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
by R. C. Sproul Jr.2020-05-11

들짐승 가운데 가장 간교한 뱀은 위조에 능한 자다. 그 교활한 수법은 그리스도의 왕국을 대신하는 왕국을 세우는 일만이 아니라, 가짜 왕국의 모든 부분이 진짜 왕국과 똑같도록 모방하는 작업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한마디로 그는 위조자다. 이런 점에서 적그리스도는 단지 ‘그리스도를 반대하는’(against Christ) 자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대신하는’(instead of Christ) 자이기도 하다. 가짜 왕국의 가짜 메시아인 셈이다. 따라서 진짜 메시아처럼, 그도 자신을 예배하는 자를 찾는다. 또 삼중직을 날조하여 가짜 선지자, 가짜 제사장, 가짜 왕으로 행세한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자기 자녀에게 모든 복을 내려주시듯, 땅에 있는 자 역시도 그러한 복을 모조한다. 그리고 사악하게도 우리를 꾀어내 그 두 가지 복을 혼동하게 만든다.


이 시대의 타락한 문화를 보여 주는 현상이 있다. 바로 가족에 대한 건전한 이해가 꾸준히 쇠퇴하고 있는 현상이다. 가족은 우리에게 공통적으로 허락된 축복임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자유를 제한하려고 결혼을 해서 자녀를 양육하여 경건한 백성으로 세우라고 명하신 게 아니다. 오히려 가정을 이루는 사명과 더불어 그 자유를 행사하도록 인류에게 복을 주셨다. 그러나 뱀은 무수한 버전의 가짜 가족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저급하고 어리석은 애정을 거기에 쏟아붓게 만든다. 다시 말해 우리를 유혹하여 그릇된 장소에서 애정을 찾게 만들며, 밀물이 들면 쓸려 나갈 모래 같은 관계 속에서 소속감을 다지게 만든다.


진정한 가족은 소속감과 더불어 공통된 신념과 목표를 제공한다. 다수의 크리스천이 모여 구성된 교회와 같이, 크리스천 가족도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추구하는 한 가지 목표를 지닌다. 나의 가족을 예로 들면, 저녁에 모여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서로가 부름받아 함께 이루어 갈 사명이 무엇인지를 확인한다. 그러나 마귀가 만들어 낸 가짜 가족은 그와 같은 영적 생기를 지닐 수 없다.


나의 가족은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the Bristol Motor Speedway)라고 하는 자동차 경기장에서 북쪽으로 불과 30마일 떨어진 지역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에는 자신이 선호하는 레이서를 응원하며 경쟁하는 두 집단의 가족이 있다. 매번 경기마다 데일 언하트 주니어(Dale Earnhardt Jr)를 응원하는 집단과 제프 고든(Jeff Gordon)을 응원하는 집단이 서로 모조된 가짜 가족을 이룬다. 누가 어느 가족에 속했는지는 각자가 몰고 다니는 차량 범퍼에 붙은 스티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특정 레이서를 선호하는 가족에 속했음을 나타내기 위해 그에 맞는 의상과 차량을 고르고 헤어스타일을 하고 다닌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삼아 가족을 이루려 한다. 가령 동일한 질병이라든가 취미를 공유한 사람들을 가족으로 여긴다. 그래서 암투병 후 살아남은 사람들이나 정원에서 장미를 기르는 사람들과 연대감을 느끼곤 한다.


또 다른 이들은 부차적인 유전 형질에 근거하여 가족을 세우려 한다. 가족이란 유전학적으로 공통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한 신념은 피부색에까지 미친다. 이와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 가정을 보며 정통 백인 가문이 아니라고 여긴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는 아프리카에서 넘어온 조상을 둔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아이가 갈색 머리에 갈색 눈동자, 갈색 피부를 가졌을지 몰라도, 그는 엄연히 스프로울 가문의 자식이다. 그리고 다른 모든 가족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도 하나님 나라를 가장 먼저 구하라고 부름 받았다.


나는 그처럼 무의미한 기준을 따라 하나님 나라 바깥에서 자기 정체성과 소속감을 찾으려 하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슬퍼진다. 그런데 훨씬 더 슬퍼질 때가 있다. 바로 그러한 연대 의식이 교회 안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묶고 있는 모습을 볼 때다. 우리는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르지만, 그리스도 자신과 그분이 이루신 일보다도 우리가 좋아하는 축구팀에 더 충실할 때가 많다. 그래서 주일에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결승에 진출했을 때 가슴이 가장 벅차오른다. 또 우리는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르지만, 나이와 성별 혹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사람들을 만나길 좋아한다. 그렇게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이 아니라 각자에게 있는 다른 무엇으로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정체를 규정하곤 한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는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 자신을 향해 기도하라고 명하셨다. 왜냐하면 그분이 우리 아버지시기 때문이다. 바로 이 관계가 우리를 우리로서 규정한다. 우리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둔 사람들이다. 따라서 우리가 충실히 살펴야 할 가족도 이 관계로부터 주어진다. 나의 경우는 사십 대에 이마가 벗겨졌지만, 이런 모습에서 가족의 특징을 찾을 수는 없다. 또 영국 제도(the British Isles)에 가계의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서 나의 가족이라고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나의 가족은 결국 어린양의 피로 구속된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의 형제고 자매다. 서로 다른 축구팀을 응원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이 가족을 사랑하는 일이 나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그들이 나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바로 나처럼 그들 역시 거듭나서 하나님의 가족이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한 분의 아버지가 계신다. 또 한 어머니와 같은 교회가 존재한다. 그리고 맏형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 따라서 이 가족은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너희가 전에는 백성이 아니더니 이제는 하나님의 백성이요 전에는 긍휼을 얻지 못하였더니 이제는 긍휼을 얻은 자니라”(벧전 2:9-10). 바로 이 은혜로, 우리 모두가 이 땅에 매인 신분이 아니라 하늘 아버지를 둔 거류민과 나그네로 곧 그분의 가족으로 한 생을 살길 소망한다.




출처: www.ligonier.org

원제: We Are Family

번역: 장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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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R. C. Sproul Jr.

R. C. 스프로울 주니어는 본명이 Robert Craig Sproul로 Grove City College에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고,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학, Whitefield Theological Seminary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칼빈주의 작가이며, 신학자인 그는 Ligonier Ministries의 설립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