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척과 기업가적 면모
by Matt McCullough2018-11-01

“당신은 기업가적인 면모가 있습니까?”

이것은 내가 교회 개척을 준비하고자 했을 때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아마도 나의 배경 때문에 이러한 질문을 했을 것이다. 그 당시, 나는 학위를 위해 장기간 공부한 것 외에는 교회 개척을 위한 어떤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그저 거대한 학교 안 여러 학생 중 한 명에 불과한 삶을 살고 있었다.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처럼, 나는 관심 분야의 범위 안에서 읽고, 쓰고, 가르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 내가 만나는 인연들도 그 생활 안에서 한정되어 있었다. 교회 개척자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든 간에 나는 준비된 사람이 아니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했을 때, 우려 섞인 질문을 듣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타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보통 교회 개척을 떠올렸을 때 목회적인 측면보다는 우선적으로 사업적인 측면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척을 위해서는 기업가 같은 면모가 있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가정이 과연 옳은 것일까?

 

기업가와 교회 개척자의 유사성

 

이 질문에 대한 답은기업가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달려 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기업가를 "사업을 운영하는 자로서 이윤 추구를 위해 재정적 위험을 감수하는 자"라고 정의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는 이를 "자원의 한계를 뛰어넘어 기회를 포착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러한 정의들은 비지니스 상황에서 유래했기에 지역 교회의 상황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왜 사람들이 교회 개척과 기업가적 면모를 연결지어 생각하는지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교회 개척자들은 기업가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가능성이 보이는 곳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교회를 개척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인적, 물적 자원의 부족분을 자신의 시간과 땀, 창의력과 유연성으로 채워가며 일해야 한다.

 

이처럼 만약 당신이 교회 개척자라면 필요한 모든 일을 기꺼이 해내야만 . 그저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교회는 아직 안정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큰 그림을 그리고 계획을 세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단계를 밟아야 한다. 이때 유의할 것은 교회 개척은 언제든지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교회 개척자는 이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매일 규칙적으로 해야 하는 잔업무도 피할 수 없는 임무 중 하나이다.

 

교회 개척자가 기업가와 동일할 수 없는 이유

 

감사하게도, 나는 기업가적인 면모를 갖춘 목회자가 아니더라도 개척 교회가 충분히 번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은 오로지 목회자 주위에 리더다운 리더들을 세우는 것이다. 교회에 장로들이 많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나의 경우 우리 교회 리더들이 내 부족한 경험과 성품을 많이 채워 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경험이 핵심 비결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업가처럼 인적 자원을 풍부하게 연결하고 활용하라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은 성경이 말하는 개척의 자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교회 개척을 위해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러한 장점은 어디까지나 성경 기반의 필수요소가 아니다.

 

기업가적인 면모가 없더라도 교회를 개척할 수 있다. 그러나 목자가 아니라면 교회 개척은 불가능하다.

 

먼저 교회 개척, 다른 말로 ‘교회를 키우다’라는 말은 부적절한 표현일 수 있다. 이 표현은 교회의 근본적인 존속 원리보다는 인위적인 성장의 측면을 조명하기 때문이다. 교회의 존재와 성장은 하나님께서 주관하시므로 개척을 위한 기업가가 필요하지 않다. 강조하지만 교회 개척을 위해서는 반드시 목자가 필요하다. 교회는 성경을 가르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성도가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도록 권면하고, 사역을 위해 준비되도록 돕기 위해서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바울처럼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교회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그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러하더라도 바울 우선 순위는 자신이 개척한 교회를 위해 목자를 확보하는 일에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14:23; 1:5). 교회를 위해 목자를 구하는 동안, 바울은 성도와 직접 대면하거나 편지를 통해 목회 사역을 감당했다.

 

가지 질문


당신이 도전을 즐기는 기업가적 기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가적 기질 때문에 교회 개척에 마음이 끌린다면, 위험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다음은 교회 개척을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확인해야 할 몇 가지 질문 사항이다.

 

1.     당신은 왜 개척하고 싶은가?


