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내 소유’는 무엇인가
by 박혜영2024-03-08

시편 119를 읽는 데 아주 익숙한 표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 소유는…”(56절). 사유재산, 소유권, 소유주…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 세상 역사는 ‘소유의 역사’ 아니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소유한다’는 말에는 단지 ‘필요가 있기에 갖고 있다’라는 뜻 그 이상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소유가 많을수록 존재감을 얻으며, 소유가 많을수록 대접받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소지하고 저울에 올라서면 무게가 더 나가는 것처럼, 많이 소유할수록 무게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 여겨, 우리는 ‘내 소유’라는 말에서 안심, 안전, 보호라는 말을 동시에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겉모습일 뿐입니다.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 앞에서 남을 수 있는 것만 무게 있는 실체가 됩니다. “네가 부르짖을 때에 네가 모은 (우상으로) 너를 구원하게 하라. 그것은 다 바람에 떠가겠고 기운에 불려갈 것이로되 나를 의뢰하는 자는 땅을 차지하겠고 나의 거룩한 산을 기업으로 얻으리라”(사 57:13). 이사야 본문에 나온 자들은 위기에 대비하여 의지가 될 만한 우상을 착실히 모아 둔 듯합니다. 재물의 우상, 학업의 우상, 연애의 우상을 모아왔습니다. 우상은 돌이나 나무, 또는 청동으로 만들었을 테니 제법 묵직합니다. 안심이 됩니다. 그러나 실상은 바람에 떠가고, 기운에도 날아가는 연기와 같았습니다. 무게가 나갈 만한 그 어떤 실체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것을 “내 소유”라 할 수 있을까요? 진정 “내 소유”라면 내 손에 끝까지 남아 나에게 존재감을 부여해야 할 텐데, 사라진 걸 보면 “내 소유”가 아니었단 말입니다. 평생 모으고, 평생 애쓴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니, 그 사람에게 얼마나 큰 충격일까요?


사도 바울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누구든지 금이나 은이나 보석이나 나무나 풀이나 짚으로 이 터 위에 세우면 각각 공력이 나타날 터인데 그 날이 공력을 밝히리니 … 만일 누구든지 그 위에 세운 공력이 그대로 있으면 상을 받고, 누구든지 공력이 불타면 해를 받으리니”(고전 3:12-15). 사람들은 다 자신이 쌓은 공력을 갖고 하나님 앞에 섭니다. 자신의 공력이 불에 타 없어질 나무나 풀이나 짚으로 만든 것이라 여길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다 타버렸다면, 그 순간 얼마나 당황하겠습니까? 자신의 인생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충격! 반면 “그 날 … 공력이 그대로 있으면”, 바람이 불어도 그대로 남아 있고, 불에 태워도 그대로 남아 있다면, 그 공력만이 “내 소유”입니다.


여기서 시편 119:56이 중요해집니다. 그대로 남을 만한 진짜 “내 소유”가 무엇인지 귀띔해 주고 있으니까요. 무엇입니까? “내 소유는 이것이니, 곧 주의 법도를 지킨 것이니이다.” 진정한 “내 소유”란 재산이나 부동산이 아닙니다. 책에서 얻은 지식도 아니고, 인생 경험도 “내 소유”는 아닙니다. 그런 것에는 하나님 앞에 남을 수 있는 무게가 없기 때문입니다. “내 소유”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한 그것만입니다. 그것만 내 이름으로 남습니다. 이는 위에 인용한 “나를 의뢰하는 자는 땅을 차지하겠고, 나의 거룩한 산을 기업으로 얻으리라”는 말과 통합니다. 하나님을 믿고 의뢰하는 자만 하나님 말씀을 지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사람만 ‘하나님의 산’을 얻고, ‘하나님의 산’에만 요동치 않을 무게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점에서 이 본문을 “…하면서 내 삶을 보냈으니”라고 번역한 영어성경(NLT)은 “내 소유”라는 말에 함축된 의미를 간파한 것 같습니다. 무엇을 소유하기 위해 한평생 보냈는지 묻기 위한 번역처럼 보였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갖고 가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은 사실 피상적입니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면서 재산보다는 자신의 이름이나 명예를 중히 여기는 인생을 살라는 조언도 최고의 지혜는 아닙니다. 오히려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은 죽을 때 갖고 가는 게 있노라고. 죽을 때 다 두고 가는 건 아니라고. “내 소유”라 할 만한 것은 갖고 간다고.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 재산도 명예도 다 두고 가지만, 진정한 “내 소유”는 갖고 갑니다. 하나님 말씀을 지킨 것, 곧 말씀에 담긴 하나님의 무게를 순종을 통해 내 무게로 전환시킨 그것은 진정한 “내 소유”가 되어 우리에게 존재감을 부여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존재는 참을 수 없이 가벼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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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혜영

‘오라, 우리가 여호와의 산에 올라 말씀을 듣고 그 길로 행하자’ 외치는, 안양시 관양동에 있는 산오름교회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