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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 QT_레몬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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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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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Han Lahandoe on Unsplash


주말칼럼_레몬 두 개

 


검은 저녁 비가 쏟아지는 날,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났습니다. 식당 만찬 식탁에는 그리운 추억 등이 더 맛있는 요깃거리가 되어 이야기꽃으로 피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수저를 든 채 핸드폰을 받더니 누군가와 긴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친구의 표정은 진지했고 어두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화기애애하던 친구들은 그를 주시했습니다. 이미 식탁 주위의 웃음꽃 울타리는 거치고 긴장감에 포위되어 버렸습니다. 친구가 말없이 식탁에서 일어나 나가자, 그 긴장감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습니다. 나는 친구 가족이 차 사고나 큰 병에 걸려 저렇게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거라고 혼자서 확신했습니다.


얼마 후, 친구는 다시 식탁에 헤헤 웃으며 돌아왔습니다. 손에는 레몬 두 개가 들려있었습니다. ‘아! 이거, 아내가 빨리 먹고 싶다고 해서….’ 심각하게 받은 전화는 아내가 레몬을 먹고 싶다는 요구였고,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친구는 만찬 도중에 수저를 놓고 나갔던 것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분위기까지 깨뜨리고 나가서 사 온 것이 레몬 두 개라니…. “야, 넌 공처가도 아니야. 족쇄 찬 노예지!” 소리는 쳤지만, 내심 ‘인간이란 가장 사랑하는 이의 음성을 듣고 움직이는 존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히 작은 것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음성이요, 요구였던 까닭에 그렇게 신중히 듣고 재빨리 순종했던 얼굴 까맣고 하모니카 잘 불던 친구! “사랑하는 주님, 어서 무슨 말씀이라도 속삭여 주소서. 귀 열어 듣고, 발딱 일어나 순종하겠나이다!”




작성자 : 이창훈 목사(목양침례교회, 작가)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