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에(모든 진리의) 기초가 파괴된다면”

Louis Berkhof의 자유주의 강연

저자명 Louis Berkh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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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고경태 목사(광주주님의교회 담임) /  작성일 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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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신학과 관련하여 그 동안 소개되었던 책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을 들라면, 단연 메이천(J. G. Machen, 1881-1937)의 ‘기독교와 자유주의’(Christianity and Liberalism, 1923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자유주의 신학에 대적하는 매우 중요한 신학적 비판서다. 그러나 아쉽게도 독자들이 그 의미와 변증의 내용들을 이해하고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는데, 그럼에도 많은 번역자들이 좀 더 나은 번역을 시도한 바 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메이천의 책에서 변증하는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변증의 내용과 가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메이천의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 및 변증과는 별도로,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활동한 개혁교단 신학자인 루이스 벌코프(L. Berkhof, 1873-1957) 박사가 좀 더 쉽게 “자유주의”에 대해 비판적으로 변증한 책을 집필한 것이 있어서, 고백과 문답 출판사에서 번역하여 근자에 소개됐다. 바로 예장 합신 교단 소속의 박동근 목사가 번역한 벌코프 박사의 ‘자유주의 강연 Aspects of Liberalism(1951년)’이라는 책이 그것이다. 특히 ‘자유주의의 양상들’이라고 하는 것이 문자적 원제인데, 편집자가 이를 ‘자유주의 강연’으로 의역하여 부드러운 제목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 점에 있어서 벌코프 박사의 저술 맥락도 메이천 박사의 저술 제목과 내용에 비교해서 상당히 온화한 것이기에 적절한 의역이라 하겠다. 그리고 비판하는 내용과 방향성도 메이천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큰 틀에서 두 책은 같은 취지를 지니는 것이므로, 바로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 지면을 통해 벌코프 박사의 ‘자유주의 강연’을 소개하려고 한다. 


‘고백과 문답’이라는 출판사는 상당히 특색 있는 출판사로서, 장로교회의 신학과 정치를 회복하여 구현하려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는 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백과 문답’의 저서를 구입하고, 지원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장로교회 정치에 대한 인식과 지지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장로교회파의 신학자가 아니라 미국 C‧R‧C(Christian Reformed Church)교단의 사역자인 벌코프의 책을 번역하여 소개한 취지가 다소 이채롭다. 짐작컨대 그 취지는 “자유주의”에 대한 쉽고 좋은 변증이라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벌코프 박사도 이 책의 내용 가운데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언급하기도 하고 있기도 하니 말이다. 아울러 편집자는 신학 용어와 개념들을 독자들이 명확히 파악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 어휘를 병용해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번역과정에서부터 박동근 박사가 주안점을 두었던 것을 편집의도에도 잘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사실 벌코프 박사는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강조한 면이 특징이다. 그 점에 있어서 그의 신학은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에 근거하여 진행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스도의 생애보다는 주로 그리스도의 죽음의 의미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여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벌코프 박사는 웨슬리, 청교도주의 등을 포괄하는 가운데서 다소 근본주의적인 진영을 이루고 있다. 이는 아마도 자유주의 신학을 거부하는 공통 진영인 근본주의에 대한 배려였을지도 모르겠다. 아울러 벌코프가 바르트의 전적 타자로서 하나님에 대한 교리를 거부하는 것도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다만 바르트주의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의 제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아마도 거의 동시대 인물이었기에 본격적으로 비판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같은 시대의 신학자의 신학사상에 대한 평가는 새로운 세대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했던 것이라 하겠다.


마찬가지로 벌코프 박사의 ‘자유주의 강연’은 그의 말년에 쓴 것으로서, 그의 신학 여정을 갈무리 하는 성격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자유주의 시대의 퇴조기에 자유주의에 대해 간략하게 갈무리를 한 것으로서, 70여년 뒤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예언적 저술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시대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 우리가 여전히 직면한 여러 신학적 문제들을 그 기원과 시작에서부터 차분하게 변증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고 확신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그가 첫째로 변증한 분야는 “사회복음”이다. 그리고 “고등비평”과 “진화론”에 대해서 명확하게 비판적인 입장에서 비평하는 것을 견지하고 있다. 메이천 박사가 과거에 대한 명료한 분석에 근거하여 자유주의를 비판했다면, 벌코프 박사는 그 당시의 모습 가운데서 미래에 펼쳐질 교회에서 예측되는 사안을 변증한 것이다. 실재로 벌코프 박사가 제기한 여러 문제들을 우리 시대가 직면하고 있고, 혼돈 가운데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실정들의 원인과 맥락, 무엇보다 그 양상(Aspects)을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신학자들뿐만 아니라 목회자들이 반드시 읽고 숙지해야 할 필수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끝으로 벌코프 박사의 ‘자유주의 강연’을 읽고서 들었던 생각은 “학자의 마지막 저술이 그 학자의 전부”라는 것이다. 바르트(Karl Barth 1886-1968)의 마지막 저술은 ‘하나님의 인간성’(1956년)이었다. 그래서 그의 신학이 초월주의 신학이었을까?(초월의 내재)는 의문을 제기되었다고 볼 수 있다. 벌코프 박사의 노년에 쓴 ‘자유주의 강연’은 그가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에 근거해서 죄사함과 영생을 구하는 복음과 세속화의 파고에 대항한 노력을 볼 수 있다. 그것도 매우 간략하게 압축한 저술로서 그의 노년의 논고를 만나보면서, 신학의 내용들과 더불어 벌코프 자신을 더욱 친밀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자유주의 강연’을 통해 20세기를 대표하는 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벌코프 박사의 신학과 함께, 그가 평소 지니고 있었던 감정들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