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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음을 따르지 않을 용기

감당할 수 없는 ‘자기중심성’의 짐을 지고 사는 세대

저자명 Thaddeus J. Wi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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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고상섭 목사(그 사랑교회) /  출판사 두란노 / 작성일 20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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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목사님이 돌아가신 후에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문화에 대한 분석이었다. 문화를 성경적 관점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던 팀 켈러의 문화 분석 방식은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방식이었고, 그래서 기독교 안에서 어떤 영역이 사라진 것 같아 더 아쉬웠다. 그러나 사디어스 윌리엄스의 <마음을 따르지 않을 용기>를 읽으면서  이제 포스트 팀 켈러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오늘날 유행하는 문화 내러티브에 대해 탁월하고 신선하게 분석하고, 성경적 대안까지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문화가 주는 새로운 십계명 


태리 이글턴은 <신의 죽음 그리고 문화>라는 책에서 하나님을 거부하고 종교를 거부하는 세속화의 시대에는 하나님을 대처하는 또 다른 신이 필요한데, 그 자리를 문화가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사람 안에는 ‘종교의 씨앗’이 있어서 무언가를 섬겨서 살아야 하는데, 오늘날은 문화가 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의 ‘문화’의 이야기 즉 ‘문화 내러티브’에 이끌려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 중심에는 ‘자신을 섬기는 것’ 즉 ‘자아 숭배’가 있다고 선언한다. 


자아를 숭배하는 세속적 문화 내러티브를 10가지로 제시하면서 성경에 나오는 십계명과 비교해서 세속적 십계명이라 이름 붙였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행복한 삶, 첨단의 생활방식, 마음의 해방, 독창성, 관용, 모험, 내적 깨달음, 진정성, 꿈의 실현이라는 10가지 세속적 십계명을 쫓아서 살고 있다. 사디어스 윌리암스는 제목 그대로 ‘마음을 따르지 말 것을’ 요청하면서 복음을 통해 다시 새로운 십계명을 써내려가야 함을 강조한다. 


문화 내러티브의 오류 


문화 내러티브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꿈을 이루어줄 것이고 자신에게 만족을 줄 것이라 약속하지만, 문화가 약속하는 것은 대부분 진리의 파편들이고 하나님 없는 행복을 약속한다. 결국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대로 하는 것이 인생의 비전이라고 유혹하고 많은 사람들은 물거품 같은 신기루를 쫓아 지금도 성공과 사랑 쾌락이라는 러닝머신 위에 올라타 끝없이 달리고 있고 결국 기진맥진해서 나가 떨어지게 된다.  


열가지 문화 내러티브를 한 마디로 정의 하면 ‘네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네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하라’라고 할 수 있다. 디즈니 영화 <겨울 왕국> OST ‘Let it Go’ 의 가사가 바로 이런 문화 내러티브를 잘 보여준다. 자신의 마음을 믿고 가슴 뛰는 삶을 추구하라 말하지만 자신의 마음이라는 것 자체가 기준이 없기 때문에 망망대해에 떠 다니는 돛단배처럼 갈 바를 알지 못하고 헤메이게 된다.  


C.S.루이스는 <영광의 무게>에서 마음의 소리를 따르라는 목소리는 대부분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말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책이나 음악 안에 아름다움이 놓여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기대를 걸면 결국 배신당하고 말 것입니다. 아름다움은 책이나 음악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주어졌을 뿐이며 그 실체는 결국 갈망입니다. 아름다움, 과거의 기억 등은 우리가 정말 바라는 대상에 대한 좋은 이미지이지만, 그것들을 대상 자체로 오해하면 어리석은 우상들로 변질되어 숭배자들은 결국 상심하고 맙니다.” (영광의 무게,P17) 


루이스의 표현대로 우리가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행복은 결국 삼위일체 하나님의 아름다움과 행복에서 흘러나오는 진리의 파편이기에 인간의 행복은 결국 삼위일체 하나님을 만날 때 비로소 안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이 없는 행복 추구는 결국 중심이 없이 바람에 흩날리게 된다.  


