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과 기도로 배우는 바른 기도의 원리

칼빈과 함께하는 매일기도

저자명 Donald K. Mc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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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정현욱 목사(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  작성일 2020-05-18

본문

칼빈 신학의 핵심은 ‘성화론’이다. 루터가 이신칭의에 집중했다면 칼빈은 이신칭의의 열매라 할 수 있는 ‘경건’이야말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의 표지(標識)라고 생각했다. 거듭남은 지성적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의지로 드러나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칼빈의 성화론의 핵심은 단연코 기도이다. 칼빈은 그의 기독교 강요의 많은 부분을 기도가 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할애한다. 기도야말로 진정한 성화의 표지이자 전제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저자인 도널드 K. 매킴은 칼빈의 성화론의 핵심을 기도로 보았다. 기도야말로 칼빈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경건의 요소로 보았던 것이다.


이 책은 칼빈의 기도만을 담은 것이 아니다. 부제가 말하듯 ‘묵상과 기도로 배우는 바른 기도의 원리’를 소개하는 책이다. 칼빈이 말하는 기도를 정리하고 요약하여 우리가 어떻게 기도해야 할 것인가를 설명한다. ‘기독교 강요’와 주석에서 찾아낸 기도에 관련된 핵심들을 15개의 기도문과 85개의 주제로 분류하여 담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가 추천하는 활용 방식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먼저, 앞에 소개된 성경 본문을 읽으라고 한다.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해야 바른 기도가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해설을 읽으라 한다. 그리고 묵상하라고 한다. 세 번째는 기도하라 한다. 묵상은 마음으로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저자는 기도에 관련된 성경 본문과 칼빈의 통찰, 그리고 하나님과 대화를 나누며 그 모든 것을 기도에 포함시키라고 권면한다. 마지막 네 번째는 행동하라고 한다. 기도는 곧 실천이기 때문이다. 실천하지 않는 기도는 거짓이 될 수 있다. 칼빈의 기도를 몇 개만 소개하도록 하겠다.


전능하신 하나님,
하나님께서 친히 우리를 청하사
구원을 위한 거룩한 언약을 맺어 주시니
온 마음 다해 즐거이 하나님께 순종하게 하소서.
겸허히 말씀 배우기를 기뻐하게 하시고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뜻 안에서 살게 하소서.
 

전능하신 하나님,
오늘도 수많은 환난으로 인해 우리 삶의 요동칩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혼란에 빠진 듯
우리의 눈이 닿는 곳마다 칠흑 같은 어둠뿐입니다.
우리가 모든 장애를 극복하는 법을 배우게 하시고,
믿음으로 이 세상 너머를 바라보게 하소서.


전능하신 하나님,
주님의 놀라운 섭리를 우리에게 밝히 보이시고,
지난날 주의 백성들에게 행하신 공의의 심판을 알게 하시니,
우리가 주님이 손길과 보호 아래 놓여 있음을 분명하게 압니다.
어떤 일이 닥쳐와도
믿음으로 주께서 인도하여 주실 것을 소망하게 하소서.
담대하고 잠잠하게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나이다.
변화무쌍한 이 세상에서 찾아 드는 모든 위험을
겁내지 않고 바라보게 하소서.


저자는 칼빈의 기도와 설명들을 기도 원리로 제시한다. 기도는 하나님과 대화이다. 우리는 하나님께 나아기 전에 먼저 우리 자신을 살펴야 한다. 기도자는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으시고 마음 깊은 곳까지 살피시는 분임을 믿어야 한다. 어려움이 닥쳤다면 먼저 기도하고 용감하게, 혹은 담대하게 하나님께서 명하신 것을 행하며 나아가야 한다. 기도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이자 성품을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도라는 기교에 얽매이지 말고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님이 누구신가를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우리가 하나님께 나아감은 심판관이 아니라 영원한 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해 주시는, 우리를 위한 분께 다가서는 것이다.”(99쪽)


정말 합당한 설명이 아닐까? 저도 종종 고난이 닥치거나 상황이 힘들어질 때 하나님을 원망하고 심판하시는 하나님으로 오해하곤 한다. 이러한 오해는 기도가 진정으로 필요할 때 오히려 기도의 자리에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하나님은 다정하시고,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칼빈은 ‘신실한 성도들이 더욱 열심히 기도에 전념하도록, 하나님은 기도하는 자들의 요청에 응답하실 때 그분의 선한 기쁨을 이루고자 뜻하신 바를 허락할 것을 약속’(101쪽)하신다고 설명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듣고 싶어 하신다. 마치 자녀가 힘들고 어려울 때 부모님을 찾아가 토로하는 것처럼 성도들도 하나님께 나아가 깊은 고민을 고백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우리는 자식처럼 긍휼히 여기시고(시 103:13), 사랑하기 때문이다.


3장 ‘이 세상 너머를 바라보게 하소서’라는 주제는 매우 매력적이다. 칼빈은 ‘우리 눈에 우연처럼 보이는 그 모든 것에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가 깃들어 있음을 인정하게 하사 주님을 간절히 찾게 하시고’라고 기도한다. 기도가 기도하는 즉시 응답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은 어떤 기도는 며칠을, 어떤 기도는 몇 년을, 어떤 기도는 기도자가 죽은 다음에 응답되기도 한다. 기도자는 기다려야 한다. 칼빈의 주석에는 주님은 우리의 길을 인도하시는 분이며,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시기에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인도하시며 친히 주장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돌보심을 신뢰한다. 그렇기에 인내하며 여호와를 기다린다.”(61쪽)


기다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하나님은 가장 적합한 시기에 응답하신다. ‘하나님은 결코 늦는 법이 없으’(62쪽)시다. 고난의 때에도 기도해야 한다. ‘고난은 우리의 뜻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게’(65쪽)한다. 기다림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 가능하다.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고 계속하여 기도할 수 없고, 기다릴 수 없다. 저자는 칼빈의 서적들을 통해 하나님의 성품을 인용하고 그것들을 기도와 연계하여 설명해 나간다.


이렇듯 저자는 칼빈의 저서 속에서 발견한 기도의 대한 구슬들을 한 권의 책이라는 줄로 꿰었다. 매일 묵상할 수 있도록 각 장은 1500자 내외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문 신학 서적을 즐겨 읽는 필자의 성향상 처음에는 쉽다는 생각을 했지만 며칠을 반복적으로 읽어가니 칼빈의 통찰과 맥킴의 해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총명하지만 겸손했던 칼빈은 언제나 기도의 사람이었다.


결코 어려운 책이 아니다. 독자들을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 앞으로 인도하신다. 기도의 원리를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기꺼이 추천한다. 단숨에 읽어도 좋고, 매일 한 장씩 나눠 묵상하듯 읽어도 좋을 책이다. 코로나로 인해 예배는 축소되고 제한되었지만 하나님을 묵상하고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많아졌다. 이런 기회를 틈타 매일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가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