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중 병원 대기실에서 만난 하나님
by Elizabeth Reynolds Turnage2019-08-28

쿵, 쿵… 나는 조심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혹시 대기실에 있는 다른 사람이 내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듣는 건 아닐까? 고작 4일 전에, 이비인후과 의사는 충격적인 소식으로 우리의 삶을 뒤흔들었다. 겉으로 보기에 건강하기만 하던 22살 아들이 뇌종양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3일 전, 동네 병원에서 서둘러 찍은 MRI는 뇌종양을 확진했다. 이틀 전, 우리는 이 소식을 다른 가족에게 전했고, 어제는 좋으신 하나님 아버지를 선포하는 예배에서 찬송을 부르면서 흐느꼈다. 그리고 지금, 아들은 이 지역의 가장 뛰어난 종양 센터에서 길고 긴 한 시간 동안의 정밀 검사를 받고 있다. 


당신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는가?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발생하여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었던 적이 있는가? 당신은 아니더라도, 아마도 주변의 가까운 누군가는 가슴이 마구 뛰고 속은 메슥거리는 가운데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을 견디며 병원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속에 “만약에”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만약에 암이면 어떡하지? 만약에 직장을 잃으면 어떡하지? 만약에 손주를 안지도 못하면 어떡하지? 만약에 우리 아들이 죽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은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는 환자 자신과 그 가족의 평안을 한순간에 뒤흔든다.


아들이 뇌종양 진단을 받은 때에 83세이신 내 아버지 또한 4기 전립선암 진단을 받으셨다. 나는 아버지뿐 아니라 아들까지 간호해야 할 상황을 맞은 것이다. 지금껏 병원 대기실에서 수많은 시간을 보낸 나는 복음이 주는 희망을 만나고 다시 또 만나는 경험을 했다. 


건강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복음은 우리로 하여금 초조한 가슴을 가라앉히고 다시 평안과 희망을 찾도록 만든다.


1. 이 세상에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것은 없다


복음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21세기의 주된 세계관, 즉 삶의 평안은 개인의 자유와 주체적인 관리에 달려있다는 생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성경은 우리가 주님 안에 속할 때에만 평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세 번째 뇌 수술이 끝나고 아들은 바로 이런 평안을 고백했다. 


아들은 자신이 겪은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문병 온 사람들과 나누었다. 종양 제거를 위한 두 번의 수술, 그리고 종양이 감염되어서 치러야 했던 세 번째 수술. 그 세 번째 수술에서 두개골의 일부까지 제거되었다. 뼈가 사라진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착용한, 독특한 소재로 만든 회갈색의 헬멧을 보며 아들과 방문객들은 같이 웃었다. 만약 뇌종양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다면, 그건 바로 우리 아들일 것이라고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 말씀하셨다. 이는 다름 아닌 우리 아들이 보여준 놀라운 용기를 뜻했다. 그러나 곧 웃음은 사라지고 침묵이 찾아왔다. 바로 그때 눈물을 머금은 아들이 천천히 말했다.


“그 어떤 것도 나로부터 예수님, 내 가족, 그리고 내 친구들을 떼어놓을 수는 없어요.”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죽음이 눈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낼 때조차도 “우리 중에 누구든지 자기를 위하여 사는 자가 없고 자기를 위하여 죽는 자도 없도다”(롬 14:7) 그리고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롬 8:39)는 말씀을 사실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평안과 평화 그리고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다.


2. 하나님은 내 머리칼 하나하나를 셀 뿐 아니라 모든 것을 다스리신다 


병원 대기실에 있던 첫째 날, 가슴이 미칠 듯이 뛸 때 내 마음은 온통 “만약에”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나는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아들의 머리카락, 항상 단정하게 머리를 빗던 아들이 수술 때문에 머리카락을 뭉텅 잘라내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바로 그 무서운 “만약에”의 생각이 떠오른 직후, 나는 하이델베르크 신조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최근 공부했던 내용을 기억했다. 


