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로 가는 길

바보 목사와 바보 성도들의 순전한 교회 개척 이야기

저자명 김병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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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전재훈 목사(발안예향교회) /  출판사 세움북스 / 작성일 202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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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교회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저의 모든 삶은 교회가 중심이 되었죠. 무척이나 버거운 문제를 떠안고 있더라도 예배당에 앉으면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아무리 속상한 일이 있었더라도 교회 친구들을 만나면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세상 살아갈 맛이 나는 곳, 그건 제게 교회였습니다. … 이 책은 그 설렘을 향수하며 다시금 교회를 향해 걷는 여정의 이야기입니다.”


김병완 목사를 만나러 ‘우리가꿈꾸는교회’로 향했습니다. 수원시 인계동에 위치한 교회는 저희 집에서 차로 40분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교회 인근에 도착해 보니 상가가 아닌 연립들이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교회를 쉽게 찾을 수 없었지요. 주차할 공간도 찾지 못해서 햄버거가게에 차를 대고 모닝커피 한잔 사 들고 교회에 갔습니다.


교회는 연립 주택 지하 벙커에 있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는 매우 좁아서 사람이 마주 오면 비켜 설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교회로 들어가는 계단은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따뜻한 환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엉성하게 벽을 뜯어놓은 듯 보이는 실내는 목사님과 사모님의 탁월한 예술적 감각을 잘 살려 인테리어를 해둔 덕분에 지하 벙커라는 느낌보다 따뜻한 카페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좁은 예배실 안에는 건반과 기타가 좌우에 있고 작은 보면대를 강대상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트리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의자는 10여 개 남짓 놓여있었습니다. 서재로 쓰이는 공간은 한기가 가득했지만 책상 밑에 앙증맞은 전기장판이 놓여 있어 다리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소품들로 꾸며진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김 목사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공간이 주는 느낌은 교회라기보다 가난한 예술인들이 모여 싸구려 커피와 함께 담배 연기 뿜어대며 열정적인 토론을 나눌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김 목사는 돈이 없어 처갓집 지하벙커를 리모델링해 교회를 시작했고 내부공사도 틈틈이 직장 다니며 조금씩 뜯어 고치는 방식으로 직접 공사했다고 합니다. 예술적 감각이라고는 1도 없는 제 눈에 모든 것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습니다. 이곳은 카타콤을 연상시키면서 동시에 예술혼을 품은 모태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곳에서 3년간 목회를 했다고 하니 그 자체로 대단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제가 교회를 개척할 당시 30대 초반이었습니다. 노회에 가입할 때 선배 목사가 “내가 예언하건데 아마 전 목사는 향후 10년간 우리 노회에서 막내일 거예요.”라고 했는데 현재 16년 째 막내입니다. 그만큼 30대에 교회를 개척하는 목사가 한 분도 없었지요. 심지어 40대 중반까지도 없었습니다. 김병완 목사는 저와 교단이 다르기는 하지만 30대에 맨땅에 헤딩하듯 교회를 개척한 보기 드문 목사입니다. 공교롭게도 저와 같이 처가집살이 하면서 아픈 자녀를 돌보며 개척한 목사여서 그의 교회 개척 스토리는 제게 매우 큰 관심사였습니다.


제가 갔던 날, 김 목사가 쓴 책이 출판되었습니다. 그 날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기로 되어 있었는데 아쉽게도 점심 먹고 카페에서 한 차례 수다를 떨고 집에 갈 때까지 책이 도착하지 않아서 빈손으로 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쯤 지나 다시 약속을 잡고 만나 책을 받아올 수 있었습니다. 책 내용이 너무 궁금해 점심만 먹고 바로 일어나 사무실로 돌아와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습니다. 책 디자인도 이쁘고, 글의 흐름도 너무 좋은데다가 몰입도가 높아서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김 목사의 예술적 감각은 공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글 솜씨에도 녹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에세이인데 그 중 나와 비슷하게 맨 땅에 헤딩으로 개척하여 3년의 시간을 걸어온 젊은 목회자의 이야기를 엿 보는 재미는 꽤 쏠쏠했습니다. 나보다 더 많은 생각과 고민과 씨름들을 하며 교회를 세워가는 김 목사의 이야기를 통해 반성도 하고 괜스레 겸손해지기도 합니다. 글의 흐름을 따라 웃기도 하고 먹먹함을 느끼기도 하며 응원하는 마음도 들고 ‘잘하고 있구나’라는 안도감도 들게 하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하나님께 기쁨을 드릴 수 있는 목사가 되고 싶었던 저자는 달팽이 하우스(농장)에서 교회를 개척하신 아버지와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목사 안수를 받고 처갓집 아래층에 살며 지하 벙커에서 ‘우리가 꿈꾸는 교회’를 시작한 김 목사는 생계형 사역자가 되어 직장도 다니며,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익히고, 자신의 약점(눈, 발목)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아가며 ‘버려진 장소, 버려진 물건, 버려진 사람들이 만나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여차하면 무덤 뒤에서 나와서라도 도와주실 하나님을 믿고 오늘도 담대하게 목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김 목사는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모든 몸짓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예배가 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김병완 목사를 만나고 그 안에 담긴 탁월한 감각들을 보면서 참 좋은 목사라는 생각하긴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갈수록 어두워지기만 하는 개척 현장에 자신있게 소개할 만한 훌륭한 목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오픈하여 많은 이들을 따뜻하게 보듬고 위로하는 좋은 책을 써 내준 김병완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