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도 십계명이 필요하다
by Derek Rishmawy2020-06-05

진창에 빠진 것 같은 우리 사회는 지금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아 여러 격동이 가져다준 역류에 휩쓸려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것만 같다. 한편으로, 우리는 모두 다 개인을 제한하는 규칙과 규율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을 지지하는 공개적인 개인주의자다. 또한 0과 1로만 표현되는 디지털 세상(binary systems)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나 자신이 하는 이야기 속에 숨은 다양한 측면조차 제대로 다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도덕주의자의 칼날을 벼리면서 오늘날 중대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도덕 십자군 전쟁을 준비하며, 진보와 정의의 길을 방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제거할 준비가 된 존재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불필요한 관습과 불의로부터 구원하기는 커녕, 어떤 때는 오히려 불의가 더 활개치도록 만드는 법률을 상대해야 하는 현실을 맞고 있다.


한편, 과거에 일찌기 없었던 안락함과 건강 그리고 다양한 놀이에 둘러 쌓인 요즘 아이들은 오히려 훨씬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초조해하고 있다. 지난 20년을 통틀어 지금 가장 높은 십대 자살율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이 묘사했던 문화적 무질서(anomie, 아노미) 또는 무법 상태에 의하면, 경제와 사회 위기의 시대를 맞아서 공유되던 사회적 규범, 의미 및 응집력의 붕괴는 결국 일반화된 허무감, 절망, 그리고 목적 실종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물론 뒤르켐은 보다 더 광범위한 사회에 관해서 말한 것이지만, 우리가 직장에서 만나는 너무도 많은 근본 없는(rootless) 젊은이들이 세수하라고 잔소리하는 언니 같은 존재, 엉망이 된 삶 속에 질서를 잡으라며 아버지와 같은 조언을 하는 조던 피터슨(Jordan Peterson, 역자 주: 캐나다의 임상심리학자이자 토론토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과 같은 라이프 스타일 또는 자기 계발 코치에게 의존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오늘날 그들이 직장에서 겪는 개인적인 아노미와 심리적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말한 사회적 배경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교훈,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십계명, 즉 그의 “열 개의 말씀(Ten Words)”을 설명한, 피터 레이하르트(Peter Leithart)의 소책자, ‘The Ten Commandments: A Guide to the Perfect Law of Liberty’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것은 전형적인 레이하르트의 작품이다. 모든 페이지는 거미줄 같이 촘촘한 성경 신학과 세밀한 주석, 히브리 문장 구조 분석(키아즘, chiasm), 역사적 사실 복원, 그리고 신학적 단어 놀이로 가득 차 있다. 속이 꽉 차고(Pithy) 실용적이며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강력한 이번 레이하르트 책은 단 한 글자도 버릴 게 없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말씀


이 책의 구조는 단순명료하다. 첫 두 장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부분은 십계명이 지금도 교회에 여전히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리고 십계명의 순서대로 책을 저술했기에(기본적으로 개혁주의의 순서에 따랐는데, 단지 첫 번째 계명을 더 잘 설명하기 위해서 동방 가톨릭 쪽 서문을 포함했다), 이 책의 본문은 총 열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장에 등장하는 신학적 구조다. 십계명이 이스라엘 민족만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오늘날 기독교인에게도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미국 앨라배마 주 버밍햄에 있는 ‘테오폴리스연구소’(Theopolis Institute)의 소장인 레이하르트는 십계명을 출애굽기와 성경 전체의 광범위한 이야기라는 맥락 속에서 바라보면서 십계명은 하나님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인 이스라엘 민족에게 시내 산에서 직접 전달해 준 말씀(Words)이라고 주장한다(출 4:23).


하나님은 그의 첫 번째 계명을 그의 첫 아들인 아담에게 주었다. 시내 산에서 그는 그의 아들, 새로운 아담에게 말씀하셨다. 열 개의 말씀은 명령이다. 그러나 이건 단지 명령으로서만 끝나는 게 아니다. 아버지 되신 야훼가 그의 아들인 이스라엘 민족에게 말씀하실 때, 그는 그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분명하게 밝히셨다. 열 개의 말씀은 다름 아닌 ‘개인적인 선언’이고 이것이야말로 야훼가 어떤 분인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말씀이다.


