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왜 성령이 필요하셨을까?
by Mark Jones2019-12-14

흔히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여러 기적을 행하셨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분은 하나님이 맞다. 그런데 그분의 신성이 인성을 통해 늘 역사하여 기적을 행하도록 만들었다면, 한 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그분의 생애에서 성령의 역할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정말 예수님의 신성만이 유일하게 그 인성에 작용하는 역할을 했다면, 우리는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예수님은 성령이 필요하셨을까?’ 많은 기독교인들은 (때로는 뛰어한 신학자들조차도)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에 있어 성령이 무슨 역할을 하셨는지를 확실히 모를 때가 있다.


성령을 따라 사역하신 예수님


예를 들어 로마가톨릭이나 루터파 신학자들의 경우, 각자의 전통에서 내세우는 기독론을 고수하는 한 성령의 의미심장한 역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가 없다. 로마가톨릭과 루터파 신학자들은 (가령 믿음이나 소망과 같이) 그리스도가 주시는 은사나 은혜를 성령과 어떻게 연관지어 설명해야 할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청교도 신학자 존 오웬(John Owen)은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의 관계를 논증하며 통찰력 있는 성령론을 발전시켰다. 내가 아는 한, 오웬 이전에 그처럼 선명하게 그 관계를 설명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이 온전하게 통합된 상태에 있음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그 과정에서 오웬은 성자의 신성이 아무런 매개 없이 인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일은 단 한 번으로서, 오직 성육신을 통해 인성이 실재하도록 결정하는 일을 할 때만 그러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성육신 이후 그리스도의 인성에 대한 모든 활동의 주체는 성령이 되신다. 그렇기에 그리스도는 자신의 신적 권능이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해서가 아니라 성령이 권능을 베푸셨기 때문에 기적을 행하시게 된 것이다. 그리스도의 신성은 ‘위격적 연합’(the hypostatic union)에 의해 ‘직접적으로’(immediately) 활동하는 게 아니라, 성령에 의해 ‘매개적으로’(mediately) 활동하기 때문이다(여기서 위격적 연합이란, 그리스도의 한 위격 안에 두 본성이 함께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러한 오웬의 접근과 달리, 그리스도의 기적에 관해 통상적으로 이해할 경우에는 그분 자신의 신성에 의해 기적이 행해졌다는 주장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오웬과 다른 개혁신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성령이 그리스도의 은혜를 경험하게 하시는 직접적인 주체가 되신다. 이런 방식으로 그리스도의 인성과 성령의 관계를 이해할 때만, 우리는 예수님이 사람이 되신 사건의 진정한 의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그와 관련된 성경 본문을 읽을 때 마주하는 수많은 물음들에 답변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영혼을 지니신 예수님


기독교인들 중에는 그리스도의 신성이 그분의 영혼을 대신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생각은 순수한 의도에서 나왔을지는 몰라도 잘못된 추측이다. 예수님은 여느 인간과 같이 이성적인 영혼을 지닌 순전한 사람으로 성육신하셨다. 자신의 도덕적 행동에 직접적인 동기를 부여하는 영혼을 지니셨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자의식을 지니고 계셨던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성자의 위격이 곧 그리스도의 자의식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개혁신학자들이 설명한 바와 같이, 위격이란 한 존재의 양식 내지 정체성이지 영혼의 활동이 아니다. 예를 들어 ‘예수님은 누구신가’라는 질문은 그분의 위격을 가리키는 물음이며, 이에 우리는 (그분의 정체성을 가리키기 위해) ‘예수님은 신인(the God-man)이시다’라고 답변한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그리스도의 인성은 그분의 육체와 영혼을 함께 가리키는 개념으로서 그 신성에 묻혀 의미를 상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인성은 하나님과 교제하기 위해 성령을 필요로 했다. 또한 하나님께 올려진 그분의 기도도 단순히 사람의 기도이거나 심지어는 신인으로서 성부께 바치는 기도가 아니라, 바로 성령의 권능 가운데 성부께 드려지는 성자의 기도였다.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가 입을 열어 간구한 어떤 기도도 그분의 인성에 강력하게 역사하신 성령의 도움 없이 드려진 기도는 없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기도도 주님의 간구와 같이 성령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듯 참 사람이신 그리스도가 지상에서 사역하시는 동안 그분과 동행하신 분은 성령이셨다. 또한 그리스도의 생애에서 일어난 모든 주요 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하신 분도 성령이셨다. 이를테면 성육신을 일으킨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원인 자체도 성령께 있었다(마 1:18, 20; 눅 1:35). 그리스도의 생애가 그처럼 성령에 의해 시작된 사실은, 메시아가 성령을 받게 될 사람이라고 말했던 이사야의 예언과도 잘 들어맞는다(사 42:1; 61:1).


