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새겨야 할 하나님의 명령

십계명

저자명 Kevin De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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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조정의 목사(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  작성일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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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십계명 혹은 율법을 죄를 깨닫게 하는 일에 사용한다. 바울은 “율법으로 말미암지 않고는 내가 죄를 알지 못하였으니”라고 말하는데(롬 7:7), 거룩하고 의로우며 선한 율법 앞에서 모든 사람은 자기 죄를 발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롬 7:12). “율법은 우리를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초등교사가 되어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함을 얻게” 한다(갈 3:24).


그러면 구원받고 난 후, 성도에게 율법은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일까? ‘십계명’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은혜와 사랑으로 가득 찬 성도의 삶에 갑자기 ‘십계명’을 들이밀면 위축되고 거부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결코 이룰 수 없는 하나님의 온전한 기준, 십계명. 우리의 죄를 낱낱이 고발한 무서운 조문, 십계명. 죄의 짐을 벗고 자유를 외치는 이들에게 어떻게 십계명은 쉽고 가벼운 멍에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그리스도언약교회 담임목사인 케빈 드영은 이 주제를 ‘십계명’이라는 책으로 다룬다. 그는 미국 전역의 복음주의 교회, 컨퍼런스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리폼드신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책은 다수 국내 번역 출간되었는데, ‘그리스도인의 구멍 난 거룩’(생명의말씀사), ‘성경이 동성애에 답하다’(지평서원), ‘교회의 선교란 무엇인가’(부흥과개혁사) 등이 있다.


책의 구성은 시작하는 글과 마치는 글을 앞뒤로 두고 10장에 걸쳐 십계명의 계명을 하나하나 다루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시작하는 글에서 케빈 드영은 십계명을 알아야 하는 5가지 이유와 십계명에 복종해야 하는 5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십계명은 성도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성경의 중요한 가르침이기 때문에, 교회가 역사적으로 강조해온 가르침이기 때문에(예: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루터교 대요리문답 등), 모세가 전해준 율법의 핵심이기 때문에, 신약성경이 가르치는 윤리의 핵심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율법이 성도에게 주는 유익이 있기 때문에 알아야 한다.


또한 성도는 거룩한 백성으로서 거룩한 법, 십계명에 복종해야 하고, 거룩하신 하나님에게 속한 자로서 거룩한 법을 따라야 하며, 하나님께서 우리와 관계 속에 주신 유익한 법이므로 순종해야 하고, 자유롭게 된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도록 돕는 규칙이므로 따라야 하며, 마지막으로 구원받은 자들로서 복종해야 할 이유가 생겼기 때문에 구원자 그리스도를 사랑하여 그 계명에 순종해야 한다.


시작하는 글에서 저자가 분명하게 말하고 있는 부분은 성도에게 있어 십계명은 행위로 구원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은혜로 구원 얻은 자가 기쁨으로 따를 수 있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이다.


뒤이어 계명을 다루면서 저자는 계명이 당시 상황에 주어진 의미를 설명하고, 그것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알려준다. 예를 들어,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의 의미를 설명하고, 그것이 특별히 오늘날 미치는 범위인 낙태, 안락사, 자살 등을 다룬다. 저자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십계명의 의미를 폭넓게 적용하는 데 매우 유익하다.


생각보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말씀을 좁게 적용한다. 예수님 앞에 선 부자 청년 역시 율법을 어려서부터 다 지켰다고 말할 때 하나님의 계명이 얼마나 인간의 삶에 다양하고 복잡하게 적용되는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가 십계명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하여 설명하는 부분은 그래서 많은 유익이 된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그래서 자연스럽게 행하는 어떤 행위들이 실제로 십계명에서 금하는 일이었음을 말씀을 통해 분명하게 교훈하고 바로잡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예수 그리스도와 율법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가령 예수님께서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이 설명하는 죄의 문제를 더 깊이 다루신 부분인 “형제를 미워하는 것”을 설명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공로로 어떻게 이 계명을 성도가 순종할 수 있는지 말해준다. 다시 말해 저자는 그리스도가 더 분명하게 밝히신 계명의 의미와 그리스도를 통해 온전히 성취된 그리고 그리스도를 따라 우리가 순종할 수 있게 된 계명의 의미를 분명하게 설명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의 공로로 우리의 모든 죄를 사하셨고, 이제 하나님 앞에 의롭게 된 자들이 그 신분에 합당한 삶을 살아간다. 십계명은 하나님의 선하고 거룩하신 뜻으로 우리가 기쁨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의 기준이 된다. 저자는 이 삶을 먼저 우리에게 본으로 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소개한다. 그리스도는 우리가 이 삶을 살 수 있게 된 구원의 길을 여신분이시자 동시에 이 삶을 따라 살 수 있도록 도우시는 우리의 선생이 되신다. 저자가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각 장의 마지막에 강조한 것은 복음적인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십계명은 성도가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자기계발 원칙이 아니고,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힘써 지켜야 할 법칙도 아니며, 오직 은혜, 오직 그리스도로 인해 구원을 얻은 성도가 구원의 열매를 맺기 위해 순종해야 할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십계명은 구원받은 사람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신자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두고 행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 그 은혜에 참여하기 위해 신자는 순종을 통해 아들의 형상을 닮아가는 일에 함께한다. 질그릇 같은 육체 안에 신성을 빚어가는 참으로 놀라운 은혜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 케빈 드영은 이렇게 질문한다.


“그리스도의 강림으로 십계명에 모종의 변화가 일어났는가?”


그에 대한 대답은 이렇다.


“그렇다. 변화되었을 뿐 폐기되지는 않았다. 지극히 뛰어난 그리스도의 위대하심을 바라보며 그분 안에서, 그분을 통해 십계명을 지키지 않으면 그것을 절대로 올바로 지킬 수 없다”(245).


이것이 저자가 말하려는 내용의 핵심이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신자가 그분 안에서 하나님의 뜻인 십계명을 기쁨으로 순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복된 소식을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절대적인 하나님의 법칙, 계명이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더욱더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기 좋아한다. 사회 구조나 대중의 인식 자체가 법이나 질서에 둔감하다. 교회도 사랑과 은혜라는 이름으로 거룩하고 선한 하나님의 법을 불필요한 것처럼, 사랑이 율법을 폐기한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하나님의 사람들이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키리라”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사랑이 주님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계명이라 요약하여 말씀하신 십계명에 대한 순종으로 온전히 드러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이 책이 그 아름다운 사랑과 순종의 길을 더 쉽게 따라가게 해줄 좋은 도구가 되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