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K. 체스터턴의 영성 고전 시리즈 2

영원한 사람

저자명 Gilbert Keith Chester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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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고상섭 목사 (그사랑교회) /  작성일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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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서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체스터턴’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많은 명구들을 남겼고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그의 글이 인용되기도 했다. 나도 늘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유명한 사람인데 왜 그의 책이 번역되지 않았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2019년 아바서원에서 체스터턴의 유명한 저서 ‘정통’(Orthodoxy)이 번역되었고, 올해 ‘영원한 사람’ (The everasting man)이 번역되었다. 체스터턴의 책이 이렇게 번역된다는 것은 한국 교회의 기독지성을 한 단계 올려줄 수 있을 만큼 기쁜 소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드는 것은 번역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 책의 가치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아마존 숲 속에 숨겨져 있는 보물을 찾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숲을 헤치고 힘들게 들어가다 보면 진귀한 보물들이 곳곳에 숨어 있지만. 숲이 너무 우거져 헤치기 힘들다고 포기한다면 진귀한 보물을 발견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이 책은 그런 수고를 통해 보석같이 찬란한 은혜를 안겨주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보물을 찾기까지 우거진 숲속을 찾아 헤매는 수고를 지불해야 한다. 물론, 수고한 것보다 훨씬 더 값진 보물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  체스터턴은 누구인가?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Gilbert Keith Chesterton, 1874-1936)은 영국의 소설가, 수필가. 평론가 또 추리소설 작가이자 시인이며 기독교 변증가이다. 이렇게 다양한 수식어로 설명해야 할 만큼 많은 작품을 남겼고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의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히 체스터턴이 유명한 이유는 독특한 그의 문체 때문이다.  미국 칼빈신학대학원 철학교수로 계시는 강영안 교수님은 “체스터턴의 글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재치있고 논리는 빠르고 날카롭다.”고 그의 문체를 표현했고, 많은 사람들은 체스터턴을 “역설의 대가”(Prince of Paradox)라고 칭송했다.


그는 자신이 증명하고자 하는 명제와 반대되는 명제를 전제로 삼아 추론한 뒤 추론 결과가 옳지 않음을 보여줌으로써 원래 증명하고자 했던 명제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는 ‘귀류법’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이 방식은 오늘날 기독교 변증가들이 사용하는 방식인 전제주의 변증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2. 왜 ‘영원한 사람’을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은 1925년에 영국에서 출판된 책이다. 100년 가까이 된 이 책을 오늘날 꼭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5년 미국의 The Christian Review에서는 “왜 체스터턴의 영원한 사람이 계속 출판되며 사랑받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영원한 사람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체스터턴은 영어권의 책 중에 ‘세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인용된 작가이다. 가장 많이 인용되었다는 것은 그의 책이 다른 책에 영감을 주는 첫 번째 진원지라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 C. S 루이스는 이 책을 읽고 나서 회심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지성에 세례를 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C. S 루이스가 지성에 세례를 받았다고 할 만큼 이 책은 논리적으로 기독교를 변증하는 책이다. ‘영원한 사람’을 읽고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를 읽어보면 C. S 루이스의 문체 속에 체스터턴이 살아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 변증가로 유명한 팀 켈러는 C.S 루이스를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 꼽는다. 또 C.S 루이스는 체스터턴의 영향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영원한 사람’이 그가 신앙인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다. 100년이라는 세월을 통과해서 우리에게 전달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팀 켈러를 비롯한 다양한 기독교 변증가들의 변증의 근원이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3. ‘영원한 사람’은 어떤 책인가?


이 책은 당시 유행했던 H. G. 웰스(Herbert George Wells)의 ‘세계 문화사 대계’ (The outline of History)라는 책의 내용을 비판하며 기독교의 독특성과 예수 그리스도의 독특성을 주장하는 책이다. 웰스는 ‘세계 문화사 대계’에서 인간의 기원과 목적에 대해 설명하고 특히 인간은 진화의 산물이라는 다원주의를 표방했으며,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단순한 인간으로 묘사했고 고유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기술했다.


체스터턴은 웰스의 책의 내용을 비판하며 기독교와 예수님의 독특성을 변증하고자 ‘영원한 사람’을 썼고 1부에서는 웰스를 비롯한 일반 세계사에서 바라보는 역사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2부에서는 기독교를 다른 종교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오류에 대해서 그리스도의 독특성을 주장한다.