실제로 신약성경은 이사야의 증언을 여러 군데서 확증한다. 예를 들면, 그리스도에 대해 성령을 한량없이 받으신 분이라고 언급한다(요 3:34). 또한 세례 시에는 성령이 그분 위에 내려오셨다고 묘사한다(마 3:16). 그리고 광야의 시험 전후로도 성령이 계속해서 그리스도를 인도하고 붙들어 주는 역할을 하셨다고 설명한다(눅 4:1, 14). 더 나아가 예수님 자신도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라고 시작하는 이사야 61장 1-2절을 읽으시며 그 예언이 성취되었다고 선언하셨다(눅 4:21). 그래서 그 선언대로 성령의 권능을 따라 많은 기적을 행하셨다(마 12:18; 행 10:38). 그리고 마침내는 자신의 영혼이 지닌 능력이 아니라 성령의 도우심으로 스스로를 하나님께 바치셨다(히 9:14). 이러한 그리스도의 죽으심처럼, 그분의 부활 역시도 성령에 의해 일어났다(롬 8:11). 그 결과 “성결의 영으로는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사 능력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되셨”다(롬 1:4; 참고 딤전 3:16; 벧전 3:18).


이처럼 성령은 예수님의 지상 사역 동안 계속해서 동행하셨다. 따라서 그분이 성부께 기도하실 때도 성령의 능력을 따라 간구하셨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는 로마서 8장 26-27절 본문도 그리스도와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이렇듯 그리스도의 사역에서 성령이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를 언급하는 수많은 성경 본문은 개혁신학의 해석 전통을 따를 때 가장 잘 설명된다.


연약한 사람이 되신 예수님


지금까지 설명한 기독론을 전제했던 휴 마틴(Hugh Martin)은 예수님이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약하고 힘없는 상태로 오셨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의존성은 하나님에 대한 찬양과 간구를 담고 있는 그분의 기도 속에 잘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예수님이 그렇게 기도하신 이유에 대해서는, 그분이 여자의 몸을 통해 율법 아래에서 나셨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갈 4:4). 율법 아래에서 나셨다는 말은, 다른 규례나 의무와 마찬가지로 기도해야 할 책임 역시 그분에게 있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도의 율법은 하나님께 간구하여 하늘로부터 응답받지 않고는 그 무엇도 스스로 얻을 수 없는 조건을 가리켰기 때문이다(겔 36:37).


이와 같이 예수님은 자신의 인성에서 나오는 믿음, 사랑, 존경, 기쁨을 하나님께 기도로 표현하셨다. 그리고 인간이 경험하는 하늘의 모든 은혜를 성령의 권능을 따라 체험하셨다. 따라서 그분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간구와 소원을 늘 아뢰기 원하셨고, 또한 자신이 신뢰하는 그 아버지를 언제나 찬양하고자 하셨다. 나아가 거룩한 결정을 내리실 때마다 아버지의 뜻을 구하셨을 뿐 아니라, 그분과의 교제를 다른 어떤 의무보다 우선하는 최고의 본분으로 여기셨다. 한 마디로, 하나님과 교통하는 관계 속에서 그분의 참된 인성이 구현되었다.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 주신 예수님


그렇다면 이 모든 내용이 지금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다른 무엇보다도 세 가지 사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예수님이 성령을 보내셔서 우리에 대한 사역을 지속하신다는 사실이다(행 2:33). 즉 그리스도는 십자가상에서 우리를 위해 이루신 사역을 이제는 천상에서 적용하는 일을 하시는데, 이 일을 다름 아닌 성령을 우리에게 부어 주심으로써 행하신다. 그리스도는 승천하신 후로 성령을 우리에게 보내 주시는 역할을 하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령은 그분의 이름을 지닌 “그리스도의 영”으로 우리에게 오셔서 활동하신다(롬 8:9).


둘째는, 성령이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를 닮아 가도록 이끄신다는 사실이다.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보내신 성령은 그리스도 자신의 의로운 생명을 우리 안에 두셔서 그분의 정서와 갈망을 갖게 만드신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그리스도를 닮아 가도록 인도하신다(롬 8:29).


셋째는, 성령이 우리의 인생을 통해 그리스도를 영화롭게 하신다는 사실이다. 그리스도께서 지상에 계실 때 그 생애를 통해 역사하신 성령이 이제는 우리 가운데 역사하신다. 다시 말해 성령은 그리스도로 하여금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듯이, 지금은 우리로 하여금 아버지와 그 아들께 영광을 돌리게 하신다. 결국 우리는 성령의 권능을 힘입어 성부와 성자를 영화롭게 하기 위해 이 땅에 존재하는 것이다. 믿는 자 가운데 역사하시는 성령의 사역은 그 사실을 떼 놓고는 설명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예수님은 성령을 통해 완전한 삶을 사시고, 우리를 위해 죽으셨을 뿐 아니라, 마침내는 영광스럽게 부활하셨다. 그리고 그 성령을 이제는 우리에게 부어 주셔서 우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루셨다(요 14:18).




출처: www.desiringgod.org

원제: Why Jesus Needed the Holy Spirit

번역: 장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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