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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신학

역학, 세상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창

기독교 세계관의 적용을 위한 세 가지 제안 3: 역학

by 김경호2023-04-28

기독교 세계관 운동 2.0 위하여

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SIEW)과 함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섭니다.  

니콜라스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정의와 평화가 입맞출 때까지에서 역학dynamics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어떤 집단이든 그런 행위가 복합적이고 연속적으로 일어날 경우, 그 반복성 때문에 그것을 관행practices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한 집단의 기본적인 사회적 관행들과 그런 관행들이 지닌 만연된 특징들이 그 사회의 구조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현대 사회 구조의 이런 측면이 우리의 분석 대상이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나는 한 사회의 기본적인 관행을 가리켜 역학이라고 부를 것이며 그리고 때로는 한 집단의 사회 제도들과 사회적 관행들로 구성된 이중 복합체를 가리켜 그 집단의 사회적 체제(혹은 질서)라고 부를 것이다.” 여기서 나는 관행 혹은 역학의 긍정적 의미와 작용뿐만 아니라 부정적 의미와 작용에 주목합니다. 따라서 나는 역학의 의미를 주로 부정적 의미로 사용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를 실천할 때, 그 실천에 대해 저항하는, 개인이나 집단, 제도, 전통, 문화 등의 힘dynamics 또는 그 힘의 매커니즘mechanism을 의미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역학에 대한 적용을 위한 사례를 세 가지 차원에서 제시하고자 합니다: 신학적 차원에서 죄와 우상의 역학; 사회 경제 구조와 사회적 행위자의 차원에서 배제와 포용의 역학; 정치적 차원에서 권력의 역학.  

  

죄와 우상의 역학  


죄의 역학. 존 오웬John Owen은 죄의 역학을 잘 보여 줍니다. 먼저 죄의 목적은 신자 안에 지배권을 행사하는 데 있습니다. 이 지배는 동의를 기반으로 그 권리를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죄의 지배 아래로 들어갑니다. 이러한 죄의 지배의 정도는 전적인 지배와 부분적인 지배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죄의 역학에서 나타나는 매커니즘은 적의enmity로부터 시작하여, 반감aversation과 대적opposition으로 나누어집니다. 반감은 태만, 싫증, 육욕, 형식적 의무 이행, 무관심으로 나타납니다. 반면에 대적은 속임과 강압으로 나타납니다. 야고보서 1:14에 이 속임과 강압이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시험을 당하는 것은 각각 자기의 욕심에 이끌려서, 꾐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욕심”과 “이끌림”이라는 두 요소가 바로 “속임”과 “강압”에 해당합니다.


우상의 역학. 리차드 미들톤Richard Middleton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주님을 섬기고 그의 뜻에 순종하든지, 아니면 주님께 불순종하고 우상을 섬기든지 두 가지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피조세계의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고는 그것을 신적 지위로 격상시킬 것이라는 점입니다. 오늘날 신들의 특징은 원래 좋은 피조물인데, 우리가 궁극적인 성취를 염원하면서 그것들을 우상처럼 절대화하고 종교적으로 추구한 결과 우상이 된 것입니다. 이러한 예들로 과학주의(전지), 기술주의(전능), 그리고 경제주의(물질의 풍요라는 구원)가 있습니다. 


배제와 포용의 역학 


사회경제구조의 역학. 먼저 사회경제구조에 나타난 배제와 포용의 역학이 있습니다. 사회경제 구조적 차원에서, 밥 하웃즈바르트Bob Goudzwaard는 세계화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풍요와 빈곤의 인과관계를 배제와 포용의 역학으로 설명합니다. 기축통화로 사용되는 서구 부유한 나라의 화폐들을 기반으로 한 풍요의 역학은 세계금융시장에 기인합니다. 서구의 금융시장은 폐쇄성을 통해 더 부유하게 성장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배제의 역학이 나타납니다. 그것은 새로운 재산인 금융권에 닫혀 있고(새로운 재산의 배제), 서구의 나라들은 가난한 나라에 아무런 제약 없이 진입하지만, 가난한 나라들은 서구의 높은 관세와 무역 장벽으로 인해 진입하지 못하며(진입의 배제), 서구의 새로운 희소성(신제품의 개발)에 의해 가난한 나라의 옛 희소성이 배제됩니다(희소성의 배제). 이런 배제의 역학은 곧 가난의 역학을 초래합니다. 이에 대해 하웃즈바르트는 포용의 힘을 제안합니다. 배제의 역학은 사실상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환경 문제로 인해 불안정한 토대에 있습니다. 따라서 하웃즈바르트는 사치보다 실제 필요를 향하는 내적 경제 성장으로 향해야 하며, 덜 요구되고, 덜 오염됨으로써 더 다양한 포용을 향해 나아가야한다고 제안합니다. 


사회행위자의 역학. 다음은 사회적 행위자의 관점에서,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는 배제의 역학에 대해 자아가 타자와의 상호 의존관계를 벗어나 독립적 위치를 차지함으로써, 타자를 무시하고 쫓아내거나 또한 타자를 자아에 종속하고 동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합니다(배제의 구성요소). 이러한 배제는 자신의 마음의 악을 제거하기보다는 세상에서 타자를 제거하려고 합니다(배제의 작동방식). 볼프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뒤틀린 셈법에 의한 죄의 만연성(죄 안의 연대)과 “선택의 여지가 없음”이라는 방어기제를 통해 작용하는 악의 연쇄 작용(배제의 힘)을 통해 배제의 역학이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이에 대한 포용-화해의 역학은 가해자와 희생자(증오)의 ‘회개’; 복수의 회오리를 멈추기 위해 분노를 하나님 앞에 꺼내 놓음으로써 가능하게 되는 ‘용서’; 적대감을 넘어 사귐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자신 안에 ‘타자를 위한 공간 만들기’; 완전한 화해를 이루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기억의 치유’를 제안합니다. 


