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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터치 & 큐티

와플 QT_점수 따는 방법
2020-05-09


주말칼럼_점수 따는 방법

 

변호사가 되어 광화문의 어느 로펌에서 일하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사무실 근처로 저를 만나러 오셨습니다. 이왕 오신 김에 제 사무실 구경을 시켜드리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한사코 사양하셨습니다. 변호사 아들의 사무실을 얼마나 보고 싶으셨을까요. 남루한 차림의 아버지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면 혹시라도 변호사 아들의 이미지에 흠이 될까 봐 그러신다는 걸, 저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누구에게도 정말 자신이 있었습니다. 저를 있게 해주신 아버지가 늘 자랑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끝내 사양하고 집으로 돌아가시려 했습니다. 저는 지갑을 꺼내 거꾸로 탈탈 털어 지 갑 안에 있던 돈을 몽땅 아버지의 주머니에 넣어 드렸습니다.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건 제 진심의 표시였습니다. 아들의 사무실을 구경하고 싶으면서도 돌아서야 했던 아버지의 허전한 마음을 채울 수 있다면, 제 지갑에 들어있는 무엇이라도 다 드릴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두고두고 자랑하셨습니다. “저 녀석이 택시비 하란다며 자기 지갑에 있던 돈을 몽땅 털어서 꺼내 주더라.” 이 일로 저는 아버지에게서 확실한 점수를 땄습니다.


그때부터 “몽땅 드리는 것”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40세가 갓 넘었을 때, 하나님 아버지께 제 인생을 몽땅 드리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습니다. 제가 움켜쥐고 있어 봐야 대단치도 않은 인생인데, 하나님께 드려서 가치 있게 사용된다면 몽땅 드리는 게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시작한 것이 신학 공부였습니다. 그것 자체가 저를 몽땅 바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로서는 분명한 방향을 가진 준비였습니다.

 
언젠가 하나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실 때 저를 하나님께 몽땅 바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같이 흠 많은 사람이 하나님께 확실한 점수를 따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릅니다. 아버지를 통해 배운 “점수 따는 방법”을 하나님께도 적용해 볼 요량입니다.




작성자 : 최형구 목사(보리떡교회)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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