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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 아내의 남편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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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배경락 목사(기독교인문학연구소장)  /  작성일 2020-02-07

본문

어느 날 남편은 집을 떠났다. 계획도 없이. 가정과 일밖에 모르던 남자였다. 열심히 일하여 배 한 척 마련했을 때 그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생생하다. 물고기를 잡으면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왔던 그였다.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하여 친정어머니를 모시자고 했을 땐 정말 감격하였다. 이 남자와 함께 평생을 행복하게 살 줄 알았다. 그런 그가 변하였다.


메시아라고 하는 예수를 만난 이후 남편은 완전히 변하였다. 매일 같이 배를 손질하고 그물을 청소하며 소중하게 여기던 것, 그가 모든 것을 버렸다. 나는 너무나 놀라고 당황하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모아 놓은 재산도 별로 없는 데 떠나겠다는 남편은 고집불통이었다. 이제 생계는 오로지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되었다.


그래도 남편이 결단하고 가는 길이라면, 기쁨으로 격려하지 못할망정 울고불며 막아서는 안 될 일이었다. 남편이 집을 떠난 후 나는 한동안 방황하였다. 허무하였다. 남편 소식은 간간이 풍문으로 들려왔다. 예수에게 정신이 팔려 목숨을 내놓고 따른다는 이야기였다. 가끔 바리새인이나 사두개인들이 찾아와서 동태를 살피고, 험악한 낯으로 눈알을 부라리며 위협하다가 가곤 했다. 나는 두려웠다.


돈 한 푼 가져다주는 것이 없지만, 베드로는 나의 남편이다. 그가 비록 위험한 선택을 했다 할지라도, 나는 그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시간만 나면 회당에 나가 남편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심한 고열에 시달렸다. 병의 원인도 알 수 없었다. 백약이 무효였고, 손 쓸 방법도 없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따르고 있는 그를 번거롭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결국 남편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많이 안 좋아요. 한 번 오셔서 어머니를 뵈어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나 자상하였던 남편은 그 소식을 듣자 예수님과 함께 찾아왔다. 예수님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기도하시더니 일으켜 세우셨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어머니의 고열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가버나움 동네는 그야말로 축제가 벌어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모든 병자와 귀신 들린 자들이 예수님 앞에 나왔다. 예수님은 그들을 하나도 마다치 않고, 위하여 기도하고 치료하여 주셨다. 오랜만에 남편을 보았지만, 기쁨을 나눌 시간도 없었다. 허리 펼 시간도 없이 부엌에서 음식 장만을 하였다. 열병에서 회복된 어머니도 일을 거들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남편은 예수님을 따라 다시 집을 떠났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남편이 따르는 예수 그리스도는 진정 메시아임이 분명하다. 내가 비록 배운 것은 없지만 그래도 들은 풍월은 있다. 메시아의 오심을 예언한 이사야 선지자가 말하지 않았던가! “주 여호와의 영이 내게 내리셨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사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라 나를 보내사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며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선포하며 여호와의 은혜의 해와 우리 하나님의 보복의 날을 선포하여 모든 슬픈 자를 위로하”(사 61:1-2)리라 하였더니 예수님이 과연 그렇게 하였다. 나는 이 일을 직접 눈으로 보았다. 열병으로 죽어가던 어머니가 일어났고, 우리 집을 찾아왔던 모든 병자와 귀신 들린 사람이 고침을 받았다.


이제 나는 남편의 결정이 얼마나 옳은지를 깨닫게 되었다. 늙으신 어머니만 아니었으면 나도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어깨가 축 처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토록 믿고 따르던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며 돌아가셨다고 하였다. 나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종교인들이 흉악하다 할지라도 예수님을 그렇게 비인간적이고 모욕적으로 대할 수는 없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구할 자이시며 우리의 희망이었다. 나는 남편을 어떻게 위로하고 격려할지 알 수 없었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말씀하셨다. ‘절망의 어두운 그림자가 비칠 때라도 엎드려 기도하면 응답하신다.’


