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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짜증, 불평, 원한에서 벗어나기

악한 분노, 선한 분노

페이지 정보

저자명 David Powlison
작성자 고상섭 목사(그사랑교회) / 작성일 2019-07-22

본문

데이비드 폴리슨(David Powlison) 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던 것은 팀 켈러(Tim Keller)의 책 ‘내가 만든 신’(Counterfeit of Gods)을 통해서였다.


폴리슨은 죄의 문제를 단순한 행동으로 접근하지 않고, 마음속에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대상인 우상숭배로 접근한다. 또 다양한 질문들을 통해서 내 안에 숨어 있는 우상들을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단순한 행동의 변화가 아니라, 내면의 동기에 집중하게 해서 자연스럽게 회개로 이끌어 가게 한다. 그때부터 폴리슨의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번역되지 않은 책들이 번역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소망으로 여러 출판사들에게 번역을 권유했지만, 우리나라에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저자에 대해서(물론 미국에선 유명한 저자이다) 이름없는 목회자의 추천을 귀담아 듣는 출판사는 없었다. 그러던 중에 토기장이의 고태석 팀장님의 수고와 출판사 관계자들의 결정을 통해 이 책이 번역 되었다. 또 폴리슨의 책 중에서도 ‘Good & Angry’를 선택하신 것은 출판사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나는 분노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목회자이지만 여전히 내 삶에서 분노의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노에 대해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권의 책을 읽었지만, 속 시원하게 분노에 대해 알려주거나, 해결책을 제시한 책들은 없었다. 대부분 그런 책에서 내린 결론은 거의 동일했다. 기독교 서적은 “하나님께 은혜를 받으면, 그 은혜로 사람을 용서할 수 있다”라는 결론으로 끝이 났고, 일반 상담이나 자기계발서는 ‘생각의 전환’을 통해서 분노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등을 나열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생각의 전환’을 통해서라도 분노를 잠시 멈출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해결책으로 보기엔 너무나 부족해 보였다. 날지 못하는 새가 땅에 떨어졌을 때는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해 쥐구멍이라도 뛰어가 숨어야 하는 것 같은 대안에 불과한 것이었다.


분노를 경험할 때,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면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의 의지대로, 또 우리가 원하는대로 용서가 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누가 용서하고 싶지 않겠는가? 누가 분노를 가지고 살고 싶겠는가? 문제는 해결책이 아니라 그 해결책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하는 것이었다. 분노는 공동체를 망치고, 가정을 망친다는 이야기만으로는 분노를 해결하지 못한다. 또한 용서는 공동체를 살리고 가정을 살린다는 이야기만으로는 분노를 버리게 하지 못한다. 분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노에 관한 책을 집어들었지만, 늘 비슷한 과정의 이야기들 뿐이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폴리슨은 나에게 새로운 빛을 비춰주었고 분노에 대해 명확한 이해와 실천방법을 알려주었다.

데이비드 폴리슨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배운 분노에 대한 해결책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분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노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분노를 ‘가치중립적’ 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악하게 분노하면 악해지고 선하게 분노하면 선해진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분노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리 안에는 하나님이 주신 선한 분노도 있지만 여전히 타락한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가치판단은 죄로 물들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폴리슨은 분노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데 [중략] 무언가 잘못되었어"라는 가치판단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분노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분노의 뿌리는 바로 ‘그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분노의 문제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판단’의 문제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분노를 ‘감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분노라는 감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아무리 집중해도 분노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늘 다른 사람이 무시한다고 오해하고, 어떤 환경에 대해서 쉽게 짜증을 내는 생각들로 가득하다면, 그 생각의 뿌리가 변하기 전에는 삶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폴리슨은 분노가 일어나는 것은 감정과 외적 행위가 아닌 그보다 더 깊은 분노의 DNA인 ‘도덕적 가치 판단’ 때문이라 말한다.


