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세계 이후 교회의 형성과 실천

교회의 정치학

저자명 Stanley Hauerw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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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김종성 목사(주님의교회) /  작성일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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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정치학’은 스탠리 하우어워스(Stanley Hauerwas)가 호주에 초청되어 강연한 것을 단행본으로 출판한 것으로서 그의 초기 작품에 속한다. 그는 미국 타임지로부터 2001년 'America’s Best Theologian’이라는 호평을 받았으며, 영국 인문학 분야 최고의 영예로 여겨지는 기포드 강연(Giffrod Lectures) 강연자(2000년-2001년)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 책의 원제목은 ‘After Christendom?’이다. 그러면 ‘Christendom’이라는 용어란 무슨 뜻인가? 모두가 아는 것처럼 ‘Christendom’은 4세기에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하면서 기독교가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서구사회를 주도하여 서구사회를 기독교 세계로 형성시킨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서구사회는 계몽주의 이후 격변의 시기를 거치면서 자유주의 사회로 발전해 나갔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기독교도 그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자신의 정체성을 보편성(universalism)과 세계주의(cosmopolitanism)로 교정하였다고 비판한다.


“나는 기독교가 토대주의 인식론을 고수한 것이 기독교 세계의 사회적 전략에 상응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그 사회적 전략은 일반 사람들도 따지고 보면 믿을 만한 것을 그리스도인들이 믿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는 시도였다. 뜻밖에도 이러한 전략은 기독교를 자유주의의 그릇된 보편론을 정당화하는 일련의 믿음 체계로 바꾸어 버렸다”(26쪽)


이로 인해 기독교는 자유주의 사회와 다음과 같은 관계를 설정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시대의 기독교가 한때 문화적으로 국교의 지위를 가졌으나 아직 그 지위를 완전히 상실하지 않은 어색한 중간 단계에 있다(37쪽) … 자유주의 사회에서 문화적으로 국교의 지위를 갖게 된 기독교는 필연적으로 그리스도인에게 그들의 신념과 실천을 분리하도록 강요했고, 그리하여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알려질 수 있는 가능성을 상실했다(38쪽)”


저자는 본서를 통해서 교회와 자유주의 사회를 둘러싼 담론들을 다루면서 교회 안에 내재된 자유주의적 가치와 방향성의 허구를 폭로한다. 그리고 교회가 참된 교회로 존재하기 위한 신학적 정치는 무엇인지를 강조한다.


먼저 저자는 자유주의 정치와 동화 내지는 결탁한 교회의 문제를 지적한다. 저자는 자유주의 정치와 동화 내지 결탁한 교회를 가리켜 ‘콘스탄티누스주의’적 교회라고 부른다. ‘콘스탄티누스주의’적 교회란 교회가 로마의 정치와 결탁을 하여 권력을 쥐고 있고 자유주의의 보편적 형태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로 인해 교회는 사회적 기능의 선(정의, 자유)들을 기독교 신념과는 다른 것으로 실천하게 되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 교회가‘콘스탄티누스주의’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저자는 “교회가 구원을 위해 필수적인 정치적 공동체로 회복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그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교회 정치에 주목한다. 저자는 아우구스티누스가 “오직 교회에서만 참되신 한 분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을 배운다는 것과 오직 교회만이 “우리의 욕망에 바른 질서를 부여하고 올바른 덕을 형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원천”이라고 한 말을 인용하여 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교회를 훈련 공동체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제안한다. 교회 공동체는 (자유주의적 사고에 의한) 자의적 선호에 익숙한 신자가 권위로부터 배우고 따르게 할 수 있는 훈련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이를 근거하여 교회는 공적 영역에서 기독교 신념을 가지고 윤리(성, 증언)를 실천하되 교회의 진정한 정치는 죽음과 희생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스탠리 하우어워스를 가리켜 ‘소종파주의자’또는 ‘자폐적 교회관을 가진 자’라고 평한다. 이는 아마도 그가 가진 교회관이 재세례파적 교회관(행동주의, 고백주의)의 성향을 나타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현대 교회가 거짓된 자유주의와 보편주의에 물들어서 교회 본연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고, 신자를 사회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도록 훈련 시키기보다 교회 안에서의 신자로 양육시키고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스탠리 하우어스의 주장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저자가 기독교 세계 이후 기독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밝히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하지만, 스스로 고백하였듯이 본서에는 다소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언어들로 가득 차 있어서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After …?’를 강조한다. 이 단어가 갖는 의미는 뚜렷한 대안은 없지만 가능성을 가지고 계속해서 전진하자는 저자의 바램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요즘처럼 한국 교회가 국가와의 관계라는 문제를 놓고 심각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한국 교회는 사회를 ‘크리스텐덤’으로 만들려는 유혹을 참아야 한다. 왜냐하면 ‘크리스텐덤’은 신앙 용어로 들릴 뿐 성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교회가 ‘크리스텐덤’을 지향할 때 ‘콘스탄티누스’적 교회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After…?’에서 오직 한국 교회가 할 일은 교회의 정체성을 지키고, 신자를 복음의 증인으로 살도록 훈련시키는 일을 하면서 나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