기업가들은 틈새 시장의 기회를 엿본다. 그들은 수요 대비 충족되지 않은 공급의 차이를 포착하고, 이를 이윤추구에 어떻게 활용할지 구상한다. 기업가에 따라서는 어떠한 종류의 틈새인지보다 그 틈새로 인한 사업적 기회 자체를 중요하게 여긴다. <포브스닷컴>(Forbes.com) 작가는 기업가란 "제품, 서비스, 산업 또는 시장의 상황과는 무관한 본능적인 충동" 이끌리는 사람이라고했다. 즉, 그들은 제품 자체보다 아직 아무도 정복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에서 무언가 시작한다는 것에 이끌린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동기는 건강한 교회 개척에 합당하지 않다. 당신이 교회를 개척하려고 한다면 지역 교회에 대한 사랑과 교회를 이끄는 구체적인 사역에 끌려야 한다. 만일 당신의 주된 동기가 새로운 모험이 주는 긴장감이라면 재고해 보길 바란다. 그 교회가 지속해야 할 목회 사역의 본질을 잃게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즉, 모험이 주는 긴장감을 중요시하는 교회 개척자는 매일 반복되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장기적인 목회 사역을 감당할 수 없다.

 

또 당신은 사람들의 사소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들은 당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화하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의 권면에 순종하지 않아 당신을 화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다른 건강한 교회에서도 마주하게 되는 목회 사역의 현실이다. 사실 하나님이 허락하신다면, 변화를 위한 오랜 시간의 인내야말로 당신과 성도들의 삶에 큰 열매를 맺는 길이 된다. 더불어 이 과정을 통한 인내는 당신에게도 큰 기쁨을 줄 것이다.

 

2. 당신이 개척하고자 하는 교회는 어떠해야 하는가?


앞서 나는 기업가들이 시장의 틈새를 기회로 만든다고 언급했다. 기업가들은 시장에 없는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공급한다. 이는 교회 개척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가 세우고자 하는 교회가 지역 사회에 필요한 건강한 교회의 특성에 잘 부합하는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어느 특정 지역에 건강한 교회가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개척을 위한 좋은 이유가 될 것이다. 건강한 교회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순종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의미한다. 그 교회는 함께할 때 나타나는 삶의 변화로 인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된다. 또한 서로의 신앙 성장을 위해 각자의 책임을 다한다. 더불어 공동체에 주신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이루기 위해 서로를 준비시키는 훈련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시, 공간을 뛰어넘어 건강한 교회들이 갖는 이와 같은 공통적인 특징들은 교회가 추구해야 할 다른 그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들이다.

 

당신이 개척하고자 하는 교회의 방향이 이러한 건강한 지역 교회의 공통적인 특성과 다르지 않은가? 혹시 기업가처럼 혁신에 대한 갈망으로 교회 개척에 접근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이 추구하는 방향은 성경이 규정하지 않았을 뿐더러, 하나님이 복 주시기로 약속한 교회의 모습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당신의 목표가 지역 교회와는 전혀 다른 교회를 세우는 것이라면, 이는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당신 스스로를 상품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교회 개척을 하다 보면 또 다른 유혹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스스로를 교회 개척 시장이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독특한 상품, 수요를 일으킬 새로운 대상으로 보고자 하는 욕망이다. 옥스포드 영어 사전 온라인 버전은 기업가의 정의에 대해  상품기획자’(a promoter in the entertainment industry)라고 안내한다. 혹시 교회 개척자는 반드시 기업가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상품화하고 있는가? 개척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교회의 얼굴이자 상품이 되어야 한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교회 개척의 성공을 위해 선택한 상품이 목회자 자신이라면, 어느 쪽으로 보나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일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가 뿌리내리지 못했을 경우, 당신은 매력 없는 상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당신으로 인해 교회가 성장한다고 해도 교회 공동체의 중심을 성경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실패한 목회이다. 이는 영광을 받는 분이 하나님이 아니라 본인이 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교회 개척의 성공은 제로게임(zero-sum game)과도 같다. 충실한 교회 개척자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세례 요한의 말에 동의해야 한다.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요 3:30).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Church Plants Need Shepherds, Not Entrepreneurs

번역: 고갑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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