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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로마에서 보낸 일주일

1세기 “길 따름이들”의 이야기

저자명 제임스 L. 파판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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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윤영석 목사(은평교회) /  작성일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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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주일 4부 젊은이예배 때 담임목사님과 청년부 목사들이 함께 로마서를 설교하고 있다. 때 마침 북오븐에서 제임스 L. 파판드레아(James L. Papandrea)의 <로마에서 보낸 일주일>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참 감사했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A Week in the Life Series’는 지금까지 7권이 출판되었고, 이번 책은 그 중 네 번째로 우리 말로 번역된 책이다.


제임스 L. 파판드레아는 처음 들어본 학자이다. 그는 초대 교회 역사와 로마 제국에 관한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교회사 및 역사 신학 교수이며, <로마에서 보낸 일주일>그의 저서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책이다.

 

<로마에서 보낸 일주일>은 로마서가 기록되기 전인 예루살렘 공의회 이후, 주후 50년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은 스다구(롬 16:9)라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스다구 한 개인이 갈등과 위기를 통과하여 결국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세례를 받아 로마 교회 공동체의 집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스다구와 같이 로마서 16장에서 이름만 간략하게 소개되고 있는 사도 바울의 로마 교회 공동체 동역자들을 우리에게 입체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특히, 후견인–피후견인 제도, 로마 세계의 결혼과 가정, 영아 유기, 노예 제도, 로마인들의 덕목, 로마 시민권, 초대 교회의 복음 전도와 회심, 초기 가정 교회의 예배 등 책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주제 연구’는 1세기 당시 로마의 정치, 사회, 지리, 문화 등을 이해하는 데 정말 유익하다.


‘팍스 로마나!’ 로마는 식민지에 평화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을 지배하고 착취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외치며 로마 제국은 그 위용을 과시하였지만, 그들이 말하는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기 전에 ‘길 따름이들’이라고 불렸다. 


“우리는 다른 길을 따르고 다른 생활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로마인들이 행하는 수많은 일, 심지어 로마인들이 선하다고 생각하는 일 중에도 우리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많습니다”(187쪽).


스다구는 황제 글라우디오가 가장 신뢰하는 해방 노예 중 한 사람이자 황제의 개인 비서였던 나깃수가 ‘길 따름이’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소개한다.


“길 따름이는 쓰레기 더미에서 들려오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 저도 길 따름이입니다”(238쪽).


영아 유기가 빈번했던 당시 로마 제국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의 딸 브리스가는 이제부터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하는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알겠어요. 그리스도인. 우리가 따름이들이기는 한데 주님의 길만 따르는 게 아니라 주님 자체를 따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분이 길이시니까요. 그리스도인이란 크리스토스를 따르는 사람들이란 뜻이에요”(260쪽).


그리스도는 우리의 길을 인도하시는 분 정도가 아니라, ‘길’ 그 자체이다. 우리는 ‘길’되신 그리스도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다!


제임스 L. 파판드레아는 초대 교회에서 회심은 관계를 통해 이뤄졌다고 말한다. 이 책 내내 흐르는 정서도 마찬가지이다. 세상과는 다른 말과 행동을 하는 길 따름이들, 그리스도인들을 보며 로마 제국의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그들에게 다가온다. 


“우리 주님께서 누구든 몸이 아프거나 굶주리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해주시면, 그리고 우리에게 그 사람을 도울 힘이 있다면 마땅히 도와야 합니다. 그 사람이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263쪽).


스다구는 한때 자신이 길 따름이임을 부인했던 기억 때문에 세례 받기를 주저한다. 그리고 마음에 담아 놓았던 이야기를 베드로에게 꺼내놓는다. 베드로는 스다구의 말을 듣고 목소리가 변하면서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예수님께 친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순간에 그분의 친구가 아니라고 세 번씩이나 부인했던 자신의 과거를 털어 놓는다. 그리고 자신을 용서해주신 그리스도를 말하며 스다구를 격려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본문이 요한복음 21장인데, 이 부분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스다구, 가장 크게 용서받아야 하는 사람이 가장 크게 감사하는 사람이고…”(266쪽).


많은 분들의 철저한 역사적 고증 위에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가 더해져 읽을수록 흥미가 진진해지는 『로마에서 보낸 일주일』을 통해 1세기 당시 로마 제국에서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생하게 느끼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