들과도 그 문제에 대해 상담했다. 동역자와의 불화가 작은 문제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사역의 중대성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덜 핵심적인 문제로 사역을 그만둘지 말지 고민한다면, 그 소명이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게 여러 사역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모든 직업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혹 사역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으로 인해 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진다면, 그는 지금 복음 사역의 본질을 오해하고 있다. 다행히도 오늘날 그때의 청년은 다른 직업을 찾아 행복하게 일하며 지내고 있다. 교회 안에서는 집사로 섬기고, 가정 안에서는 주님의 방법대로 가족들을 인도하며 살아가고 있다.


2. 교회로부터 당신의 은사를 인정받고, 그 사역에서 최소한의 열매를 확인했는가? 그렇다면 고난이 있더라도 아마도 당신은 부름받았을 것이다


사역 현장에서 당신은 가시적인 열매와 성과들을 보았다. 믿지 않던 영혼이 구원을 받고, 믿던 자의 신앙이 깊어지며, 젊은 청년이 사역자로 성장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정작 당신은 달리던 말에서 떨어져 아파하고 있다. 그렇다면 치유를 위한 회복의 시간을 가진 뒤, 다시 말에 올라타야 하지 않을까? 내 경우에는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사역에 복귀하는 데까지 약 1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목회 현장에서 말씀을 전하고 양들을 먹이는 일에 대한 열정이 줄었던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내게는 기도와 묵상을 통해 지난 사역지에서 얻은 교훈을 되새기고, 훗날 목회 현장에서 그 교훈들을 어떻게 유용하게 적용할지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3. 당신이 잠시 사역을 내려놓고 다른 형태로 섬기게 되더라도, 다시 사역으로 돌아가도록 부름받았을 수 있다


불과 몇 해 전, 목회 사역을 내려놓고 아프리카로 떠나 2년 동안 교회를 개척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형제가 있다. 또 다른 형제는 현재 신학교에서 가르치며, 사역하던 교회에서 교역자가 아닌 평신도로 섬기고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 모두 지금 하고 있는 일들과 병행을 하든 아니면 전임 사역자로든, 목회자로 복귀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남침례교 국제 선교위원회를 이끌기 위해 수년간 섬기던 브룩 힐즈 교회를 잠시 떠났던 데이비드 플랫(David Platt)은 버지니아에 있는 한 교회의 담임목회자로 사역 현장에 복귀했다. 하나님은 당신의 은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하신다. 나는 목회를 잠깐 쉬었을 때뿐 아니라 목회를 하면서도 출판사의 편집자와 대학의 강의자로 일했다. 하나님은 당신에게 허락한 은사를 결코 낭비하지 않으신다. 


4. 세상의 잣대와 달리 사역의 양적 성공 여부가 소명 여부의 지표가 될 수 없다 


거짓 교사도 수천 명에 달하는 교회를 세울 수 있다. 반면 진정한 목회자가 섬기는 교회에 고작 한두 사람의 성도만 모일 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린도후서에 등장하는 ‘수퍼맨 사도들’을 따라 그들의 목회지로 모였다. 그러나 바울은 그들이 가짜임을 정확히 알았다. 건강한 복음의 열매가 무조건 엄청난 수의 예배 출석자와 넘치는 예산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대형교회들이 모두 적당히 복음과 타협했기에 커졌다는 뜻은 아니다. 


5. 소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당신은 디모데전서 3장과 디도서 1장이 말하는 장로 자격을 충족시키는가? 또 베드로전서 5장 1절-6절에서 베드로가 교회 지도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는 겸손을 추구하는가? 그렇다면 사역의 열매가 생각만큼 빨리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 길을 계속 가는 것이 주님의 뜻일 수 있다. 모세도, 예레미야도, 또 바울도 그랬다. 


이와 관련해 설교의 왕자로 불렸던 스펄전 목사의 말에 귀 기울여 보라. 스펄전은 학생들에게 “소명 또는 하늘의 부르심”의 첫 징후가 “다른 모든 것을 다 잊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사역에 대한 욕망”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렇다. 바울 역시 자신이 가르치던 젊은 목사 디모데에게 비슷하게 권고했다. 또한 그는 무엇보다 디모데에게 장로의회에서 안수 받을 때 확인한 은사를 소홀히 하지 말며, “전심전력하여” 그 은사가 모든 일에 “나타나게 하라”고 말한다(딤전 4:15).  


6. 기혼자는 아내의 의견을 구하라


“나 당신이 반대한다는 거 알고 있어.” 이런 식의 태도는 성경이 말하는 ‘돕는 배필’을 향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아니, 이런 태도는 잘해야 그저 상대를 돕는 배필 정도로만 보고 있음을 드러낸다. 첫 사역지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 아내는 사역을 멈추지 말라고 나를 격려했다. 때로는 자기 연민의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내게 강한 말로 권면하기도 했다. 사역지에서 일어나는 일과 나의 소명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중요한 건 연단의 과정을 통해 나를 정금같이 나아가게 하시는 하나님의 선하심과 자비하심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강단에서 수없이 설교했던 진리, 아내는 바로 그것을 강조했다. 


하나님은 나를 부수는 대신 아내를 강하게 붙들었다. 나의 아내는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내 강점과 약점, 진심,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 아내의 꾸준한 격려가 없었다면 나는 다시 목회 현장으로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필요가 무엇인지 정확하고 담대하게 말해 주는 경건하고 현숙한 아내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나의 완고함을 깨뜨리고 따뜻하고 때론 엄격하기까지 한 아내의 훈계를 듣게 해 주심에 감사한다. 당신의 아내 역시 당신의 소명을 확신하는지 물어보라. 그리고 그녀의 의견에 귀 기울이라. 


사역은 당신에 관한 게 아니다


나는 ‘인생 구절’ 같은 것을 안 좋아하는 편이다. 말씀을 전체 맥락에서 벗어나 얕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7년, 부르심에 순종한 후 사도행전 20장을 연구하던 중 한 구절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마도 이 구절은 당신이 만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목회 사명 선언문일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이기에 당연히 나 한 사람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이 구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종으로 부름받은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이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4).


사역 중 얻게 되는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당신의 성장에 정말 유익이 되는지 회의가 들 수도 있다. 어쩌면 그런 고난을 통해 당신이 사실은 사역자를 빙자한 거짓 교사에 불과했단 사실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르심에 온전히 자신을 내어 드렸다면, 당신은 이미 삶의 소유권을 예수님께 내어 드리겠다는 서류에 서명한 것이다. 쉽게 포기하지 말라. 왜냐하면 사역은 당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삶을 위해 부름받은 게 아니다. 달려갈 길을 마치라고 명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부름받았다. 시험 당할 때 기뻐할 일로 여기며(약 1:2), 영광스러운 복음을 증거하는 일에 당신의 인생을 바치라.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Help! I’m Doubting My Call to Ministry

번역: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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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Jeff Robinson

제프 로빈슨은 The 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박사학위(PhD)를 받고, 현재 미국 TGC의 편집장으로 섬기고 있다. 켄터키주 루이스빌에 위치한 Christ Fellowship Church의 부목사이며, Andrew Fuller Center for Baptist Studies의 연구교수이며, Southern Seminary에서 교회사를 가르치는 겸임교수이다. 목회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약 20년 동안 신문기자로 활동했다. 공저서로 한국어로 번역된 '천국 묵상'과 'To the Ends of the Earth: Calvin’s Mission Vision and Legacy'와 '15 Things Seminary Couldn’t Teach Me'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