사랑과 정의의 역학; 진보와 보수의 역학 


사랑과 정의의 역학. 정치적 차원에서 사랑과 정의의 역학과 진보와 보수의 역학이 있습니다. 먼저 힘의 작용에 따라, “사랑과 정의의 역학”에는 첫째, 악에 저항하지 않음으로써 악이 번져가지 않고 무력해지며, 악이 악으로 드러나게 하는 무저항(디트리히 본회퍼), 악의 연쇄반응을 끊고 사랑의 힘으로 역시 악이 악으로 드러나게 하는 무저항(마틴 루터 킹), 그리고 비폭력을 넘어 비저항을 통해 원수에 대한 창조적 관심을 가지게 하는 무저항이 있습니다(존 하워드 요더). 둘째, 그 반대편에서는 프랑스 혁명의 기존체계를 인정하지 않고 전복시키는 혁명성으로 나타나며, 죄악의 상황이라는 판단 아래 나타나는 대항적 폭력이 있습니다(구스타보 구티에레즈). 셋째, 앞의 두 가지 힘의 작용을 종합한 견해로서, 개인과 친밀한 인간관계의 영역에서 사랑으로, 개인을 넘어 집단의 경우 정의, 즉 강제력에 의한 견제의 방법을 사용합니다(라인홀드 니버). 


진보와 보수의 역학. 정치적 이념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역학”이 있습니다. 제임스 데이비슨 헌터James Davison Hunter의 설명에 의하면, 기독교 보수의 역학은 미국이 기독교 국가로 설립되었다는 신화의 역학에 의해, 미국이 세속화의 잘못된 길에 빠졌다는 분노의 역학으로 표출되며, 이 분노는 다시 행동으로 옮겨져, 정치적 성격을 지니게 됩니다. 그리고 이 정치적 참여의 성격은 친-공화당 성향과 지배와 영향력에 대한 열망과 야망으로 나타납니다. 기독교 진보의 역학은 동일한 패턴을 따라서 계몽주의의 유산과 프랑스 혁명의 자유, 평등, 박애라는 신화의 역학에 의해, 기독교 우파가 기독교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해를 끼쳤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이 공적 영역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권력의 자리에서 밀려난 분노의 역학으로 표출되며, 이 분노 역시 행동으로 옮겨져, 정치적 성격을 지니게 됩니다. 헌터는 이런 점에서 기독교 좌파도 기독교 우파와 같이 동일한 정치, 권력의지, 참여의 틀, 방법, 스타일 면에서 비슷하다고 비판합니다. 또한 헌터는 양쪽 진영에서 리더십에 나타난 지위, 명성의 역학을 비판합니다. 지위를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배제하는 배제의 역학으로 나타나며, 리더가 엘리트적 방식으로 행동하려고 함으로써, 지도자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금전적 이익을 중요시하는 명성의 역학이 있음을 비판합니다. 


여기서 짐 월리스Jim Wallis는 대안으로 좌파와 우파의 공통 토대로서의 “도덕 정치”를 제안합니다. 월리스는 기독교 좌파와 우파를 이념적으로 범주화하지 않고, 개인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 신앙과 공적 영역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좌파와 우파의 낡은 범주를 초월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초월은 좌-우파 정치인들이 공통의 기반을 위해 더 높은 기반인 도덕적 기반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초월은 정치인들과 같이 바람(여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월리스는 이 초월을 비난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불평의 정치가 아니라 예언자적 정치, 하나님의 정치, 도덕 정치, 공동선을 추구하는 정치라고 부릅니다. 


변혁, 규범, 역학에 대한 아홉 가지 제안 


변혁, 규범, 역학에 대한 글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각 유형의 개혁주의 세계관에서 보완되어야 할 요소들을 아홉 가지로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변혁과 관련한 제안입니다. 제안 1-개혁주의 세계관의 목표는 “변혁”입니다. 제안 2-개혁주의 세계관은 성경적 동인(창조, 타락, 구속)을 가지고, 이 동인 안에서 “창조”(존재론)는 구속(인식론)보다 우선합니다. 제안 3-개혁주의 세계관은 “시대 상황”을 고려함으로써 발전합니다. 


둘째, 규범과 관련한 제안입니다. 제안 4-개혁주의 세계관은 “성경적 규범성”을 가집니다. 제안 5-개혁주의 세계관은 “창조질서의 규범성”을 가집니다. 이때 2차 규범인 창조질서의 규범성은 1차 규범인 성경의 규범성에 연결되며, 서로 충돌할 때는 성경의 규범성에 종속됩니다. 제안 6-개혁주의 세계관은 개인과 집단, 또는 각 영역에서 “규범의 동시적 실천”을 지향합니다. 


셋째, 역학과 관련한 제안입니다. 제안 7-개혁주의 세계관은 “역학”의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제안 8-개혁주의 세계관은 권위, 권력, 목적(이데올로기)이 규범을 “수단화”하지 않아야 합니다. 제안 9-개혁주의 세계관은 개인과 집단(제도-영역들)의 역학을 구분하고, 사회의 각 영역에서 “역학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 나의 거인은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였습니다. 이제 이 글을 통해 또 하나의 누군가에게는 작은 어깨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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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경호

김경호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M.Div.) 논문 “세 가지 유형의 개혁주의 세계관 연구”로 박사 학위(Ph.D.)를 받았다. 연구단체 Worldview & Work를 설립하여 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국내외에서 세계관 교육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