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영적 전쟁

그리스도의 몸으로 치르는 공동체적 전쟁

저자명 David Powl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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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고상섭 목사(그 사랑교회) /  출판사 토기장이 / 작성일 20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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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가인 데이비드 폴리슨의 마지막 유작이다. 폴리슨은 이 책을 집필하면서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죽음을 앞둔 작가가 영적 전쟁을 다루면서 어떻게 마귀는 신자의 생각을 공격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복음이 영적 전쟁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성경적으로 이해하게 하고, 또한 죽음 앞에서 부활을 소망하는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영적 전쟁이 일어나는 장소는 우리의 생각이다 


<일상의 영적 전쟁>은 여타 다른 ‘영적 전쟁’을 다룬 책과는 차별성이 있다. 저자는 영적 전쟁을 능력대결로 설명하지 않는다. 마귀가 영적 전쟁을 통해 노리는 곳은 바로 우리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폴리슨은 어린 시절 교회에 출석하긴 했지만, 대학생이 되면서 신앙을 버린 사람이었다. 그가 다시 신앙을 가지게 된 계기는 할아버지의 죽음과 자동차 사고로 즉사한 한 젊은이의 죽음을 보면서이다. 고민이 많던 시절 친구의 전도로 복음을 받아들이려고 할 때 자신의 생각 속에 선명한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너는 너무 더러워, 소망이 없어. 하나님은 절대 너를 받아주지 않을 거야, 네가 그리스도에게 가면 그를 더럽히게 될거야” 라는 생각이었다. 


폴리슨은 주저했다. 생각 속에서 치열한 영적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나는 약속과 소망의 복음이었고, 또 한 목소리는 자신이 더럽기 때문에 그리스도께 나아가지 못한다는 목소리였다. 그리스도께 나아가기 너무 부끄럽고 죄가 많다는 그의 말에 친구는 하나님께 받아달라고 기도하면 된다고 권유했고, 그렇게 예수님을 영접하면서 평안이 찾아왔다. 그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폴리슨은 오랫동안 상담을 하면서 마귀가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생각 속에 거짓된 신념을 심어주는 것이라 확신했고, 영적 전쟁의 핵심은 능력대결이 아니라 생각의 싸움 즉 마음의 문제임을 이야기 한다. 


마귀는 물리적인 공격을 가하는 상대가 아니다. 우리의 생각 속에 거짓된 신념을 심어준다. 문제는 우리에게 생각을 넣어줄 때 1인칭의 시점으로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면 누구인지 확인을 거친다면 문을 열어준다. 우유를 마셨는데 상했다면 마시지 않고 뱉을 것이다.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내 생각처럼 떠오르는 모든 생각이 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생각이 아니다. 우리는 떠오르는 생각을 판단하고 분석해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다. 내 생각이라고 모두 믿어서는 안 된다. 마귀는 우리에게 생각이라는 과정을 통해 거짓의 씨앗을 심는 존재들이다. 영적 전쟁은 우리 밖의 전쟁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 안에서 오늘도 일어나는 전쟁이다. 


영적 전쟁은 한 번의 싸움이 아닌 긴 과정이다 


폴리슨은 영적 전쟁을 이야기하면서 에베소서 6장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소개한다. 신자들은 이 땅을 살아가면서 마귀, 육신, 세상 이라는 ‘어둠의 삼인조’를 만나게 된다. 그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하나님의 전신갑주로 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싸움은 단순히 한 번의 기도회를 통해 무장하고 싸우는 단회적 싸움이 아니라, 겸손, 사랑, 진리, 용기, 신실함, 선함, 그리고 지혜라는 성품적 무기이다. 마귀를 내쫓기 위한 특별한 기도문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마귀에게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다. 바울이 말하는 전신갑주는 예수님을 성품을 닮아가는 과정이기에 성령의 은사가 아닌 성령의 열매에 가깝다. 


또한 이 영적 전쟁은 개인이 치르는 전쟁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으로 치르는 공동체적 전쟁이다.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엡 4:27)는 말씀 또한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분열을 막으라는 말이다. 마귀는 거짓된 생각을 심어주어서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고, 서로간의 교제를 분열시키고 깨뜨리는 세력들이다. 


