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몸과 예배의 작동 방식

하나님 나라를 상상하라

저자명 James K. A.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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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IVP / 작성일 2019-04-03

본문

문화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어 가는가? 우리 정체성은 어디서 형성되는가?


예배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오래된 미래를 상상하다!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에서 진정한 제자도의 길은 참된 욕망의 형성임을 주장했던 스미스는, 『하나님 나라를 상상하라』를 통해서 예배의 작동 방식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시, 소설, 영화, 스마트폰, 게임 등 우리 사회 속 수많은 문화 요소를 가로지르며 인간의 본성을 냉철하게 살피면서도, 우리의 상상력이 하나님의 뜻에 걸맞게 형성되어 그분께로 향하는 길이 예배의 실천에 있음을 유려하면서도 확고한 필치로 제시한다.


주여, 이 죄인을 어찌하리이까  


신념과 실천 사이에 괴리가 일어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혹은 신념 없이도, 특별히 무언가를 의식하지 않아도 사람은 항상 무언가를 실천하고 있다. 그러한 실천은 결국 내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왜 스미스는 웬델 베리의 책을 코스트코에서 읽고 있었을까? 왜 순박한 시골 소년은 총을 들고 지구 반대편으로 가서 다른 사람을 쏘게 되었을까? 왜 기독교인인 내게는 그리스도인다운 삶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건 무엇인가? 아니, 어떻게 그리스도인이 되는가? 


문제는 몸이야, 바보야 


전작인 문화적 예전 시리즈 1권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에서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기보다는 정서적 존재임을 ‘욕망’의 문제를 제시하며 주장했던 스미스는, 시리즈 2권인 이번 책 『하나님 나라를 상상하라』를 통해 욕망을 낳는 예배가 우리의 몸을 통해 어떻게 작동하는지 분석한다. 우리는 세계 속에서 몸을 가진 존재, 아니 몸으로서 살아간다. 몸이 바로 나 자신이다. 스미스가 전작에서 후설과 하이데거의 현상학을 끌어와 지향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주장했다면, 이번에는 몸에 초점을 맞춘 현상학을 구사한 메를로퐁티를 끌어와 공간과 관계를 맺으며 형성되는 신체적 태도로서의 앎을 주장한다. 


실천의 논리, 아비투스 


그렇다면 이러한 몸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실천하는가? 우리의 실천에는 일종의 논리가 있는데, 우리 몸은 이 논리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며 이 논리는 지성보다 앞선 영역에서 작동한다. 스미스는 이를 설명하고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오늘날 새로이 사용한 ‘아비투스’ 개념을 가져온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아비투스는 ‘구조화되어 있으며 구조화하는 성향’으로, 우리는 우리가 속한 사회 속에서 이 아비투스를 흡수하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우리가 향유하는 문화는 과연 중립적인가 


흔히 문화적 요소는 중립적이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 자체는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몸과 실천에 관해 앞서 말한 바와 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문화적 요소가 중립적이라는 사실은 실제 우리의 실천 속에서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우리는 중립적 기계인 스마트폰 안에서 보여 주는 다채로운 문화에 깊이 빠져 있으며, 중립적 기계인 게임기 화면에서 그려 내는 상상 속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문화적 요소 속에 있는 다양한 은유와 이야기는 우리의 상상력을 빚어내며, 우리는 그 이야기 속 왕국의 백성이 된다. 우리에게는 이 이야기를 분별하는 습성이 필요하다. 


세속적 예전에 맞선 대항 형성으로서의 예배 


철학적 논의를 정교하게 구사하면서도 이를 우리 사회 속 다양한 문화적 요소에 접목해 문화 속에서 구현되는 예배가 우리를 형성하는 실질적 문제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스미스는, 우리를 둘러싼 세속적 예전에 대한 대항 형성이 그리스도인들이 한데 모여 드리는 예배의 실천을 통해 이루어짐을 강조한다. 스미스의 결론이 평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늘 평범함 속에 가장 본질적인 것이 있음을 탁월하게 드러낸다. 평범한 것이 더 이상 평범하지만은 않음을 보여 주는 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문화 신학일 것이다. 스미스의 ‘문화적 예전’ 기획은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