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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청년회장” 목회
by 조성돈2023-07-14

외령리는 충북 괴산군에 있다. 인터뷰를 위해 교회를 찾아가는 길이 정말 첩첩산중이다. 중간에 음료수라도 사 가려고 했는데 살만한 가게를 결국 만나지 못해 그냥 가야 할 만큼 깊었다. 마을에는 57가구가 있다. 최근 귀촌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45가구에서 이렇게 늘었다. 현재 교인이 20여명인데 원 토박이는 4명이고, 나머지는 귀촌한 이들이다. 그만큼 교회가 귀촌으로 인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목사는 40대였다. 교회에 부임한 지 이제 5년. 인상이 푸근했다. 손님 대접이라고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직접 커피를 내려 주고, 소파에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치 오랜 친구 만난 듯이. “특별할 것 없다”고 그가 말한 그의 목회는 그냥 그의 모습 그대로의 목회였다. 푸근하게 마을 청년으로 마을 가운데 들어가 사는 목회였다.

 

동네는 지하수를 수도로 연결해 썼다. 식수로 쓰기에는 냄새도 나고 흙탕물이 섞여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직접 정수기를 달았다. 좋았다. 주변에도 달아드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스물한 개나 달아 주었다. 현재 관리까지 하는 곳은 열네 곳이다. 정수기를 달아 주니 서너 달에 한 번씩 가보아야 한다. 필터도 갈아주어야 하고 손도 봐야 한다. 그렇게 그는 마을의 세대들을 ‘심방’ 한다. 


한 번은 자기 집에 LED 등을 달았다. 역시 좋았고, 또 마을 분들도 달아드렸다. 이건 한 집에 다섯 개도 달아야 하니, 쉽지 않았다. 예산도 필요했다. 교회에 요청해서 예산을 따로 세웠다. 그렇게 등을 사서 마을 세대들을 돌아다니며 달아드렸다. 형광등을 달고 살다가 더 환한 LED등을 다니 좋아들 하신다. 


시골이다 보니 간식이 마땅치 않다. 논일 밭일 하다가 새참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빵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사택에 빵 굽는 기계를 들여놓았다. 새참 때가 되면 구운 빵을 들고 논으로 들로 나간다.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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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괴산군 외령교회


농촌에 있으면 마을사업도 자주 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외령리에도 그런 일들이 있다. 이장님이 수고를 많이 하시는데, 같이 할 사람이 없다. 그러면 역시 목사를 찾는다. 주변에 같이하자고 하고, 교인들 격려해서 함께 하면서 마을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동네 와서는 내내 교회와 사택 수리를 했다. 교회 올라가는 계단도 새롭게 하고, 사택도 수리해서 이층으로 만들고, 교회 내부도 수리하고, 창고도 정리했다. 외부 교회의 지원을 받았다. 재정 지원도 받고, 자원봉사 단체를 통해서 인력 지원도 받았다. 그렇게 사택과 교회가 점점 번듯하게 세워졌다. 이렇게 해 놓으니 마을 사람들이 마음을 연다. 어느 분은 지나가며 ‘이제 이렇게 지었으니 목사님 어디 안 가시겠네요’ 하더란다.

 

목회자가 자주 바뀐 교회였다. 교회 역사가 51년인데, 지금이 13대째다. 목사가 되기 위해 잠시 머물렀다 가는 그런 목회지였다. 목사가 되는 조건으로 담임 목회를 해야 하는데, 그 조건을 채우는 자리였다, 교회 옆에서 농사짓는 어르신은 여든이 넘으셨는데, 어느 날 이런 말씀을 하더란다. “내가 여기 농사지으면서 목사님을 몇 명 보낸 줄 알아? 일곱이야.” 눈앞에서 떠난 사람이 일곱이니 당신도 곧 떠나는 거 아니냐는 속내였다. 그런데 목사가 교회와 집수리를 하니 마을 사람들이 안심도 하고 마음을 열게 된 것이다. 아마 이제는 정착해서 사는 목회자가 왔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심어준 것이다. 실제로 교회도 사택도 손볼 곳이 많았다. 전임 교역자들이 오래 살 생각이 없으니 그냥 살았다. 그래서 수리한 것인데, 그것만으로도 목회가 되다니…. 어쩌면 농촌교회는 정착하는 모습만 보여도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외령교회의 목사는 그의 말 대로 ‘특별한 것 없는’ 목회일지 모른다. 그런데 정말 청년회장처럼, 마을 어르신들의 손자처럼, 그는 그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그로써 농촌교회의 한 형태를 빚어냈다. 아마 담임목사의 인터뷰 내용이 그걸 잘 말해 준다. 그의 목회 철학처럼 주어진 자리에서 하나님의 일을 해 나가는 것이 현재 농촌목회가 아닐까 한다. 부흥을 바라본다면 희망이 없는 지역이지만, 어르신들 모시면서 살아가는 정주형 목회, 귀촌으로 찾아오는 사람들 맞이하는 환대의 목회로, 외령교회의 ‘특별할 것 없는’ 그래서 더 특별한 목회는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목회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여러 가지 꿈도 있고 계획도 있는데, 저는 그런 건 별로 없어요. 그냥 있는 곳에서 어떻게 그냥 하나님께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까 그런 생각 정도만 하지. 어떤 분들은 도시에서 큰 목회하고 옛날 오대양육대주고 그런 얘기 했잖아요. 저한테는 그냥 하나님을 위해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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