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여! ‘신학적 비전’을 가져라
by 고상섭2019-07-23

새들백교회의 릭 워렌(Rick Warren) 목사는 “교회는 무엇인가에 의해 움직인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교회 안에서 공식적인 투표로 결정된 적도 없지만 교회 생활의 모든 면에 영향을 끼치고 교회를 움직이는 추진력이라 할 수 있겠다. 옥한흠 목사는 이것을 ‘목회 철학’이라 불렀고, 목회자라면 반드시 가져야 하는 철학임을 강조하였다.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가 목회를 하면서 온갖 종류의 좌절을 맛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한 가지의 확고한 철학, 다시 말해 교회가 어디로 움직여야 하고 왜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해 잘 정의된 개념을 가지지 못한 지도자의 리더십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 지도자의 목회 철학은 방법론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그것은 목회의 방법론보다 더 깊은 것이며, 교회가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해답이라고 말했다. 팀 켈러도 이것은 단지 프로그램이나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리디머교회의 부흥을 보고 찾아와서 비결을 물었지만 그 비결은 ‘어떤 목회 프로그램을 사용했느냐’ 하는 것보다 더 깊은 수준에 있는 것이었다. 릭 워렌이 말하는 ‘목회의 추진력,’ 옥한흠 목사가 말하는 ‘목회 철학’을 팀 켈러는 좀 더 좁은 의미로 사용하면서 ‘신학적 비전’이라 이름을 붙였다. 


1. 신학적 비전이란 무엇인가? 


리디머교회를 참관하는 사람들에게 팀 켈러는 사역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것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신 리디머교회가 그런 사역을 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 하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의 목회 철학을 생각할 때 교회론을 염두에 둔다. 교리적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또한 사역의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팀 켈러는 교리적 기초와 사역의 형태 사이에 중간 영역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학적 비전’이라 불린 그것은 교리적 기초를 어떻게 사역적 프로그램으로 나타낼 수 있을까에 대한 비전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신학적 비전은 당신의 교리를 가지고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무엇을 행할 것이지에 대한 비전이다.” 팀 켈러는 교리적 기초가 ‘하드웨어’라면 사역 프로그램이 ‘소프트웨어’이고 신학적 비전은 ‘미들웨어’에 해당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위에서 설명한 옥한흠 목사의 ‘목회 철학’이 교리적 기초와 신학적 비전이 합쳐진 형태라면, 팀 켈러는 교리적 기초와 신학적 비전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다. 내 생각에는 후자가 더 유용한데 그 이유는 교리적 기초가 같아도 사역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두 명의 목회자가 모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받아들인다면, 교리적 기초가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역적 프로그램을 도입할 때 한 사람은 ‘시편 찬송’을 불러야만 한다고 말하고, 또 한 사람은 ‘CCM’를 불러도 괜찮다는 입장이라면, 이 둘은 교리적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교리와 사역 현장을 연결하는 ‘신학적 비전’이 다른 것이다. 신학적 비전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소모적인 교리 논쟁을 하게 될 것이다. 


2. 신학적 비전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신학적 비전’ 이란 단어는 리처드 린츠(Richard Lints)의 ‘신학의 구조’(The Fabric of Theology)에서 인용한 것이다. 린츠는 오늘날의 신학이 삶의 실천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고 말하면서, 교리적 기초를 사역의 무대까지 연결시키지 못하면, 다양한 세속적인 문화적 필터들에 지배당하게 된다고 말하며 신학적 비전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신학적 비전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은 문화의 주류 흐름에 반대해서 거스르지 않으며, 성경의 틀로부터 그 문화를 이해하고 문화와 대화할 수 있는 주도성을 갖게 된다. [중략] 현대의 신학적 비전은 반드시 하나님의 말씀 전체를 현 시대의 세상 속으로 가져가야 한다. 그래야만 시대가 변화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신학적 비전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먼저는 교리적 기초를 튼튼히 놓아야 한다. 교리적 기반이 부실하면 건전한 신학적 비전을 생성할 수 없게 된다. 교리적 기초란 조직신학적 뼈대를 말한다.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교리적 기초가 있어야 한다. 둘째는 현재 시대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사역하는 사역의 현장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교리와 현장이 이원화 되어 분리될 것이다. 셋째는 교리적 기초를 사역의 현장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린츠는 성경에 대한 깊은 성찰과 오늘날 문화에 대한 생각을 동시에 할 때 신학적 비전이 생성된다고 말한다. 