숨어 살던 남편은 고기나 잡으러 가겠다고 그물을 정리하여 바닷가로 나갔다. 바다로 나가는 남편은 힘이 하나도 없었다. 저런 상태로 무슨 고기를 잡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남편은 인생의 낙오자 같았다. 날이 훤하게 밝아오는 아침에 남편은 신나서 뛰어 들어왔다. 고기를 잔뜩 잡은 것 때문에 기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남편은 완전히 변하였다. 처음 예수님을 따르던 때는 야망이 있었다. 그 야망은 순전하기보다 어쩌면 사심이 섞인 야망이었다.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면 뭔가 한자리할 것 같은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집을 떠나는 남편은 달랐다. 더는 인간적 야심이 없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남편은 죽음의 위협 앞에서 당당하게 나아가는 모습이었다. 나도 남편을 따르기로 했다. 주님을 따르는 길에 남녀 구별은 있을 수 없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500여 성도에게 보이실 때 나도 주님을 뵈었다. 주께서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 말씀하시고 승천하셨다. 나는 복음의 증인이 되어 주를 따르기로 결심하였다. 나는 남편이 가는 길이라면 언제나 동행하면서 함께 사역자로, 복음의 증거자로, 전도자로 살았다.(고전 9:5) 핍박을 받아도 같이 받았고, 눈물도 같이 흘렸고, 기쁨도 함께 나누었다. 사랑하는 남편과 사랑하는 주님이 언제나 함께하기에 두려울 것은 없었다.


부부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함께 죽는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는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자로서 남편의 손을 잡고 함께 하늘나라로 가고 싶다고 늘 기도했다.1) 나의 기도가 정말 이루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우리는 모두 하늘나라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늦게 들어가든, 일찍 들어가든 우리는 함께 만날 것이다. 나의 이름을 모르는 모든 사람도 그 날에는 함께 아름다운 교제를 이룰 것이다.


이제 나는 남편의 설교 한 편을 소개하겠다.


“아내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남편에게 착한 아내가 되어, 남편의 필요를 들어주십시오. 그러면 하나님 이야기에 무관심했던 남편도 여러분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삶에 감화를 받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외모 - 머리 모양, 몸에 걸친 보석, 옷차림 - 가 아니라, 여러분의 내적인 마음가짐입니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계발하십시오. 내면을 온화하고 우아하게 가꾸십시오. 그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입니다. 전에 거룩하게 살았던 여인들은 하나님 앞에서 그와 같이 아름다웠고, 남편에게도 착하고 성실한 아내였습니다. 예컨대 사라는 아브라함을 보살피면서 그를 “나의 사랑하는 남편”이라고 불렀습니다. 여러분도 걱정과 두려움 없이 그렇게 하면 사라의 참된 딸이 될 것입니다.


남편 여러분에게도 똑같이 권합니다. 아내에게 좋은 남편이 되십시오. 아내를 존중하고 기뻐하십시오. 여러분의 아내는 여자이기에 여러분보다 연약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새로운 삶 안에서는 여러분과 동등한 사람입니다. 여러분의 아내를 동등한 사람으로 존중하십시오. 그래야 여러분의 기도가 막히지 않을 것입니다.”(벧전 3:1-7, 메시지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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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렉산드리아 클레멘트의 말에 따르면 베드로 부부는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주를 위하여 순교하였다고 전하였다. 클레멘트는 베드로의 가정은 행복하였고, 주를 위하여 헌신하였던 축복받은 가정이라고 하였다.




* 배경락 목사는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필리핀 선교사와 서북교회 담임목사, 백석신대원 강사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미국 로고스교회 협동목사와 기독교인문학연구소 소장으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곧게 난 길은 하나도 없더라’, ‘성경 속 왕조실록’, ‘성경 속 노마드’, ‘사랑의 9가지 습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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