마이크 휴즈는 지구 평면설을 믿는 사람이었고 2020년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근처에서 증기로 가동되는 로켓을 만들어서 타고 구름 속으로 올라갔다. 출발하자마자 착륙 낙하산이 펴지면서 휴즈는 캘리포니아 사막으로 수직 강하했고 결국 그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었다. 마이크 휴즈의 예는 오늘날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추구의 결과를 잘 보여준다. 내 마음에 원하는 것을 할 수도 있고, 그것을 확신할 수도 있지만 중력의 법칙을 벗어난 신념이 결국 잘못되듯이, 하나님이 아닌 행복추구는 결국 잘못된 결말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오늘날 마음의 소리를 따르라는 메시지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생의 행복은 자기 자신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대의를 만나라 때 이루어진다. 저자는  자기를 숭배할 때 행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외심이 사라지는 것이고, 자신을 벗어나는 경외심을 경험하지 못할 때 참된 행복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만약 공부를 재미있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음악을 틀어놓고 공부한다고 공부가 재미있어 지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재미있게 하려면 어떤 주제에 대해 몰입을 하게 되면 공부의 재미는 따라오는 것이다. 결국 공부를 재미있게 하려면 재미있게 하려는 원함이 아니라 몰입을 추구해야 한다.  


인생의 행복도 마찬가지다.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온전히 예배할 때 자신을 넘어서는 사랑과 경외를 배우게 되고, 진정한 경외는 참된 행복을 따라오게 한다.  


‘진정성’에 대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문화는 가정, 지식, 종교, 연애, 감정, 정치, 재정, 직업등 다양한 영역을 언급하지만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늘 불안하고 방황할 수 밖에 없다. 삶의 정체성의 모든 측면을 유의미한 궤도에 묶어 둘 만큼 하나로 통합되는 삶의 기준이 있을 때만 삶의 기준을 잡을 수 있다. 


“내 인생은 내 것”이라고 외치는 것은 결국 기준이 없어서 비겁하게 되고 진정한 모험을 할 수 없게 한다. 참된 자유는 진리 안에 있고 그 진리의 기준에 나를 맞출 때 우리는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내 마음이 기준이 되면 내 인생보다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또 저자는 자신의 마음대로 사는 것이 가장 힙한 삶이라 생각하지만, 가장 오래되었고 진부된 방법이라 말한다. ‘오케이 부머’라는 말을 유행시키면서 ‘꼰대를 사절한다’는 말이 유행했지만, 자신의 마음을 따라 살아간다는 말 자체가 오래된 에덴동산에서부터 시작된 죄의 모습이며, 현대적이고 새로워지려고 하지만 고리적 옛날 조상들이 저질렀던 죄의 반복일 뿐이다. 


문화 내러티브의 대안으로서의 복음 


세속적 십계명은 나 자신을 섬기라고 요구하지만 결국 약속한 것을 이루지 못하는 헛된 약속이다. 가장 존엄한 삶의 약속하지만 우리에게서 경외를 앗아간다. 최첨단의 삶을 추구하지만 절망적이리만치 구태의연해진다. 마음을 따르라고 말하지만 기준이 없어서 방황한다. 자아에 충실하라고 말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여러 실패자들을 추종하게 된다. 자신이 도덕의 주인이라 말하지만, 용기와 진실성을 앗아간다. 체험과 모험을 하라고 말하지만 지독하게 단조로와지고, 자기 내면에 답이 있다 말하지만 내면의 문제만 드러나게 된다. 진정성을 내세우지만 교만하게 되고, 사랑이라 선전하지만 편견과 혐오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만들 뿐이다.  


결국 참된 행복은 성경의 하나님을 경외하고, 실재를 스스로 규정하라는 마귀의 거짓말을 물리치고, 내 마음보다 하나님의 마음을 따르고, 자아 숭배가 아닌 하나님을 경외하며, 자신의 내면에서 답을 찾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에서 답을 찾는데 있다.  


결국 내가 스스로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은혜를 사모하게 하고 하나님의 뜻에 나를 맞추게 한다.  성경은 내 마음대로 할 때 자유롭다고 말하지 않는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선언한다. 예수님께서도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실 때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되기를 간구하셨다. 인간 안에는 늘 내 뜻과 아버지의 뜻이 동시에 존재한다. 신앙이란 내 뜻을 꺾고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지 내 마음에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대로의 삶은 결국 미래를 알지 못하는 자신이 인생의 주인이 되는 삶이다. 그래서 불안과 두려움의 문제를 극복할 수 없게 된다.  하나님이 내 인생의 주인이 되실 때 우리는 염려없는 인생을 살 수 있다.  참된 행복은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라는 마음의 소리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인 진리에 나를 맞추는 것이다.  마음의 소리가 아닌, 하나님의 소리, 즉 하나님의 말씀에 뿌리를 내릴 때 흔들리지 않고 견고한 나무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마음을 따르지 말고 말씀을 따르라 그것이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도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