하나님은 좋은 아버지고 그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방향과 목적 그리고 질서를 주셨다. 달리 말해서 그들이 넘어서는 안 되는 자유의 한계를 분명하게 그려 주셨다. 열 개의 말씀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부자간의 대화”인 셈이다. 하나님 아버지가 이스라엘 민족에게, 그들이 이 세상에서 정말로 하나님의 참된 아들이 되고 싶으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소상하게 알려주고 있다. 왜냐하면 이 열 개의 말씀은 다름 아닌 하나님 자신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열 개의 말씀은 무엇보다도 신학적 진술이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것은 또한 인류학적 진술, 하나의 정체성,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성을 지니기 위한 이스라엘의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물론 구약의 내용 대부분은 이스라엘이 열 개의 말씀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계속 실패함으로써 아버지 야훼를 알지도 못하고 또한 아담에게 주어진 소명에 응답하지 못하는 이야기다.


감사하게도 또 다른 아들이 등장한다. 바로 마지막 아담, 진정한 이스라엘, 아버지 야훼와 똑같이 생긴 존재, 바로 육신을 입은 하나님의 아들이다. 그는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열 개의 말씀을 성취하고 또한 그 열 개의 말씀을 자신의 삶 속에서 구현했다. 궁극적으로 십계명은 시대를 초월해서 모든 기독교인을 위한 것이다. 왜냐하면 십계명 속에는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십계명은 바로 하나님이 영원 전부터 “미리 아신 자들로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한”(롬 8;29) 형상 되신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있다.


진리의 말씀


이런 전체적인 구조를 염두에 두고 레이하르트는 각각의 계명을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모든 계명은 다 그 뿌리를 신구약 말씀, 하나님의 성품, 그리고 예수님의 사명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하나님을 향한 순종의 자유(filial freedom)를 상황에 맞게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거짓 증언하는 계명에 관한 장에서, 레이하르트는 구약에 등장하는 다양한 법률과 잠언 그리고 선지서 구절을 인용함으로써 인생 전체에 걸쳐서 진실된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말씀 하시는 하나님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말들이 다 무게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신다. 진실한 간증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향한 폭력을 억제하고(출 23:1; 신19:15-21; 약 3:9) 공정한 사회생활에 필요한 조건을 설정한다. 따라서 말을 할 줄 모르는 채로 태어나는 우리는 야훼 아버지처럼 말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바로 우리의 말을 통해서 생명이 창조될 수 있도록 말이다(창 1장).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시대에 가십, 거짓 증언, 중상모략 및 치명적인 거짓말은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하는 위험이다. 우리는 지금 트위터를 통해 명성을 얻을 수도 있고, 가짜 뉴스에 의해 죽음을 다루는 이데올로기가 나타나기도 하며, 또한 디지털 군중(네티즌)에 의해서 한 순간에 명성이 무너질 수도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식의 다이나믹한 세상 움직임은 교회조차 찢어놓을 수 있으며, 또한 믿는 자들조차 중상모략적인 논쟁에 휘말리게 만들 수도 있다.


사랑의 모습으로 가장한 채 죄를 죄라고 부르지 않는 비겁한 침묵의 방법을 선택하는 대신, 레이하르트는 신자들에게 선지자적 순교(prophetic martyrdom)를 실천하라고 독려한다. 이웃과 적을 담대하게 사랑하는 것은 선지자들처럼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거짓말의 아비인 사탄에게 포로가 된 사람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때로는 생명을 거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참되고 충실한 증인 예수”의 형상에 맞는 진리를 말하는 사람이 된다.


독자와 목회자를 위한 말씀


이 짧은 글을 통해서 이 책의 가치를 완전히 드러낼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건 몰라도 이 책이 정말로 기가 막힌 소책자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만약에 조만간 구약을 공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은 가장 중요한 소스를 바탕으로 구약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분량과 다루는 주제 그리고 그리스도에 중점을 둔 주제 의식까지, 이 책은 시리즈 설교를 준비하는 데도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자, 이제 마무리하는 의미로 설교자들에게 격려가 되는 말을 해야겠다. 설교를 가르치는 소명을 받은 사람이라면, 그것은 선지자적인 측면에서 진리를 전달하라고 부름받았음을 의미한다. 이전에 십계명을 가르친 적이 없거나, 가르친 적이 있어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다면 내년에 다시 십계명을 다룰 것을 고려해 보라.


성과 돈, 또한 권위에 관한 인기 없는 진리를 선포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시대가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아버지의 가르침을 들어야 한다. 자기표현에만 치중하는 개인주의 시대를 살면서 불필요한 불안을 겪지 않기 위해서도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지시가 필요하다. 사람들에게는 율법의 구조와 복음의 은혜 즉 야훼 아버지께서 시내 산에서 주신 열 개의 말씀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하나님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예수님을 바라보아야 한다.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Our Father, Who Art on Sinai: The Ten Commandments Today

번역: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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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Derek Rishmawy

데렉 리쉬머이는 Reformed University Fellowship(RUF) 캠퍼스 사역자이다. 현재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에서 사역하고 있고,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박사 과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