그래서 분노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내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해 우리는 분노하지 않는다. 분노는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나는 무엇에 분노하는가?”를 추적해 가면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폴리슨은 대부분의 분노는 ‘내가 하나님이 되는 과정’이며, 제 1계명을 위반하는 것이라 말한다. 교통 체증 상황에서 짜증이 날 때, 그것은 작은 짜증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짜증이며, 누군가가 사고가 나서 가족을 잃어버린 슬픔보다 내가 약속 시간에 늦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분노의 상황에서 변화되려면, 내가 사랑하는 것의 순서를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회개’가 필요한 것이다.


참된 회개란 하나님보다 더 사랑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랑의 순서를 바꾸는 것이다. 어거스틴은 죄를 ‘순서가 바뀐 사랑’(disordered love)이라고 말했다. 하나님 보다 더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면, 결국 그것이 우리의 우상이 되고,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 인생의 많은 절망은 하나님보다 더 사랑한 대상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런 절망과 분노의 과정에서 회복하려면 사랑의 순서를 다시 세우는 회개의 과정이 필요하다. 폴리슨은 이렇게 분노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를 내려줌으로 분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을 자세히 알려준다.


둘째, 모든 사람이 분노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분노는 주로 감정을 자주 분출하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래서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의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 분노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판단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안으로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려준다.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지 않고 속으로 생각을 되뇌이면서 부정적인 생각 속으로 빠져드는 것도 분노의 형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침묵하거나, 회피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는 사람과 동일한 형태의 분노를 하는 것이다. 폴리슨은 모든 사람이 분노의 문제에 갇혀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비라는 건설적인 불만’ 이라는 하나님의 방식을 따라 순종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성령의 열매는 육체의 열매와는 다르다. 태어나면서부터 온유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들도 분노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태어나면서 온유한 사람들은 이 책에 말하는 분노를 건설적으로 다루는 ‘건설적인 갈등’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렇게 분노하지 않는 형태로 분노하는 사람들의 분노를 드러내 주기 때문에 분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형태의 분노를 깨닫게 해준다.


셋째, ‘이미’와 ‘아직’의 균형 가운데 분노의 문제를 이해하게 해준다. 이상주의자들은 한 번의 은혜로 분노의 문제가 다 해결될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은혜만 있다면 분노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 회의주의자들은 분노의 문제를 이 땅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포기하며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러나 폴리슨은 완벽하게 모든 분노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분노가 완전히 사라지는 마지막 날의 소망을 품게 하고,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한 분노를 이루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이 땅에서 완전히 분노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래의 소망을 가지고 오늘 우리의 분노를 선한 분노로 바꾸면서 살아갈 수 있고, 그 일에 실패하더라도 하나님의 은혜로 성장하며 살아갈 수 있음을 알려준다. 


넷째, 신학적 이론과 실천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분노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을 정리해주고, 분노가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분노하게 되는지를 명확하게 이해시켜 준다. 또한 구체적인 적용 과정까지 소개하기 때문에 이 책을 꼼꼼히 읽고 따라가다 보면 분노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또 변화를 위해 사고하고 적용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13장에 나오는 분노를 하나님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하는 8가지 질문은 악한 분노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어떻게 자비라는 건설적인 분노로 변화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과정을 잘 이해하고 연습하면, 분노의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해줄 것이다.


영적 전쟁이 일어나는 장소는 우리의 외부가 아니라 우리의 내면이다. 우리의 내면 중에서도 바로 우리의 생각 속에서 일어난다. 이 한 평도 안되는 우리의 생각을 차지하려고 마귀는 온갖 공격을 해오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을 사로잡는 사단의 가장 강력한 무기주의 하나가 바로 분노이다. 이 책은 우리의 생각 속에서 분노가 시작될 때, 그 분노 안에는 선한 요소와 악한 요소가 함께 섞여있음을 알게 하고, 그 복잡한 분노에서 인간의 생각을 골라내고, 하나님의 관점으로 분노를 바라보게 해서 우리의 분노가 하나님의 나라와 악을 근절하기 위해서 사용되도록 도와준다. 늘 고민하던 평생의 숙제였던 분노의 문제가,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운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나 자신도 분노의 문제로 많은 씨름을 했고, 또 목회를 하면서 분노의 문제로 아파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아마 앞으로 분노의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람들을 만난다면 기쁘게 '악한분노, 선한분노'를 소개할 것 같다.


분노의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읽었던 최고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