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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aracter of Virtue: Letters to a Godson

덕과 성품

페이지 정보

저자명 Stanley Hauerwas
작성자 김봉현 목사(나무숨교회) / 작성일 2019-04-01

본문

이 책은 저자인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친구 사무엘 웰스의 아들인 로렌스의 대부가 되어 그의 세례기념일마다 보낸 편지를 엮은 것이다. 각 편지는 그 해에 묵상해야 할 덕에 관하여 설명한다. 즉 자비, 진실함, 우정, 인내, 소망, 정의, 용기, 기쁨, 단순함, 한결같음, 겸손, 절제, 너그러움,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며 글이 전개된다.


저자는 성품을 부담스러운 의무가 아닌 새로운 삶을 위한 선물이라고 묘사한다. 이를테면 덕을 묵상함으로 성품을 변화시키는 일은 억압적인 삶으로의 진입이 아니라 성숙한 삶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성품이 단지 개인적인 차원의 자질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성품의 변화가 없는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답게 살지 못하며 오직 성품이 변화된 그리스도인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도전이다. 이처럼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성품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고, 그 성품이 과연 어떤 사회적 영향력을 갖추는지를 돌아볼 수 있다.


우선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절제에 대한 설명을 예로 들어보자. “절제는 바르게 욕망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사랑받고 싶은 욕망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엉뚱한 사람을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하면 이 기쁨을 빼앗긴다. 바르게 사랑하고 사랑받을 때 사랑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이렇게 욕망을 바르게 다루어가는 것이 절제이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것이 어려운 질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고 생각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대답해 나갈 때 절제를 잃어버릴 수 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깊이 생각하고, 배우며, 그것을 이루어가는 것이 절제이다.” 저자는 절제를 부족함으로 해석하기보다 바른 선택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인내에 대한 해석도 탁월하다. “인내는 시간이 든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시간이 든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조급해진다. 화가 난다. 시간이 든다는 것을 인정할 때 우리는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것에 지속적으로 성실한 인내를 가질 수 있다. 하나님의 창조를 묵상하면 인내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나님은 생명이 시간을 들여 자라나게 하셨다. 우리 삶에 다른 것도 그렇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시간을 들여 잘 자랄 수 있도록 가꾸는 마음을 가질 때, 인내가 우리에게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저자는 인내를 단지 고통을 감내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보다 결과를 위한 과정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성품에 대한 기존의 해석이 편안함과 불편함이라는 잘못된 관점에서 이루어졌음을 지적한다. 인내나 절제와 같은 성품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접근은, 그 성품의 가치를 파악하지 않고 편안한가 그렇지 않은가라고 하는 단선적인 기준에서만 생각했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을 깨닫게 해 준다. 그렇다면 성품의 가치는 무엇인가? 저자는 성품이 다름 아닌 진리 안에 우리를 머무르게 하는 데서 그 가치를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성품은 나를 나답게 살도록 한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나의 모습을 깨닫고 그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정의를 통해 우리가 덕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거부감이 편안함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를 진리 안에 머무르게 하는 덕을 추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의 두 번째 특징은 편지라는 장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만일 저자가 덕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비판하고 새로운 정의를 제시하는 접근만 취했다면, 그 글이 혹 매력적이기는 해도 따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대부가 한 아이에게 성품을 설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진솔하고 따뜻하다.


어린아이가 자라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해마다 적은 편지 안에 그 아이가 진리 안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또한 아이에게 단지 개념을 설명하기보다 자신이 고민하고 경험했던 덕을 전해주고 싶어 하는 진솔함도 묻어난다. 그래서 누구나 편안하고 친근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이 보여 주는 세 번째 특징은 성경, 고전, 그리고 저자의 사유가 함께 어우러진 구성을 갖춘 것이다. 가령, 우정에 대한 설명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에 대한 사랑을 공유하는 것이 우정이라고 했다. 예수님은 내가 아버지께 들은 것을 다 너희에게 알게 했기 때문에 너희는 이제 친구라고 말씀하셨다. 우정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공유한 사람들이 나누는 친밀함이다. 내게 소중한 것을 함께 할 때 깊은 유대감을 나누게 된다.” 여기서 저자는 우정에 대한 인문학적 정의로부터 시작해서, 성경의 정의를 살펴본 후에, 자신의 설명을 이어가는 구성을 드러낸다. 이 구성은 각 성품에 대한 이해를 풍성하게 한다. 성품은 신앙적 용어이면서 일반적 용어이다. 그 의미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저자는 인문학적 해석과 성경의 해석을 통해 이 두 가지 측면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설명한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본회퍼의 글을 인용한다. “그리스도인들이 나치가 저지른 악의 실체를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그들에게 고통이 낯선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든 고통 없이 살려고 무의식적으로 노력했고, 그 결과 그리스도인으로 살 수 있는 힘을 잃어버렸다.” 이에 대해 저자는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실패에 그들의 성품의 실패가 있다고 말한다. 즉 그들이 편안함을 기준으로 삼아 성품을 부정적으로 치부하며 그리스도인다움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나치에 싸우기보다 나치를 방관하는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는 지적이다. 저자의 이런 비판은 본서를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해 준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인다운 모습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길 바라며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바로 우리가 편안함에 익숙해져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힘을 잃어버리고 세상의 불의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내면의 변화를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도전하는 일에 이 책의 저술 목적이 있다.


저자의 그 도전은 우리 시대에 유효하다. 내가 변화되기 전에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하나님 앞에서 나부터 변화되고자 하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덕을 묵상함으로써 성품을 가꾸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바로 이 시작에 동기부여가 된 독자가 있다면, 각각의 덕목을 새롭게 조명하는 저자의 글로부터 깊은 유익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