1부 ‘사람이라 불리는 피조물에 대하여’에서는 인류의 역사에 대해 아무도 묻지 않았던 질문들을 통해 사람들의 모순들을 드러낸다. 성경에서 말하는 진리는 아니지만 일반사람들의 생각 속에 당연히 진리라고 생각되는 공리가 있는데 그것을 ‘문화 내러티브’ 또는 ‘문화적 서사’라고 부른다. 체스터턴은 그 ‘문화적 내러티브’를 파고들어 모순을 드러낸다.


먼저, 흔히 말하는 선사시대 사람들은 미개하다고 추정하고, 역사는 진화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학자들과 여러 고고학자들이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동굴 속의 벽화뿐이다. 사슴을 그린 그림을 보고 먹을 양식을 그렸는지, 아니면 토템사상을 가지면서 사슴을 숭배했는지는 모두 추측일 뿐이다. 체스터턴은 그런 그림들은 이미 예술과 하나님에 대한 동경을 나타내는 종교적 행위라고 말한다. 미개한 상태에서 점점 계몽되었다는 근거로는 너무 과학적이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단군신화를 배울 때 어린 시절에는 곰이 사람이 되었다고 믿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곰을 숭배하던 토템 사상이 반영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시작이 그렇게 황당한 신화의 베일에 쌓여있다는 것도 비합리적이고, 역사 시간에는 인간의 문화 발전이 미개한 곳에서 좀 더 진화된다고 배운다. 구석기 시대에는 둔탁하게 만든 타제석기가 있고 그 다음 좀 더 정교하게 갈아서 만든 마제석기, 청동기, 철기의 순으로 역사가 이어진다고 배운다. 그러나 성경을 보면 아담의 후예인 두발가인은 구리와 쇠로 여러 가지 기구들을 만든다. 마제석기, 타제석기를 구석기, 신석기 시대를 거치면서 발전시켜서 구리와 쇠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진화론적 사고를 통해 배운 역사는 고대 사람들은 오늘날 사람보다 더 무식해서 아내를 폭행한다던지, 지성이 아닌 본능을 따라 산다는 것 같은 잘못된 편견을 가지게 한다. 체스터턴은 그 모든 것이 추측일 뿐 아무런 근거가 없는 생각임을 밝혀준다. 또한 신화는 대부분 황당하고 잘못된 공상에 불과하지만 모든 민족들이 신화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사람은 무엇인가를 숭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원래 종교란 토템이라는 사상으로 시작했고,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점점 고등종교로 진화의 단계를 밟았다는 주장에 반대해서 체스터턴은 기독교를 다른 이교도와 비교해서 동일한 하나의 종교로 보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모든 종교가 하나의 구원을 상징하고 있고 많은 종교가 인간구원을 향한 다양한 표현에 불과하다면 불교와 힌두교, 기독교는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된다. 그러나 스스로 노력에 의해 구원을 얻는 종교와 인간이 아무 노력을 하지 않고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 종교가 같은 종교일 수는 없다.


2부 ‘그리스도라 불리는 사람에 대하여’를 통해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이면서 하나님이신 독특성을 가졌음을 증명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단지 인간으로 생각하거나 하나의 종교의 창시자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예수님이 흔히 말하는 4대 성인이거나, 단순한 인간이었다면 자신을 가리켜 ‘나는 하나님이다’라는 주장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대부분의 성인들은 자신을 높이지 않는다. 자신을 낮추는 것이 특징이다. 만약 자기 자신을 ‘하나님’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첫째, 미쳤거나  둘째, 사기꾼이거나 셋째, 정말 그런 사람일 것이다. 미친 사람은 자신이 하나님이라고 정말 믿고 있는 사람이고, 사기꾼은 자기가 하나님이라고 믿지 않지만 거짓으로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만약 예수님이 참된 신이 아니었다면 자신을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예수님의 독특성이다. 세상의 어떤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는 새로운 인물이다.


또한 교회와 기독교도 다른 종교들과는 차별성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기독교의 독특성은 참된 진리이기 때문에 시대와 문화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시대에 좋은 주장을 하기도 했지만 노예제도나 일부다처제 등을 당연시하는 말들을 했다. 그 시대의 종교들은 그 시대의 문화 안에서 그런 주장을 했지만 성경은 영원한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 시대 문화와는 늘 상충하는 무엇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것은 성경이 시대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진리를 반영하는 것이라 강조한다. 그래서 기독교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말들만 결코 하지 않았고, 또한 이미 한 말도 취소할 필요가 없는 종교였다. 이것은 인간의 지혜에서 출발한 다른 종교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영원한 진리를 담고 있는 기독교의 특성 때문에 교회는 출발부터 계속해서 이 땅의 문화와 지속적인 전쟁을 하는 종교가 되었다. 다른 모든 종교들은 세상의 문제와 세상에 대한 하나의 대안들만 내놓았기 때문에 모순성이 존재하지만 기독교는 세상의 모든 문제를 포괄하는 진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모든 시대마다 부딪치는 영역들이 존재하게 된다.


