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프레임, 성경적 자연신학을 말하다

자연, 양심, 하나님

저자명 John M. Fr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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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조정의 목사(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  작성일 2021-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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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신학이라는 말이 생소한 독자가 적지 않을 것 같다. 쉽게 말하면 하나님께서 만드신 만물과 양심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하나님에 대한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잘못하면 특별계시(성경)를 철저히 배제하고 일반계시에만 몰두하는 한계에 부딪히기 딱 좋은 자연신학을 존 프레임은 자기 스승 반 틸의 전제주의 변증 원칙에 따라 “성경적 자연신학”으로 정리했다. 프레임은 이렇게 말했다. “자연신학에 대한 나의 변론은 단순하다. 성경이 말하는 바에 따르면, 하나님은 단지 성경 안에서 자신을 나타내실 뿐만 아니라 그분이 창조하신 만물에도 그 흔적을 나타내신다는 것이다”(16쪽). 그는 이 책에서 성경을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성경의 방식으로 자연을 이해하는 자연신학을 소개한다. “성경이 말하는 바를 토대로 자연에서 하나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진리를 독자에게 알려준다”(23쪽).


많은 사람이 일반계시를 통해서 복음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특별계시에 비해 일반계시는 부차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존 프레임은 ‘자연, 양심, 하나님’에서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만물이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지는 않지만, “그 복음의 전제이자 토대 역할을 하”고 “죄의 실상을 오롯이 보여줌으로써 복음의 필요성이 제기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26쪽). 특히 존 프레임은 조직신학을 저술하면서도(부흥과 개혁사, 2017) 규범적 관점과 상황적 관점과 실존적 관점으로 설명했는데, 이런 ‘삼중 관점주의’를 통해 상황적 자연, 실존적 인간 본성(양심), 그리고 성경이 계시하는 규범에 대한 반응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자연신학을 소개한다고 볼 수 있다(29쪽).


존 프레임은 소개가 딱히 필요 없는 기독교 철학자이자 조직신학자로 전제주의 변증학, 조직신학, 윤리학 쪽에서 권위 있는 복음주의 학자로 일하고 있고 웨스트민스터신학교와 리폼드 신학교에서 가르치기도 했다. 국내에도 주권신학 시리즈(개혁신학사), 조직신학(부흥과 개혁사), 서양 철학과 신학의 역사(생명의 말씀사) 등의 훌륭한 저서들이 소개되었다. ‘자연, 양심, 하나님’이 다루는 자연신학 역시 존 프레임의 다른 책들처럼 명료하고 논리적이며 성경적인 가르침으로 채워져 있으며, 168쪽의 상대적으로 작은 분량이지만 만물을 바라보는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었으며 1부에서는 창조세계의 증거, 2부에서는 인간 본성의 증거 즉 양심에 관해 다룬다. 부록에서는 자연신학과 관련된 편지형식의 질의응답이 실려있다.


만물을 바라볼 때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는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 모두 존 프레임이 정리한 다섯 가지 실체 곧 위대성, 유일성, 지혜, 선하심, 임재 등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모두가 올바른 방식으로 이해하는 건 아니다. 하나님을 영화롭게도 하지 않고 감사하지도 않는 자들을 하나님께서 어리석음에 내버려 두셨기 때문에 창조세계에 나타난 하나님의 여러 가지 성품과 속성을 사람은 왜곡하거나 부인하기 쉽다. 가령 프레임이 말한 것처럼 역사적으로 인류는 창조 세계의 위대성을 인정했지만 그 속엔 “자긍심이 뒤섞여 있었다”(44쪽). 결국 만물이 선포하는 하나님의 위대성을(시 8, 19편에서 노래하듯이) 온전히 바라보고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창조 세계는 또한 하나님의 유일성을 드높인다. 많은 사람은 이를 거부하고 다신론이나 무신론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복잡하고 유기적인 만물을 바라보며 그리스 사람처럼 각각의 신이 붙들고 있는 형태 그래서 알지 못하는 신도 있을 거라고 가정할 수밖에 없는 형태로 만물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혹은 비교적 최근에 유행하는 무신론적 관점으로 철저히 우연에 의해 만물이 작용한다고 보긴 더더욱 어렵다. 창조 세계는 만물을 통치하는 유일한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창조 세계는 하나님의 지혜와 선하심을 나타낸다. 타락한 세상에 순기능이 아닌 역기능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님은 그분의 지혜와 선하심을 완전히 거두지 않으시고 계속해서 만물을 통해 보여주신다. 해와 달과 별이 움직이는 것과 만물이 살아가는 모습, 복잡한 인체의 구조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그 안에 고도로 집약된 지혜가 들어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대로 선한 방향으로 만물이 흘러가는 것이 순기능이라는 것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프레임은 성경의 하나님께서 만물을 구속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신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자연경로의 방향성), 사람들은 목적도 방향도 없이 흘러간다고 본다. 만물은 참과 거짓, 옳은 것과 그른 것이 있지만, 사람들은 모두 부정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만물 안에 하나님의 임재가 있음을 밝히며 프레임은 그러므로 우리는 만물을 통해 또 우리 자신을 통해 하나님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존 칼빈이 기독교 강요에서 처음부터 강력하게 선포했던 것은 그 어떤 사람도 만물을 통해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자기 증거를 연약하고 부족해서 하나님을 몰랐다고 핑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알만한 것을 만물 그리고 양심에 주셨기 때문이다. 프레임은 양심을 다루면서 화인 맞은 양심, 고발하는 양심, 깨어난 양심, 선한 양심 순으로 설명한다. 각각의 양심 상태가 다르지만 존 프레임은 “양심의 목소리는 우리를 거슬러 말씀하시는 분의 음성”이라고 말하며(137쪽), 특별계시인 성경으로 양심을 깨끗하게 하고 그분의 음성을 좇아 사는 것이 양심의 목적에 합당한 반응이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글을 읽는 것을 어려워하고, 논리적인 설명이나 교리를 이해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하지만 창조 세계와 양심은 모든 사람에게 노출되어 있으면서 위대하시고 유일하시고 선하고 지혜로우며 만물과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보여준다. 타락한 사람은 하나님이 세우신 기준을 무너뜨리고 자기 육체와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하지만 항상 하나님이 그 마음에 두신 양심이란 도구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과 싸운다. 존 프레임의 ‘자연, 양심, 하나님’은 복음이 필요한 자들에게 핑계할 것이 조금도 없다는 무서운 경종을 울리고, 육신을 입고 우리에게 하나님을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을 증언하는 책 성경의 가르침을 듣고 순종할 것을 요구한다. 믿는 자에게 자연신학은 만물과 양심을 통해 하나님께 찬양과 경배를 드리고, 프레임이 한 것처럼 성경을 기반으로 만물을 통해 하나님을 배우도록 그리고 이웃에게 하나님을 말하도록 권한다. 이 책을 읽고 눈을 들어 만물을 볼 때 그리고 내면의 깊은 곳에 위치한 양심을 바라볼 때 하나님을 더욱 선명하게 보게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