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시골 목사의 아침 인사

저자명 한상만

페이지 정보

작성자 by 김돈영 목사(BASE성경교육원 대표) /  작성일 2020-10-25

본문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시골에서 보냈던 기억이 있다. 아침이면 할아버지와 함께 동네를 걷고 했다. 한적한 길을 걷다 보면 일찍부터 움직이는 동네 분들을 만난다. 멀리서 할아버지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며 다가온다. 편안하게 잠을 잤는지, 간밤에 별다른 일은 없었는지 할아버지께 묻는다, 그리고는 오늘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계획이 있고, 누구를 만나는지를 이야기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가끔은 가정의 문제나 민감한 일, 고민이 되는 것을 꺼내 놓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도 아닌데, 멀리 가서 이제는 더 이상 못 볼 사이도 아닌데 말이다. 하루에 몇 번이고 마주치는 사이인데도 한참 동안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침에 산책하다 보면 늘 이런 풍경이었던 것 같다. 아침마다 반복되는 아침 인사다.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일 것이다. 아침마다 얼굴을 마주하며 안부를 확인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은 일상이자, 아랫사람의 도리이다. 어른에게 고민을 이야기하고 지혜를 구하는 참으로 현명한 행동이었다. 이것은 친밀한 마음이 없이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일일 것이다.


‘시골 목사의 아침 인사’는 그런 아침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매일 아침 만나는 사람처럼, 매일 아침 하나님께 나아가 인사하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것 말이다.


“짧은 글이지만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곳에는 말씀과 씨름했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탁월하고 뛰어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은혜로 하나님의 자녀가 된 한 명의 성도로서 고민한 흔적입니다.”(5쪽)


저자 한상만 목사는 매일 아침 묵상을 하며 써 내려간 글이라고 말한다. 매일 아침 문안 인사를 하듯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 놓는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에서부터 진지한 내면의 고민까지 가감 없이 말이다. 그리고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다. 말씀을 읽으며 하나님의 뜻을 발견해 가는 것이다. 그것을 묵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후딱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매일 아침 인사를 하듯이 묵상을 하는 것은 내 기분에 따라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경을 배제한 묵상은 어쩌면 공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저자는 철저하게 말씀과 씨름하고 고민한 흔적을 보이는 것이다. 하루하루 말씀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친 흔적일 것이다. ‘시골 목사의 아침 인사’는 신약과 구약을 전반적으로 다루며 그 흔적을 나누고 있다.


“많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성경을 읽지도 않고, 묵상하지도 않는 현실에 있습니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하나님께 가까이 가려는 믿음보다는 세상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 성도로서 믿음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일이 없는 안타까운 현실일 것입니다”(5쪽)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 저자는 목회자로서 이러한 현실을 절감하며, 묵상은 어려운 것이 아니고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말씀을 읽고 묵상한 내용을 편안하게 써 내려갔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의미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마음대로 해석하지 않기 위해, 왜곡된 성경의 뜻을 따르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글에는 따스한 감성이 묻어 있다. 글을 읽는 동안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고 끝부분에 이를 때 즈음에는 성경의 말씀 속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독자에게 ‘나의 묵상을 읽어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손을 잡아 이끄는 것 같다.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것은 성도의 특권입니다. 나의 언어로 나의 묵상으로 여백을 채우며 ‘아침 인사’를 나누고 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묵상의 시작점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221쪽)


부록에 있는 ‘내가 쓰는 아침 인사’는 그것을 분명하게 한다. 글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묵상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말이다. 성경 구절이 예쁜 그림과 어우러지고 편지지와 같은 형식으로 빈칸을 만들었다. 독자는 말씀을 묵상하고 자신이 빈칸을 채워보도록 했다. 묵상을 독자에게 권하는 것이다. 말씀을 묵상하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기록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것은 성도의 특권이라는 것을 말하며 그것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세련되고 화려한 미사여구가 가득한 글이 아니라 소소하고 투박하더라도 자신의 묵상을 하도록 권면하고 있다. 말씀을 통해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아침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세련된 언어로 이야기하지 않듯이, 일상의 언어로 투박하고 편안하게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는 친밀함이 있고, 진실한 소통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시골 목사의 아침 인사’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소소하고 편안하게, 그렇지만 친밀함이 있는 하나님과의 교제, 묵상을 말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은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것 같다. 말씀을 붙잡고 씨름하는 시간을 갖기 어려운 시대에 사는 것이 분명하다. 말씀을 읽고 생각하며 묵상하는 일이 점점 높은 벽으로 자리 잡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이런 시대에 아침 인사를 하듯이 말씀을 읽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의 삶에 투영되어 말씀을 기준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시선이 만들어졌으면 좋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에 더 가까이, 더 친밀하게 다가설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한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처럼, 말씀 앞으로 더 가까이 나오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처럼 말이다.


말씀과의 씨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누구에게나 소중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꾸밈없이 편안한 아침 인사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