3. 신학적 비전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 


팀 켈러는 많은 사역자들이 교리적 확신이나 문화적 맥락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과 사역 방법들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한다. 교회가 가진 교리적 기초와 사역의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목회자들이 다른 교회가 활용하고 있는 사역 프로그램을 그대로 모방한다. 이런 방식은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지역 도시에 사는 사람들 속으로 뚫고 들어가지 못한다. 왜 안 되는 것일까? 프로그램들이 복음 이해 및 지역 문화 특성에 대한 성찰로부터 우러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신학적 비전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열매가 잘 드러나지 않을 때, 목회자들은 세 가지 방법 중의 하나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첫째, 열매의 결핍을 사람들의 완고한 마음 탓으로 돌리면서 계속 교리적 기초만을 쌓으며 우직하게 일한다.   


둘째, 책을 읽거나 다른 종류의 프로그램을 찾아다닌다. 


셋째, 현대인들에게는 전통적인 교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음을 알고 교리의 토대를 수정해서, 교리와 상관없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접목한다. 


이 모든 경우는 다 교리와 실천의 중간 영역인 신학적 비전을 간과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4. 결론: 고민하라!


우리는 이제 교리적 기초를 어떻게 사역 현장으로 연결시킬 것인가 하는 잘 고안된 비전이 필요하다. 그것은 성경과 실천, 교회와 사역이라는 중간 지대에서 지속적인 고민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존 스토트 목사는 1972년 당시 서구 기독교 젊은이들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반 지성주의’라고 꼬집었다. 동경대 강상중 교수도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고민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팀 켈러는 빌립보서 4장을 해설하면서 ‘생각하라’는 단어를 강조해서 설명했다.


“끝으로 형제들아 무엇에든지 참되며 무엇에든지 경건하며 무엇에든지 옳으며 무엇에든지 정결하며 무엇에든지 사랑 받을 만하며 무엇에든지 칭찬 받을 만하며 무슨 덕이 있든지 무슨 기림이 있든지 이것들을 생각하라 너희는 내게 배우고 받고 듣고 본 바를 행하라 그리하면 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빌 4:8~9).


바울은 ‘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신다’라고 권유한다. 그런데 이 하나님의 평강은 어떻게 우리 가운데 오는가? 바로 ‘이것들을 생각할 때’ 오는 것이다. 여기서 ‘생각하다’라고 쓰인 헬라어 단어는 회계할 때 사용하는 ‘계산하다’에 해당되는 말이다. 결국 하나님의 평강을 원한다면 더 깊이 생각하고 갈구하라는 것이다. 로마서 8:18에서도 “생각하건대, 현재 고난은 장차 받을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라고 말한다. 인생의 고난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당한 위로가 아니라 더 깊은 사고일지 모른다. 


바울은 고난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삶에서 하나님의 평강을 맛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것들을 생각하라!” 팀 켈러는 오늘을 살아가는 목회자들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교리적 기초를 어떻게 오늘의 문화의 현장에 접목하고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을 생각하라! 고민하라!”


팀 켈러는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고민했다. “분별하는 복음교리가 이 시대에 뉴욕 같은 거대한 국제도시에서 어떻게 소통되고 체계화 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바로 ‘신학적 비전’이다. ‘팀 켈러의 센터처치’(Center Church)라는 책은 그 신학적 비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목회에 대한 팀 켈러의 고민의 양을 보여주는 것이다. 


목회자여! 고민하라! 그리고 ‘신학적 비전’을 가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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