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영성

우리가 바삐 없애야 할 딱 하나, ‘바쁨’

저자명 존 마크 로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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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고상섭 목사(그사랑교회) /  작성일 2021-11-09

본문

<슬로우 영성>의 저자인 존 마크코머(John Mark Comer)는 달라스 윌라드, 존 오트버그를 멘토로 둔 영성 3세대의 목회자이다. 멀티사이트 대형교회의 담임을 맡았지만 바쁜 스케줄 속에서 자신의 영혼을 지키고자 사임을 하고 작은 교회를 맡아서 목회를 하고 있다. 달라스 윌라드 센터에서 ‘영적형성’으로 공부했고, 달라스 윌라드와 존 오트버그라는 좋은 멘토들과 교제하며 자신의 삶을 재조정했다. 이 책은 담임목회를 내려놓고 느리게 살기를 실천한 자신의 삶의 고백과 같은 책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문제(The problem)를 다루고, 2부는 해결책(solution)을 제시하고, 3부는 바쁨을 제거하는 4가지 훈련(practices)을 소개하고 있다. 1부 문제 제기에서 바쁨은 오늘날 영적 삶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라 말하면서 바쁨을 제거하지 못할 때 목회자로서 성공할 수는 있지만 예수님의 제자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


이 책의 원제는 “The ruthless elimination of hurry”(빠쁨을 가차없이 제거함)이다. 이 말은 달라스 윌라드가 존 오트버그에게 해준 조언을 그대로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존 오트버그가 시카고 윌로크릭의 설교목사로 부임해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설교자로 명성을 얻기 시작할 때, 무언가 자신의 삶을 재검검 받고 싶어 멘토인 달라스 윌라드에게 전화를 했다. 


달라스 윌라드는 존 오트버그에게 “지금의 삶에서 바쁜 것을 가차없이 제거해야 하네”라고 조언해 주었다. 혹시 또 다른 것은 없냐는 질문에 달라스 윌라드는 “다른 것 없어, 바쁨은 우리 시대에 영적 삶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이야”라고 대답했다.  


성취지향적인 사회에서 바쁨은 성공의 또 다른 대치어가 되었다. 성실과 열심과 노력이 바쁨으로 대표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바쁨을 제거하지 않으면, 즉 느리게 살지 않으면 삶에서 중요한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칼 융은 “바쁨은 마귀의 것이 아니라 마귀 그 자체” 라고 말했다. 또한 바쁨은 내 삶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소명을 잃어버리게 한다. 오늘 내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 내 삶의 상황을 통해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놓치게 된다.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미래의 꿈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바쁨은 사람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사랑에는 시간과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쁨은 기도의 죽음이며 우리의 일을 저해하고 망칠 뿐이다. 절대로 우리의 일을 진척시키지 않는다.” -월터 애덤스- 


바쁜 삶은 충분히 기도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그 뿌리에는 영적 교만이 존재한다. 내가 일하지 않아도 기도를 통해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신뢰가 있다면 우리는 기도의 무릎을 꿇고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일하는 것이 기도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은 내가 내 힘으로 인생을 살고 싶다는 교만이 그 뿌리에 있기 때문이다. 존 오트버그는 이렇게 경고했다. “많은 사람들이 처한 위험은 믿음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엉뚱한 것에 너무 정신이 팔리고 바빠서 평범한 믿음에 머무는 것이 위험이다. 그럴 때 삶을 진정으로 살지 않고 그저 삶을 스쳐 지나갈 뿐이다.” 


해결책 


저자는 바쁜 삶으로 조급해져서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힌트를 제공한다. 그것은 바쁜 삶의 해답은 더 많은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 하루 10시간을 더 허락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더 많이 공부하거나 하고 싶었던 일들을 더 할 것이다. 그러나 하루 24시간일 때와 동일하게 시간은 없고 하나님 앞에 자신을 드리는 시간은 여전히 부족해질 것이다. 문제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의 문제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성취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우리를 몰아가는 세상의 문화내러티브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바쁨과 조급의 문제는 시간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의 문제이다. 하나님보다 더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모두 우상숭배이다. 바쁜 삶의 해결책은 사랑의 순서를 재조정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많은 일을 하셨고 바쁘게 사셨지만 쫓기지 않으셨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바쁜 가운데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내 삶에서 낭비하는 잘못된 시간들을 제거해야 한다. 하루 스마트폰을 보는 횟수가 평균 2천 번이 넘는다고 한다. 또한 예수님처럼 되고 싶다면 예수님의 삶의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배에 복근을 새기고 싶다면 매일 운동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살아야 한다. 마라톤을 열심히 달리는 삶을 살려면 매일 달리기 연습을 해야 한다. 예수님처럼 되고 싶지만 예수님처럼 사는 방식을 취하고 싶지 않은 것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안식을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예수님을 닮고 싶다면 우리의 일상의 삶에서 영적 훈련이 필요하다. 참된 안식은 그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참된 안식은 감정적 평안이 아니라 영적 전쟁가운데 승리한 뒤에 오는 평화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네 가지 방법


저자는 바쁜 삶을 가차없이 제거하기 위한 법 네 가지를 소개한다. S로 시작되는 4단어를 통해 영혼의 안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첫째, 침묵과 고독훈련(Silence and Solitude)이다. 늘 세상의 소음으로 가득한 곳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 기도하는 삶이다. 내 말을 멈추고 침묵하며 고독 속에서 주님을 깊이 경험해야 한다. 영혼의 골방과 기도의 광야에서 하나님을 홀로 깊이 만날 때 우리의 영혼은 참된 쉼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둘째, 안식일 훈련(Sabbath)이 필요하다. 안식일은 단순히 일의 그침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욕망의 그침이다. 내가 누구를 위해서 또는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영적 조율의 시간이며, 우리의 욕구가 재조정되는 시간이다. 교회 안의 제자훈련 프로그램이 많지만 무엇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무엇을 하지 않을 수 있는 훈련 또한 필요하다. 안식은 인간 스스로를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것을 신뢰하는 행위이며 멈춤을 통해 하나님이 내 삶 가운데 역사하시는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셋째. 단순한 삶(simplicity)을 연습해야 하는 이유는 오늘날 문화내러티브 중의 하나인 소비주의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삶을 살기를 결정하지 않으면 시대의 문화 속에 휩쓸려가게 된다. 세상은 오늘의 불만족을 극대화시켜 제품을 구매하도록 충동한다. 그러나 이것은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자족의 문제이다. 하나님이 내 인생을 아름답게 인도하실 것이라는 신뢰가 소유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넷째. 느리게 하는 훈련(slowing)이다. 차를 제한속도로 운전하고, 느린 차선을 타고, 마트에서 줄이 길게 서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연습하는 것이 좋다. 느리게 살 때만 하나님이 오늘 내 삶 가운데 주시는 은혜를 볼 수 있고 누릴 수 있다. 너무 빠른 차를 타고 지나가면 경치를 감상하지 못한다. 디지털의 시대 속에서 홀로 있음과 느리게 살기를 추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렵다는 말은 반대로 이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영성일 것이다.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치는 세상의 한 가운데서, 바쁨을 제거하고 느리게 살기를 선택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해야 한다는 교만을 내려놓고 조금 더 느리게 살아갈 때 우리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하나님의 함께 하심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는 좀더 느리게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