세월이 지나면서 많은 종교와 철학들은 유행처럼 지나갔지만 기독교는 몇 번의 핍박과 박해 속에서도 죽은 듯하지만 다시 살아나고, 때로는 죽었지만 다시 부활해서 오늘날까지 2000년 이상을 지속하고 있다. 계몽주의가 대두되면서 이성의 시대에는 기독교가 없어질 것이라 예언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기독교는 여전히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이렇게 유행을 따라 사라지는 종교와 철학과는 다르게 여전히 살아남은 힘은 스스로 하나님이심을 자신의 죽음을 통해 증명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종교라면, 아니 사람의 머리로 고안해낸 종교라면 그런 식의 결말을 맺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체스터턴은 1부에서 인간은 동물인데 이성이 발달한 동물이라 다른 동물들과 차별이 된다는 진화론의 관점으로 본다면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동물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일반사람들의 생각의 모순을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또 2부에서는 교회는 다른 종교의 범주에 담을 수 없는 아주 특이한 종교이며, 예수 그리스도는 다른 지도자와 같은 범주로 이야기할 수 없는 대단히 독특한 인물임을 주장하면서 웰스의 주장으로 대표되는 일반사람들의 생각을 비틀어주고 있다. 결국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동물과 구별된 존재임을, 또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는 일반 비교종교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존재와 단체임을 증명한다.


4. ‘영원한 사람’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체스터턴은 문체는 해학적이며 위트있는 한 문장이 특징이다. 그런 영어의 독특한 표현들이 번역을 하면서 드러나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또 영국의 상황들을 묘사하고 사람들을 묘사하는 것은 한국적 상황에서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아마존 정글을 헤치고 보물을 찾아가는 것 같이 많은 장벽들을 넘을 때 비로소 체스터턴의 진가를 발견하게 되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세 번 읽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책의 내용을 좀 쉽게 파악하고 싶은 사람들은 좀 이해하기 어려운 영국 시대의 사람이나 상황들의 설명들이 나올 때 건너뛰고 이해할 수 있는 명제들을 중심으로 빨리 읽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글 숲에서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두 번째는 각주를 꼼꼼히 읽으면서 천천히 이해를 하면서 읽는 것이다. 이 때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을 표시해두고, 이해되는 부분들을 좀 더 생각하면서 읽으면 도움이 된다. 특히 체스터턴의 논리전개 방식이나 변증의 방식들을 주의해서 보면 단순히 복음을 증거하는 것과는 다른 상대방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의 중요성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이 책을 완전히 소화해서 읽고 싶은 독자들은 H. G. 웰스(Herbert George Wells) 의 ‘세계 문화사 대계’ (The outline of History)를 먼저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체스터턴의 논리 전개 방식은 웰스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의 반박으로 나온 것이기에  고대 원시인에 대한 생각과 다른 종교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또 다양한 시대의 상황들은 모두 웰스의 책에 나오는 주제들을 따라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영원한 사람’만을 읽어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인 유명한 웰스의 ‘세계 문화사 대계’ (The outline of History)는 완역된 책이 판매되지 않는다. 대신 ‘세계 문화사 대계’의 축약본인 ‘H.G 웰스의 세계사 산책’(옥당)(A Short History of the World)이 번역되어 있다. 그 책을 읽고 나면 체스터턴의 목차의 순서가 웰스의 순서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해되지 않았던 여러 문장들이 웰스의 책과 비교하면 더 쉽게 이해될 것이다.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체스터턴의 ‘영원한 사람’과 H. G 웰스의 ‘세계사 산책’을 세트로 판매한다면 훨씬 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영원한 사람’을 잘 이해하면 세계 역사 위에 서 있는 그리스도의 통치와 만물 위에 있는 교회의 모습들을 더 생생하게 느끼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두 책의 콜라보를 통해 세계 역사를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그 역사 위에 통치하시는 그리스도를 더욱 선명하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