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hepherd Looks at Psalm 23

양과 목자

저자명 Phillip K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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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박동근 목사(한길교회) /  작성일 2019-02-25

본문

이 책을 저술한 필립 켈러는 동아프리카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현지 목자들의 틈에서 자라났다고 한다. 그리고 청년 시절에는 약 8년 동안 양의 주인과 목자로 살았다. 한편 그는 평신도 사역자로서 성도들을 돌보고 섬기기도 하였다. 이것이 이 책을 저술한 저자의 약력이고 그가 처한 환경들이었다. 양치는 목자와 성도로서, 또 교회를 섬기는 사역자라는 특수한 삶의 정황 속에서 필립 켈러는 ‘시편 23편’과 관련된 하나님 말씀과 순전한 교리, 그리고 생생한 신앙을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을 독자들에게 제공해 준다.


시편 23편을 해설하는 저자의 표현들을 따라가노라면, 자연스레 양들이 풀을 뜯는 초원 가운데 내 자신이 있는 것처럼, 생생한 목가적 풍경 속에 빠져드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저자가 묘사하는 목자와 양들의 역할과 습성, 또 그들이 살아가는 무대인 주변 환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이, 내 마음의 시야는 어느덧 하나님의 말씀에 이끌린다. 그의 표현들은 소박하고, 명료하고, 시적이고, 교훈적이다. 무엇보다 생생하다. 양들이 풀을 뜯고 뛰노는 초원처럼 아름답고 청정하다.


여기서 저자는 근면하고 지혜로우며 사랑이 많아 양들을 위해 늘 깨어 있고, 긴장을 놓치 않으며, 양들의 복리를 위해 모든 수고를 아끼지 않는 목자의 이미지를 통해 그리스도를 보게 만든다. 그러면서 성도들을 섬기라고 부르신 사역자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 미련하고 고집 세고 연약하고 겁 많은 양들, 때로는 스스로를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독특한 습성을 가진 그 양들의 모습을 통해 그리스도 앞에 있는 죄 많고 연약하고 미련한 성도의 현실을 통찰하게 된다. 그리고 양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환경과 또는 고통스럽고 위험스럽게 만드는 환경 속에서 그들을 지키고 돌보기 위해 반응하는 목자의 지혜와 노고와 수고와 희생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목자와 양, 그리고 이 둘의 관계를 둘러싼 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통해 성경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풀어낸다. 그 해설을 따라서 읽다 보면, 이러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성경을 풀어가는 그의 통찰력이 단지 양을 치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까? 양을 사랑하고 양을 돌보는 데 능통했던 목자로서의 경험이 이 책의 저술을 가능하게 했을까? 그런데 책을 읽으며 나는 이 작품이 단지 양을 돌보던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을 능수능란하게 치는 목자라고 하여 결코 성경의 교훈과 진리에 능통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동아프리카가 아닌 다윗이 양을 치던 초원으로 인도되어도 성경을 풀어내는 통찰을 가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의 가치는 단지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시편 23편을 논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서론에서부터 저자가 드러내는 성경과 교리에 대한 깊은 인식과 고백과 실천을 바로 그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하며 묵상할 수 있는 데 그 가치가 있다. 예를 들면, 나는 그가 여호와는 선하신 하나님이시고 절대적 주권자이시며 우리의 주인 되시는 분이라는 시편 23편의 첫 소절을 풀어내는 곳에서부터 다름 아닌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그분을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것이 인생의 최고 목적이라고 설명하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 1문답의 고백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는 구절을 풀어내는 그의 해석과 고백 속에서는 사나 죽으나 유일한 위로가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고백한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의 첫 번째 고백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가 칼빈의 ‘기독교강요’를 읽어 보았는지 알 수 없으나, 그는 분명히 성경이 창조주이자 구속주이신 하나님을 알려주는 계시이며, 또 창조주 앞에서 우리의 피조성과 구속주 앞에서 우리의 죄악성을 깨닫는 일이 구원의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글 속에 녹여 내고 있었다. 이처럼 그는 성경이 의도한 본질적인 복음과 교훈을 제대로 이해하여 건전하고 순수한 성경 해석과 교리에 대한 인식을 잘 정립한 사람으로 보여 졌다.


결국 시편 23편을 성경의 의도대로 풀어내고 그 교훈을 생생히 해석하고 적용한 저자의 통찰은 하나님의 말씀과 순전한 교리를 성숙하게 이해하고 살아내려는 삶 속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말씀을 연구하고 묵상하며 진지하게 살아내려는 헌신과 성숙이 배여진 목자의 삶이 성경의 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창문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성경의 안경을 끼고 양들을 보고 또 목자로서 자신을 돌아보는 삶이 성경을 전하는 데 풍성한 유추들을 제공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책을 통해 성숙하고 건전한 성경 해석을 읽을 수 있었고, 또 건전하고 주옥같은 교리들이 그의 글에 스며 있음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시편 23편에서 묘사되는, 자기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돌보심, 바로 그 선하신 섭리가 목자의 삶에 비추어 진 생생한 언어로 그려지고 있음도 살펴보았다.


하나님의 말씀을 이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진지하고 생생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기까지 했다. 저자는 아름답게만 보이는 초원에서 일어나는 대책 없는 양들의 어리석음과 부정적인 습성들을 보게 했고, 그 양들을 초조하고 두렵게 만드는 환경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서 살아가는 어리석은 양들을 지혜와 성실과 사랑과 희생으로 돌보고 지키고 양육하는 목자의 모습도 보게 했다. 더 나아가서는 목가적 풍경 속에 목자와 양의 유추를 통해 성도들의 선한 목자이신 하나님의 사랑과 돌보심과 인도하심을 생생히 바라보게 해 주었다. 이 작고 동화 같은 책은, 그처럼 험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성도가 지닌 평강과 위로가 어떠한지를 결코 가볍지 않게 전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