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강해 4

하나님께 아룁니다: 감사의 최고 표현인 기도

저자명 이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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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조정의 목사(유평교회 담임) /  작성일 2020-11-15

본문

참으로 기도가 필요한 시대이다. 단지 전 세계를 고통스럽게 만든 질병 때문이 아니라 갈수록 고통하는 말세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기도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J. C. 라일은 ‘기도는 믿음의 호흡’이라는 말을 했다. 호흡하지 않으면 사람이 죽는 것처럼, 기도하지 않으면 믿음은 힘을 잃는다. 하지만 많은 신자는 기도를 하나의 의무로만 여기는 듯하다. 이승구 교수가 말한 것처럼 기도를 ‘감사의 최고 표현’으로 보지 않는다. 기도를 무언가 하나님께 얻어내는 요구나 진심과 정성이 전달되는 수단 정도로 보기 때문이고 궁극적으로는 기도의 대상인 하나님이 누구신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이 기도한 것처럼 만일 우리가 믿음의 눈을 떠서 하나님이 누구신지 그 능력의 지극히 크심과 기업의 풍성함을 제대로 본다면 기도는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진정으로 ‘감사의 최고 표현’이 될 것이다(엡 1:18-23). 그러므로 실천적인 측면에서 기도의 부재는 단순히 의지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님을 아는 것 즉 신학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신자 개인이나 그가 포함된 공동체인 교회가 가지고 있는 신학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들의 신앙고백을 통해서다. 물론 조직신학이나 성경신학 등 두꺼운 책으로 신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교리를 실천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잘 정리해놓은 것이 바로 신앙고백서이다. 역사적으로 교회는 믿고 있는 신학을 교리문답 형식으로 잘 정리해왔고 초대 교회 시대 사도신경을 시작으로 여러 공의회에서 선포한 비교적 간결한 신조가 있으며(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칼케돈 등), 종교개혁 이후 풍부한 내용으로 잘 정리된 신앙고백서로는 마르틴 루터 대교리문답, 웨스트민스터 교리문답, 도르트 신조, 네덜란드 신앙고백, 그리고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등이 있다.


참고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16세기 독일 팔츠에서 프리드리히 3세가 조직한 위원회를 통해 올레비아누스와 우르시누스가 함께 작성한 신앙고백서로 기본적으로 칼빈주의 교리(개혁주의 교리)를 가르치기 위해 문답식으로 작성된 신앙고백서이다. 합동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 교수로 일하고 있는 이승구 교수는 1998년 처음으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강해 1권을 저술했고(“진정한 기독교적 위로”, 여수룬), 이어서 두 번째로 “성령의 위로와 교회”라는 이름으로(이레서원, 2001), 세 번째로 “위로받은 성도의 삶”(말씀과 언약, 2020)을 출판했다. “하나님께 아룁니다”는 말씀과 언약에서 나온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강해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116문부터 마지막 129문까지의 내용을 강해한 것이다.


R. C. 스프로울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해설’을 저술하며 “각 세대마다 교회는 주요 진리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과 왜곡들에 대항해 자신의 신앙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 신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바로 교회가 확언하고 신뢰하는 그리고 기독교의 내용을 정의하는 진리들의 체계다”라고 말했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해설 1권, 부흥과 개혁사, 2011, 6쪽). 16세기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이 그 시대에 필요했던 교회의 명확한 신앙의 선포, 진리의 체계였다면, 이승구 교수는 뛰어난 개혁주의 정수가 담긴 그 신앙고백서를 가지고 이 시대 필요한 명확한 신앙이 무엇인지 진리의 체계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이승구 교수의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강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연구와 분석에 있다. 본문 중에 인용되는 다양한 자료뿐만 아니라 각주에 논의되는 번역서와 원서의 의견을 통해 독자는 저자가 말하는 바가 저자만의 생각이나 해석이 아니라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연구한 많은 학자와 목사의 공통적인 해석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현대 학자가 아니라 요리문답을 정립한 루터나 칼빈 등의 의견도 확인할 수 있다. 특별히 주기도문을 자세히 풀어 설명하면서 각각의 기도문이 기본전제로 삼고 있는 하나님의 성품이나 속성이 무엇인지 논의할 때 요리문답이 담고 있는 내용이 참으로 풍성해지는데 그런 논의가 주관적인 해석이 아니라 객관적인 분석에 따른 결론이라는 것에 큰 힘이 있다.

이승구 교수는 자기주장에 유리한 사람만 인용하지 않고 반대되는 사람의 의견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면서 훌륭한 연구 논문과 같은 신학 서적을 집필했다.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가 밝힌 것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우리 신학생들과 신학적 논의에 좀 더 신경 쓰시는 목사님들과 교수님들을 위한 것”으로 저자의 바람대로 “여러 통찰력과 논의거리” 등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13쪽).


하지만 ‘하나님께 아룁니다’는 지식의 상아탑에 갇힌 책이 아니다. 가장 먼저 저자가 염두에 두고 쓴 대상은 “성도들”이다. 개혁파적인 기도가 무엇인지 성도들에게 알려주기 위함이고 또한 그렇게 기도할 수 있게 돕기 위함이다. 실제로 이 책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저자가 여러 교회에서 성도의 신앙을 위해 가르쳤던 내용이기도 하고, 각 장에서 철저한 신학적 논증을 따라 결론에 이르면 저자는 어김없이 지금까지 논의한 신학을 바탕으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 의도가 책의 제목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강해’가 제목이 아니라 “하나님께 아룁니다: 감사의 최고 표현인 기도”가 제목이다. 이승구 교수는 독자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기도로 나아가 아뢰는 대상인 하나님이 누구신지 믿음의 눈을 떠서 밝히 보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 하나님과 교제하는 기도를 최고의 감사 표현으로 여길 수 있도록 돕기 원한다.


마지막으로 이승구 교수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 담긴 개혁주의 신학을 제대로 담아냈다. 주기도문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하나님의 주권을 최고의 위치에 두고 가르친다. 전적으로 타락한 사람이 하나님께 기도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선포한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 유일한 중보자가 되셔서 오직 그분을 통해서 하나님께 기도의 제사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기도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리기 위한 예배라는 사실을 확증하며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 누리는 은혜의 교제라는 진리를 외친다.


말세가 고통스럽고 기도가 절실한 이유는 질병이나 외부 환경 때문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람이 자기중심적으로 되고 하나님보다 자신과 쾌락과 세상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개혁주의 정신은 하나님을 하나님 자리에 모시고 사람을 예배자의 자리에 두며 오직 믿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 계속해서 가르친다. 바로 이러한 정신과 태도를 갖춘 기도가 오늘날 교회에 필요한 기도이며 하나님께서는 영과 진리로 기도의 예배를 드리는 자를 지금도 찾으신다.


16세기 지속적인 안팎의 공격으로부터 성도를 보호하기 위해 개혁주의 신학으로 선언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이승구 교수의 강해를 들으면 어느새 독자는 바로 그 신학이 오늘날 자신과 교회에 반드시 회복되어야 하는 신학임을 인정하고, 하나님 중심적인 그 신학이 오늘날 자신과 교회의 기도 부재를 해결하리라 믿으며, 의무적이고 형식적이며 외식적인 기도가 아니라 ‘감사의 최고 표현인 기도’를 하나님께 돌려드려야 한다는 진리에 ‘아멘’으로 화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