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사적 관점에서 본 창세기

복음의 시작

저자명 김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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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TGC코리아 편집팀 /  작성일 2019-01-07

본문

“몸의 한 부분을 떼어냈을 때 그 DNA가 전체를 대표하듯 창세기는 성경 전체가 말하고 있는 구속사적인 복음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은 성경으로서, 구원의 과정을 확실하고 선명하게 그리고 있다.” 


저자는 이 짧은 문장으로써 본서가 지향하는 바를 압축하여 표현한다. 물론 그가 파악하고 설정한 창세기의 소주제는 다른 관련 서적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1. 죄를 짓는 사람들, 죄를 다루시는 하나님 2. 심판과 구원의 약속 3. 회복의 은혜 4. 축복의 자리.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전체적으로 일관된 주장―곧 창세기는 무엇보다도 구속사적 시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상당히 구체적이고 설득적인 내용으로 제시한다는 데 있다. 


본서가 가지는 특징을 몇 가지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본서는 설교문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그 내용은 석의(釋義)적인 것이 많아 여타의 설교집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달리 말해, 이 책은 성경 각 구절의 기본적인 의미는 물론 그 구절 이면(裏面)에 있는 부차적인 의미를 종종 언급함으로써 독자들의 흥미와 깨달음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님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을 보시고 심판하실 때(창 6:5), 물이 온 지면에 ‘많아지고’ ‘넘치게’ (5회) 하는 방법 즉 홍수를 사용하신다(창 7:17-20). 여기서 ‘가득함’과 ‘많아지고’ ‘넘치게’는 의미로서는 물론 어휘로서도 상호 관련이 있다. 또한,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엘이 이삭을 ‘놀리는’ 사건(창 21:9)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이 ‘놀리다’라는 단어가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에게 누명을 씌울 때(창 39:14) 사용한 ‘희롱’이라는 단어와 동일한 단어라는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이스마엘의 놀림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악한 행위였음을 자연스럽게 도출하고 있다. 


이 책의 다른 특징으로, 비연대기적 기술을 말할 수 있다. 대개의 창세기 강해 설교가 천지창조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사건 순서에 따라 서술되는 것과 다르게, 저자는 자신이 분류한 네 개의 소주제에 따라서 창세기 전체 내용을 재구성하여 서술한다. 그래서 가인 이야기가 맨 처음 등장하고 이어서 롯의 스토리가 나온다. 한 사람의 등장인물은 단락의 주제에 따라서 두 번 또는 세 번씩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 등장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은 반복되는 등장인물이 그 주제에 해당하는 바로 그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각각의 소주제에 맞는 인물과 사건으로 창세기의 순서를 편집했지만, 그 내용은 억지스럽지 않다. 사실 그의 글은 오히려 유려하고 깔끔하기까지 하다. 그것은 그만큼 저자가 설득력 있게 유추를 하고 합리적으로 전체 내용을 연결시키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떠난 자가 의존하는 백그라운드’라는 단락을 다루면서 저자는 하나님을 떠난 자는 관계와 환경을 이용하고, 힘을 추구하다가, 결국은 돈과 쾌락과 물질주의에 함몰된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 모든 주장의 근거는 전적으로 성경의 해당 본문에서 나온다.


본서의 특징을 하나 더 말하자면, 적절하게 사용되는 원어를 들 수 있다. 자신의 원어 실력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이해를 위해 필요한 정도의 원어를 사용하는 센스가 돋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하나님을 떠난 자’라는 소주제를 다루면서, 저자는 각 사람의 원어 이름이 의미하는 바를 주제에 맞춰 해석하는데, 독자의 지지를 얻는 데 충분할 정도로 논리적이다. 그는 ‘하나님 앞’이란 곧 ‘여호와의 얼굴’이며, ‘아마겟돈’은 ‘므깃도의 산’인데, 이것이 ‘갈멜산’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등 원어를 사용하여 재미와 의미를 높이는 데 익숙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강렬하게 느낀 점은, 책의 곳곳에서 저자의 학적인 자세와 목회적인 열정이 균형 있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는 성경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가지는 심오함을 추구하기보다 목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성경을 강해한다. 자신이 심도 있게 연구한 성경 본문을 평범한 목회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적용하기 수월하도록 저술했다. 그래서 본서는 일선의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에게 매우 유익한 설교용 창세기 주석이라고 불릴 만하다. 아울러 일반 성도들이 읽어도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되고 영적으로도 꽤 유익한 창세기 설교집이라 하여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