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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삶

두 강림 사이에서
by E. M. Welcher2022-12-11

이 세상에 사는 우리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하나님이자 왕 되신 이의 두 강림 사이를 서성거리는 나그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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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그녀를 기억한다. 갓 자르고 염색한 머리에 노란색 선글라스를 쓴 그녀가 맨손으로 캔자스시티 로열스 경기에서 파울볼로 날아온 뜬공을 잡던 바로 그 모습 말이다. 그녀는 그 공을 한 아이에게 주었는데, 그건 다 큰 어른이면서도 그 공이 꼭 갖고 싶었던 내게는 퍽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그날은 우리의 첫 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세인트루이스 토박이인 다니엘은 당연히 카디널스 경기를 더 보고 싶었겠지만, 우리는 캔자스시티 가까이에서 살고 있었다. 


그해 성탄절이 다가오던 즈음, 항암치료로 머리가 다 빠진 그녀는 크리스마스트리 옆에서 내게 키스했다. 


그녀의 고통과 죽음은 생각만 해도 아프다. 그녀가 떠난 지 육 년이 지났지만, 그녀의 사진은 지금도 내 눈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고 답답한 가슴을 더 숨차게 만든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그리스도의 두 번째 강림은 내게 죽음이 앗아간 신성한 사랑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법을 가르쳤고, 그리스도의 첫 번째 강림은 하나님도 죽음이 앗아간 성육신의 사랑을 이해하신다는 사실을 내게 일깨워주었다. 


두 번째 강림을 상상하며


나는 부활의 날, 곧 그리스도의 두 번째 강림을 상상하는 나를 종종 발견한다. 그럴 때면 동이 트는 순간 사라지는 아침 안개처럼 몽환적인 인상주의 그림 한 폭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위대한 자, 작은 자, 고귀한 자, 비천한 자, 비범한 자, 평범한 자,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죽은 자가 부활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 힘든 날이면 더 그리워지는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일어난다(계 20:11-15).


십자가에 못 박힌 목수였던 왕(Carpenter-King)이 불의를 짓밟는다. 눈물을 영원히 닦아주신다(계 21:4-5). 모든 것이 바로잡히고, 마침내 하나님이 의도하시는 세상이 만들어진다. 오래전에도 하나님은 그의 손으로 지으신 것을 보시고 좋게 여기셨다(창세기 1장).


왜 강림을 고대하는가 


하지만 고통스러운 현실로 되돌아가는 순간, 소중한 삶을 견디기 위해서라도 의지해야 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강림이다. 강림은 부활의 날까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녹슨 못이다. 


강림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마음 밭을 처음으로 좋은 땅으로 경작하시며 선물로 주신, 힘들게 얻은 믿음의 결과이다. 우리를 둘러싼 절박한 어둠 속에서도 세상에는 여전히 찬란한 빛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고 믿게 되는 시간이다. 그래서 강림을 기념할 때, 현재의 황폐함 가운데서도 우리는 감히 하나님의 선하심을 맛보고 바라본다(시 34:8).


그리고 그는 … 떠나셨다 


옛 선지자들은 먼 미래에 성육신하시는 하나님의 아들을 보았다.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마 1:23), 임마누엘은 어둠 속에 빛나는 초신성이다. 오랫동안 인류의 목을 발톱으로 움켜쥐고 있었던 그 어둠 속에서.


그러나 예수님! 그의 이름을 찬양하라!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묻히신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이 내려놓은 바로 그 생명을 다시 취하셨다(요 10:18). 죽음을 물리치시고 그 차가운 무덤에서 일어나 부활하셨다.


그리고 그는 … 떠나셨다. 


예수님이 떠나셨다고 말하는 목회자는 별로 없겠지만, 현재 많은 교인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 주님은 떠나셨다, 그러면서 그들은 한숨을 쉰다. 하나님이 이 모든 비참한 어둠 가운데에 그들을 내버려 두셨다고 느낀다. 


우리는 그의 강림이 필요하다


물론 목회자라면 십자가에 못 박힌 목수-왕이 결코 그의 백성을 버리지 않으셨다고 말할 것이다. 신학적으로 이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겪으신 고통이 가져다준 교제를 누리며 사는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생각과 행동에서 십자가의 삶을 사는 것이다. 그것은 그리스도가 가신 먼지투성이의 좁은 길을 믿음으로 끝까지 견디면서 걷는 것이다. 때로는 절뚝거리고, 심지어 기어서라고 그 길을 걷는 것이다. 


신학적으로 건전한 지적 훈련을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는 이런 십자가의 삶을 살 수 없다. 감정이라는 전쟁터에서 싸우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셨다”(요 11:35). 이것은 사랑이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그의 강림이 중요한 이유이며, 올해는 다른 어떤 해보다 더 중요하다. 


그의 강림에서 소망을 찾을 수 없다면, 세상에서 지치고 낙심한 그리스도를 믿는 형제자매에게 당신이 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는가? 


강림을 통해서 우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 일을 이루실 때까지 성도들이 인내하도록 도와주신다(빌 1:6). 대림절은 그리스도의 오심에 대한 소망을 고대하며 미래를 바라본 오래전 선지자를 상기시킨다(벧전 1:10-12). 그들의 소망은 우리가 지금 되돌아보면서 느끼는 것과 똑같은 소망이다. 그들처럼 우리도 이제는 예수님의 두 번째 강림을 기다리며 미래를 바라본다.


이 세상에 사는 우리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하나님이자 왕 되신 이의 두 강림 사이를 서성거리는 나그네이다. 


용기를 가지라 


아마도 조용한 밤에 당신은 기도했을 것이다. 오 주님, 먼지에 불과한 연약한 인간이라는 그릇 하나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산산이 부서지기 전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슬픔을 그 속에 쏟아부으셨습니까? 


따뜻한 부활의 물결이 마침내 차가운 세상을 녹이고 너덜너덜해진 당신의 마음을 회복시켜 줄 것이다. 사랑하는 형제자매여, 용기를 내라. 부활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때까지 우리에게는 그리스도의 강림이 필요하다.



원제: Oh How We Need Advent (This Year More Than Most)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번역: 무제


강림은 부활의 날까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녹슨 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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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E. M. Welcher

E. M. 웰처. Vine Street Bible Church(Glenwood, Iowa)의 목사이다. 가장 최근에 낸 책은 대림절 묵상집 시즈 중 하나인 Advent: a thread in the night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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