“결국 바울이 말하는 영적 전쟁은 우리 자신 또 우리가 하나님과 맺는 관계에 관한 것일 뿐 아니라, 우리 주위의 사람들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37쪽)


영적 전쟁은 특별한 전투가 아닌 일상의 전투이다 


상담가인 저자는 대부분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분노, 두려움, 현실도피라는 세 가지 정도의 문제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분노라고 해서 극도의 분노를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교통체증, 동료, 가족, 날씨 등에 대한 불평불만도 여기에 포함된다. 두려움도 피해망상이나 공황장애 같은 것도 있지만 아주 사소한 일에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것도 포함된다. 현실도피는 알콜 중독이나 마약같이 심각한 수준도 있지만, 폭식을 하거나 TV를 너무 많이 보는 현상 등으로 우리의 일상 안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일 수 있다. 


마귀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을 통해 거짓된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런 일상에서 일어나는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폴리슨은 단순한 인간의 노력이나 기술이 아니라 복음을 적용시킬 것을 강하게 주장한다. 왜냐하면 복음이 적용될 때만 가장 건전하고 효과적으로 거짓된 생각이 뿌리 뽑히기 때문이다. 분노의 문제로 상담을 할 때는 자기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게 하지 말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연합되어 있음을 상기 시켜야 한다. 인간의 노력이 아닌 은혜의 결과로 순종을 이끌어야 한다.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께서 지금도 그들과 함께 계심을 선포해야한다. 악의 수장인 마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지금도 나를 사랑하시고 함께 하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통한 안정감이 없다면 늘 거짓말로 인해 자신을 고립시키고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현실을 도피하는 사람들에게는 복음의 공동체가 필요하다. 마귀와 영적 전쟁이라는 미명아래 축사 사역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단순히 한 번의 축사가 아닌 우리의 생각 속의 신념을 바꾸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복음 안에서 건강한 공동체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낼 때 더욱 건강한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영적 전쟁은 능력대결이 아니라 따뜻한 성령의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폴리슨은 한 여성의 예를 통해 영적 전쟁에서 공동체가 어떻게 도와야할지를 알려준다. 예배 시간에 마치 귀신들린 듯한 행동을 했던 여성을 많은 교회에서는 축사를 통해 마귀를 그녀로부터 떠나보내야 한다고 판단했고 강한 기도와 함께 그녀에게 명령하듯 “사탄아 물러가라”를 반복했다. 그녀는 그때 공포감을 느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했던 기억까지 함께 떠올라 매일의 삶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무례하고 난폭한 행동으로 자신을 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좋은 상담가를 만나서 많이 회복되었고 지금은 건강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좋은 상담가는 그녀를 귀신들린 사람이라고 판단하며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한 번의 영적 전쟁이 아니라 긴 시간 그녀를 위로하고 기도했다. 그리고 꾸준히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쳤다. 결국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으로, 기괴한 것을 인격적으로 다루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생각이 바뀌었고 복음이 주는 자유를 조금씩 맛보며 회복되었다. 물론 이 여성의 모든 문제가 말끔하게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힘들어하며 넘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영적 전쟁은 단순히 전쟁을 벌이는 싸움이 아니라, 한 영혼을 사랑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데이비드 폴리슨의 <일상의 영적 전쟁>은 우리의 생각이라는 전쟁의 장에서 마귀와 육신과 세상이 주는 거짓된 생각에서 우리를 방어하게 하고, 가장 기본적인 복음을 통해 삶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데이비드 폴리슨은 이 책을 쓰는 중에 췌장암 진단을 받았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그가 자신의 죽음 앞에서 부활의 소망을 이야기 하는 대목은 가슴 뭉클했다. 이 책은 데이비드 폴리슨의 머리에서 나온 책이 아니라, 그의 삶에서 나온 책이라 할 수 있다. 죽음을 앞둔 저자가 곳곳에 부활이 주는 평안과 소망을 이야기 한다. 영적 전쟁은 개인의 전쟁이 아니라 한 영혼 한 영혼이 서로를 세워주는 따뜻한 성령의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교회들이 영적 전쟁의 바른 개념들과 실천들을 통해 성령의 공동체로 세워지기를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