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에(모든 진리의) 기초가 파괴된다면”

자유주의 강연

저자명 Louis Berkh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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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임승민 목사(담장너머교회 담임) /  작성일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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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성경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은 곧장 다음 질문으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성경을 믿는가?” 여기서부터 차이가 생겨난다. 로마 교회는 “교회가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할 것이고, 자유주의 신학은 “이성이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할 것이다.


로마 교회는 교회의 전통을 성경보다 우위에, 자유주의 신학은 이성의 권위를 성경보다 우위에 놓는데, 이것은 필연적으로 ‘오직 성경’이라는 교리를 파괴한다. 누구나 성경에 기대어 말할 수 있지만, 모두가 성경을 같은 의미로 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개혁교회는 성경이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성경을 믿는다고 답변하는데, 어떤 이는 이것이 일종의 순환논리의 오류에 빠진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성령의 내주가 있는 거듭난 신자는 성령에 의해 기록된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들게 된다. 믿음과 성경의 관계가 논리적으로는 순환 오류일 수 있지만, 존재적으로는 필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직 성경’이라는 교리가 일부 교단의 교리가 아니라 모든 기독교의 교리여야 하는 이유이다.
 

루이스 벌코프는 ‘자유주의 강연’에서 칼빈주의와 현대주의 사이에 관련된 근본적인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자유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슐라이마허는 “성경의 하나님보다는 경험의 하나님을 신학의 원천”으로 삼았다. 그에 의하면, 하나님은 지식의 대상이 아니라 직감의 대상이 되신다. 슐라이마허 이후 현대주의를 따르는 신학자들은 나름의 색깔은 있으나 기본적으로 신학의 원천으로 경험, 이성, 과학 등을 성경보다 높은, 혹은 성경과 동등한 것으로 인식했다. 성경론이 파괴된 신학은, 구원론 등에서 결정적인 오류를 불러오기도 했는데, 벌코프는 ‘1장 사회복음’에서 이것을 매우 공격적으로 다룹니다. 이후 종교적, 신학적 혼란이 가속되는 세상 속에서 칼빈주의의 가치를 역설한다.


루이스 벌코프가 죽은 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어쩌면 우리는 그가 예측하고 있는 세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유주의 신학은 쇠퇴하였지만, 거기에서 흘러나온 신학은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신 신학’, ‘발전된 신학’, ‘따뜻한 신학’이라는 명목으로, 심지어 개혁주의를 말하는 사람까지 그것을 따르기도 한다. 정말로 신학이 발전한 것인지, 아니면 변질된 것인지, 확인해보지도 않은 채 말이다.


종종 자유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과거의 극단적인 신학을 재탕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유주의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비판서에만 의존한다고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일한 관점에서 그런 비판을 하기 전에 비판서를 한 번 정도는 꼼꼼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왜 그런 비판을 하고 있는지, 비판의 논점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메이첸의 ‘기독교와 자유주의’와 더불어 벌코프의 ‘자유주의 강연’은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하나님의 특별 계시가 자연과 역사에 있어서의 그분의 계시를 능가하는 것임을 명확하게 견지해야 하는데, 칼뱅의 표현을 따르자면 우리가 성경이라는 한 쌍의 안경을 쓸 때에야 비로소 자연의 책을 바르게 읽을 수 있음을 견지해야 하는 것입니다”(17쪽)


모든 교회에서 각자의 하나님이 아니라 성경의 하나님이 꼭 회복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