그것은 바로 머리카락 한 올도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시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과 이 모든 과정은 결국 나의 구원을 위해 모두 협력한다는 사실이었다.


건강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평화와 희망은 오로지 하늘 아버지가 인자한 왕이며 또한 그의 자녀들을 사랑으로 보살핀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에만 누릴 수 있다(마 10:29-31).


3.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용서함을 받았다


대기실에 앉은 사람들이 깊은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불치병을 선고받은 환자도 동일한 후회를 느낄 것이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런 환자를 간호하면서 분노와 함께 좌절까지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일수록 용서야말로 우리가 더욱 기억해야 할 참된 복음이다. 


암 전문의 대기실에서 아버지와 함께 있던 어느 날, 나는 너무도 화가 났다. 얼마 전 아들을 간호하기 위해 아버지와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아버지는 분명히 자신의 상태가 아주 좋다고 내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쓰는 대기실에서 내가 그토록 성이 났던 이유는 바로 아버지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그렇게 거짓말을 하셨기 때문이다. 내 분노는 아버지로 하여금 죄책감과 미안함을 유발했다.


감사하게도 아버지는 화를 내는 내 모습을 용서했고, 나 역시 거짓말을 해서라도 나를 안심시키고자 하셨던 아버지를 용서했다. 우리에게 평화과 희망을 가져다 준 것은 다름 아니라 바로 에베소서 1장 7절의 말씀이 전하는 진리였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 곧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4. 예수님이 가까이 계신다


예수님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은 대기실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불확실성에 평화와 희망을 가져다준다. 그분의 가까움이 지닌 두 가지 속성은 힘든 시간을 참을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첫 번째로 예수님은 상한 마음을 가까이 하신다(시 34:18). 다시 말해 그의 가까움은 우리의 좌절을 달래 준다. 그분의 가까움은 오로지 예수님만이 주실 수 있는 놀라운 평화로 우리를 감싼다.


갑자기 닥친 아들의 세 번째 수술은 대기실에 앉은 나를 고독과 절망에 빠뜨렸다. 행여 아들의 뇌 전체가 전부 감염된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의 심장은 너무도 요동쳐서 손목에 찬 디지털 시계가 내게 숨을 제대로 쉬라고 경고 메시지를 보낼 정도였다. 나는 곧 이어폰을 꺼내서 찬송가를 들었다. “예수를 믿는 것이 얼마나 달콤한가…” 그 가사를 음미하는 내내 예수님이 주신 평화가 나를 감쌌다. 어머니가 보채는 아기를 달래듯 찬송은 그렇게 내 마음을 달랬다.


두 번째로 빌립보서 4장 5절의 “주께서 가까우시니라”를 히브리어로 해석하면, 이는 곧 있을 주님의 재림을 의미한다. 대기실에서 느끼는 긴장과 초조함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언젠가 그리스도가 다시 오셔서 모든 부서진 머리와 가슴 그리고 수족을 새롭게 만들 때(계 21:5),우리의 가장 깊은 희망은 마침내 완성될 것이다. 그 날, 하나님은 그분의 백성 속에 거하실 것이고 우리는 실로 완전하고 영원한 평화를 맛볼 것이다.  


혹시 당신은 지금 이 순간 병원 대기실에서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그렇다면 좌절하지 말라. 우리는 예수님이 오실 그날을 상기하면서 평화와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애초 하나님이 인간에게 원하셨던 온전한 모습으로 서게 될 바로 그날을 기다리면서, 우리의 존재가 하나님을 온전히 또한 영원히 누릴 그날을 기다리면서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와 희망을 누리라.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Finding God in the Anxiety of the Waiting Room

번역: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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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Elizabeth Reynolds Turnage

엘리자베스 레이놀드 터네지는 Living Story Ministries의 설립자로 작가와 교사와 스토리 코치로 활동하며, 저서로는 'The Waiting Room: 60 Meditations for Finding Peace & Hope in a Health Crisi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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